잦은 복통·구토, 단순 위장병 아닌 당뇨병 탓일 수도

입력 2011.12.28 09:05

당뇨 소화기합병증
당뇨 환자 10~35% 위장장애, 일반 소화제로 치료 어려워 위장관운동 촉진제 써야
배변 기능 이상 생기면 기름기 띤 대변 보게 돼

10년 동안 당뇨병을 앓고 있는 주부 김모(55·서울 동작구)씨는 최근 복통이 생기고 식사 후 구토를 자주 했다. 위암인가 겁을 먹은 그는 병원 진찰 후 "당뇨병 합병증으로 위마비가 왔다"는 진단을 받았다. 김씨의 주치의는 "당뇨병 환자의 상당수가 소화기신경 기능과 위장관 운동력이 떨어져 소화기장애를 겪지만, 보통 일반적인 소화불량이라고 오해한다"고 말했다.

◇당뇨병 환자 35% 위장장애 합병증

당뇨병 전문의들은 우리나라 전체 당뇨병 환자의 10~35%가 당뇨병성 위장장애를 갖고 있다고 추산한다. 서울성모병원 소화기내과 최명규 교수는 "당뇨병은 식이요법이 중요하기 때문에 소화기능에 문제가 있으면 혈당 관리를 제대로 하기 어려워진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종합병원 당뇨병센터는 환자에게 위장장애 합병증 교육을 한다. 그러나 위장장애 합병증을 가진 당뇨병 환자는 자신의 소화기능 이상이 당뇨병 때문인 줄 모르거나, 알아도 심각하게 여기지 않는 경우가 많다. 최명규 교수는 "당뇨병성 위장장애는 일반 소화제로 고칠 수 없고 식이요법도 다르게 해야 하므로, 반드시 당뇨병 주치의와 소화기내과 의사의 협진을 받아 치료해야 한다"고 말했다.

당뇨병 환자가 복통과 구토 등을 겪으면 당뇨병성 위마비 여부를 검사받아야 한다. 위 속의 음식물이 소장으로 내려가는 시간을 측정하는‘위배출검사’로 진단한다. /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spphoto@chosun.com
▷당뇨병성 위마비: 쌀밥 먹고 채소 섭취 제한

당뇨병성 위장장애 중 위마비가 25~40%를 차지한다. 음식물이 늘 위에 차 있어서, 음식을 먹지 않아도 더부룩하고 딸꾹질이 나거나 구토를 한다. 초기엔 배가 쿡쿡 쑤시는 정도지만 나중에는 걷지 못할 정도로 통증이 심해진다. 당뇨병으로 위를 관장하는 신경세포의 운동이 느려지는 동시에, 고혈당으로 위 기능이 떨어져 음식물이 위에서 장으로 잘 내려가지 못해서 생긴다.

음식물이 위에서 소장으로 내려가는 시간을 측정해 진단하고, 위장관운동을 유도하는 먹는 약(도파민길항제)이나 주사제(모틸린수용체제)로 치료한다. 고대안산병원 내분비내과 서지아 교수는 "위마비는 혈당과 음식 조절을 함께 해야 한다"며 "일반 당뇨식과 달리 잡곡밥 대신 위에서 장으로 잘 내려가는 쌀밥이나 죽을 권장하고, 채소도 잘게 썰어서 한 접시만 먹어야 한다"고 말했다.

▷역류성식도염: 일반인보다 15% 많아

당뇨병 환자는 역류성식도염도 잘 생긴다. 당뇨병이 있으면 식도신경의 기능이 떨어져 평소 식도와 위를 연결하는 괄약근이 잘 조여지지 않는 데다가, 혈당이 치솟으면 괄약근이 더 이완되기 때문이다. 당뇨병성 위마비가 유발하는 경우도 있다. 강북삼성병원 내분비내과 박세은 교수는 "당뇨병 환자는 일반인보다 역류성식도염이 10~15% 더 많다"고 말했다. 위내시경으로 식도의 손상 정도를 파악한 후, 식도의 산도(酸度)를 측정해 위산이 역류하는지 추가 확인한다. 위산 분비를 막는 약(양성자펌프억제제)으로 치료한다.

◇변비·설사 반복되고 변실금도 많아

당뇨병이 있으면 변비와 설사가 반복될 수 있다. 대장의 운동성과 면역력이 약해져 장내 세균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항문괄약근을 조절하는 신경 기능이 떨어져 변실금을 겪기도 한다. 최명규 교수는 "당뇨병 환자 중 20%가 변비와 설사를 앓는다"며 "당뇨병으로 췌장 내 신경세포가 손상돼 지방을 분해하는 효소를 분비하지 못하므로 기름기있는 변을 보게 된다"고 말했다. 변비나 설사는 원인에 따라 일반적인 지사제·변비약이나 항생제를 쓴다. 변실금은 괄약근 조절 훈련인 바이오피드백 치료를 받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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