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 못 이룬 다음날 ‘이런 사람’이 더 피곤해

입력 2010.10.28 08:46

"난 하루 8시간을 자도 잠이 부족하던데…"

직장인 박모(29, 男)씨는 하루 4시간만 자도 괜찮다는 직장동료의 말을 듣고 자신이 너무 게으른 것은 아닌지 고민에 빠졌다. 학창시절 수학여행을 가도 다른 친구들은 밤새 잠도 안자고 잘 노는데, 자신은 잠을 부족하게 자면 다음날이 끔찍할 정도로 피곤했던 기억밖에 없다.

미국 펜실베니아대 남니 고엘 교수팀이 수면장애를 겪고 있지 않는 사람 129명을 대상으로 실험을 실시했는데 그중 37명은 DQB1 *0602라 불리는 유전자의 변이가 일어난 사람들이었다. 이 유전자는 기면증 등을 유발할 확률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구팀은 참가자 모두에게 강제로 잠을 자지 못하게 하거나 자는 동안 불을 켜놓는 등의 수면박탈을 유발하여 수면의 질과 기억력, 만족도 등을 조사한 결과 유전자 변이가 일어난 사람들의 수면장애가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심한 것으로 드러났다.

유전자 변이가 일어나지 않았던 사람들의 경우 평균 2회 정도 잠에서 깬 반면 유전자 변이가 일어난 사람들은 평균 4회 정도였고, 숙면에 들어간 상태에서 보낸 시간도 각각 35분과 29분으로 차이를 보였다. 또 잠에서 깼을 때도 자고 싶어하는 욕구도 유전자 변이가 일어난 사람들에게서 훨씬 강하게 나타났다.
즉, DQB1 *0602 유전자 변이가 일어난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숙면을 취하기 힘들고 심한 경우 기면증까지 유발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러나 집중력이나 기억력에 있어서는 두 그룹에 뚜렷한 차이는 발견되지 않았다.

고엘 교수는 “야간 교대근무를 하거나 여행을 자주 다니는 등의 이유로 잠을 잘 못자는 사람의 경우 그 후에 몰려오는 피로감은 유전자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다”라며 “이것은 기면증을 겪고 있는 사람들에게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져다주는 실험이다”라고 말했다.

이 연구결과는 26일 의학저널 ‘Neurology’에 게재됐으며, 같은 날 미국논문소개사이트 유레칼러트가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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