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효과 있을지 '유전자 검사'로 미리 안다

  • 홍유미 헬스조선 기자
  • 최선영 헬스조선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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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10.06.30 08:43

    항암제에 사용하던 검사 위궤양·심혈관병에 활용
    투약여부·복용량 등 조절

    효과가 좋다고 검증된 약인데도 어떤 사람에겐 효과가 없거나 오히려 부작용만 심하게 나타나는 경우가 있다. 이처럼 특정 약이 환자에게 효과가 있을지 여부를 유전자 검사로 미리 확인하는 '약물반응 유전자 검사'가 보급되고 있다. 환자가 특정 약물의 대사에 간여하는 유전자를 정상적으로 가지고 있는지를 확인해 투약 여부 및 복용량을 결정함으로써 치료 효과를 높이고 부작용을 줄이는 방법이다. 과거에는 일부 항암제에 한해 이런 유전자 검사가 적용됐으나 최근에는 위궤양치료제, 심혈관질환 치료제, 우울증약 등까지 확대됐다. 일부 대학병원에서 검사받을 수 있으며, 비용은 검사 유전자에 따라 10만~30만원선이다.

    어떤 약물의 대사 과정에 간여하는 특정한 유전자가 변이된 사람은 해당 약물의 복용량을 조절해야 부작용을 막고 투약 효과를 높일 수 있다. 환자에게서 추출한 혈액에 시약을 넣어 유전자 검사를 위한 DNA를 분리하는 모습. /서울아산병원 제공
    어떤 약물의 대사 과정에 간여하는 특정한 유전자가 변이된 사람은 해당 약물의 복용량을 조절해야 부작용을 막고 투약 효과를 높일 수 있다. 환자에게서 추출한 혈액에 시약을 넣어 유전자 검사를 위한 DNA를 분리하는 모습. /서울아산병원 제공
    한국인 20%가 위궤양약 대사 유전자 변이

    위산 과다로 인한 만성 위궤양이나 위액이 식도로 올라와 생기는 역류성식도염이 생기면 위벽이나 식도를 보호하는 약을 복용한다. 만성 위궤양 치료제의 대표적 성분은 '오메프라졸'이며, 이 성분으로 만든 약이 국내에 10종 넘게 나와 있다. 그런데 한국인은 유전자 변이 때문에 오메프라졸 대사를 제대로 못 하는 사람이 다른 민족보다 많다. 미국인 중 오메프라졸 대사효소 유전자(CYP2C19)가 변이된 사람은 3~5%인데, 한국인은 약 20%다. 이런 사람이 보통 투약 용량인 20mg을 복용하면 약이 제대로 대사되어서 몸 밖으로 나가지 못하고 남은 오메프라졸이 간에 손상을 줄 수 있다. 따라서 오메프라졸 성분의 위궤양 치료제 복용 중 간 수치가 높게 나오면 유전자 검사를 받아볼 필요가 있다. 유전자 변이가 있으면 간 손상 예방을 위해 투약 용량을 절반으로 줄인다. 오메프라졸 대사 기능이 떨어져 있으면 용량을 줄여도 약물이 체내에 남아있는 시간이 정상인보다 길기 때문에 위궤양 치료 효과는 같다.

    혈액응고수치 이상의 80%는 유전자 때문

    심장수술을 받았거나, 뇌졸중이 생겼거나, 다리 정맥에 혈전이 생긴 사람은 '와파린'을 평생 복용해야 한다. 와파린은 피가 끈적끈적하게 뭉쳐서 혈관을 막지 못하도록 피를 묽은 상태로 유지하는 항응고제이다. 와파린은 그러나 너무 적은 양을 쓰면 뇌졸중이 올 수 있고 너무 많이 쓰면 뇌출혈이나 위장출혈을 일으킬 수 있어서 주기적으로 혈액응고수치(INR)를 검사해 피가 적정한 농도를 유지하는지 확인해야 한다.

    혈액응고수치가 적정 범위를 벗어나는 사람은 혈액을 채취해 와파린을 대사시키는 유전자(CYP2C9) 또는 와파린과 결합해 혈액응고를 막는 유전자(VKORC1)가 변이돼 있는지 확인하는 유전자 검사를 받아볼 필요가 있다. 한국 사람의 90%는 혈액 응고를 막는 VKORC1 유전자에 변이가 있다. 혈액응고수치가 적정 범위를 벗어나는 한국 사람의 80%는 이 유전자 이상 때문이다. 보통 성인은 하루에 2mg짜리 와파린을 2알 먹으면 되지만, 유전자 이상이 확인되면 복용량을 늘리거나 줄이는 처방을 한다.

    우울증약 부작용도 유전자 검사로 파악

    항우울제 성분 중 '아미트립틸린'도 유전자 변이가 있으면 제대로 대사되지 못한다. 아미트립틸린은 뇌에 작용해 마음을 안정시키고 잠이 잘 오게 한다. 갈증이나 낮에도 잠이 오는 등의 부작용이 흔하기 때문에 처음부터 쓰는 경우는 많지 않으나 항우울 효과가 뛰어나기 때문에 다른 약이 잘 듣지 않으면 사용한다. 의사가 약의 효과를 관찰하면서 6개월~3년 정도 하루 3알(30mg)에서 7알(75mg)까지 투약량을 조절하며 복용시킨다. 이 약을 복용하는 도중 부작용이 심각하면 대사효소 유전자(CYP2D6)에 변이가 있는지 검사해 볼 필요가 있다. 유전자 변이 때문에 아미트립틸린 대사를 제대로 못 해서 체내에 잔류한 약물이 부작용을 일으키는 경우라면 투약 용량을 줄여 부작용을 줄인다.

    〈도움말〉

    신재국 부산백병원 약물유전체연구센터 교수

    김종원 삼성서울병원 진단검사의학과 교수

    배균섭 서울아산병원 임상약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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