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라서 짜증난다? 생리대의 두 얼굴

입력 2011.03.23 16:52

여성은 일생의 1/8을 생리대와 함께 보낸다. 평생 약 500회의 생리를 하며, 지금 이 순간에도 폐경 이전 여성의 약 20%는 생리를 하고 있다. 여성이 생리로 평생 흘리는 피는 약 40리터. 이는 사람을 8명 만들 수 있는 양이다. 또 여성이 평생 동안 쓰는 생리대의 양은 1인당 약 1만2000여 개. 이런 생리대를 잘못 쓰면 몸을 망칠 수 있고, 심하면 사망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건강을 생각해야 할 생리대 이야기.


#1. 흡수율 높을수록 위험하다?
일반적으로 흡수량이 높은 생리대가 더 좋은 제품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자신의 생리량보다 흡수력이 강한 생리대를 사용하면 질 건조증이 생길 수 있다. 식약청에서는 생리대 중량의 1/10만큼의 물을 흡수할 수 있으면 생리대 제조 기준에 맞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생리대가 어떤 물질로 만들어져야 한다는 기준은 전혀 없으며, 다만 독성물질이 기준치 이상 검출되지 않아야 한다는 규정만 있을 뿐이다. 시중에 제품을 내놓기까지 따라야 할 기준이 이러하니, 생리대 제조사에서 포커스를 맞추는 것은 재질이 아니라 흡수율이다.

생리대 광고에서 생리대에 물을 붓고 얼마나 흡수가 잘 되는지 보여주는 장면을 흔히 볼 수 있다. 소비자들은 이 광고를 보고 흡수율이 높은 생리대가 그만큼 좋은 것이라는 인식을 갖는데 여기에는 함정이 있다.

흡수율을 좋게 하는 물질이 인체에 유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제조사들은 생리대의 흡수율을 높이기 위해 생리대 안쪽에 넣는 물질을 ‘고분자 흡수체’라고 선전한다. 말은 그럴듯하지만 실제로는 각종 화학물질의 복합체다.

아크릴산 중합체나 폴리비닐 알코올 따위를 원료를 복합해서 만들어졌다. 이는 자기 부피의 수백 배에서 1000배의 물을 흡수하므로 생리대뿐 아니라 각종 공업용 제품에도 사용된다. 이 물질을 많이 포함한 것일수록 흡수력은 크지만 독성 물질은 더 많아질 수 있다.

전문가들은 “생리대를 착용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생리대 안 화학물질이 밖으로 빠져나오는 양이 많아지는데, 이때 이 고분자흡수체 화학물질이 피부에 닿을 수 있는 가능성이 커진다”고 말했다. 생리할 때는 평소와 달리 질에서 자궁으로 통하는 관 부분이 열려 있으므로 이 화학물질이 질 내부로 들어갈 가능성도 높다. 이런 화학성분이 질 속으로 들어가면 질 건조증이 생기기 쉽고 점막파열 등도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2. 유난히 하얀 생리대, 더 좋을까?
생리대를 만들 때 사용하는 형광증백제도 문제다. 생리대 선전에 자주 볼 수 있는 문구가 ‘깨끗하다’는 것. 새하얀 색이 왠지 깨끗하고 안전한 것처럼 보이지만 새하얗게 보이려면 또 다른 화학물질을 대량으로 첨가해야 한다. 형광증백제라고 불리는 일종의 표백제인 이 물질을 생리대에 첨가해야만 생리대가 하얗게 된다.

형광증백제를 넣지 않은 상태의 생리대는 약간 누런색을 띤다. 형광증백제 성분 역시 생리대를 오래 쓸수록 피부에 묻는 양이 많아진다. 생리대를 착용한 부분의 피부가 따갑고 쉽게 짓무른다면 형광증백제가 빠진 생리대를 사용해 보는 것이 좋다. 포장지에는 형광증백제 표기가 있는 것도 있고 없는 것도 있어 헷갈리기 쉽다. 확인하고 싶다면 살균 소독기 같은 형광물질을 걸러내는 조명 아래 비추어 보면 된다. 형광색을 띠면 형광증백제가 들어간 것이다.
 

#3. 운동할 때 쓰는 ‘탐폰’이 사망의 원인?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청은 ‘여성을 위한 생리처리용품의 올바른 이해’라는 책자를 내놨다. 그 중 탐폰에 관한 내용을 보면 ‘독성쇼크증후군을 주의해야 한다’고 나와 있다. 독성쇼크증후군은 세균의 일종인 포도상구균이 방출하는 독소에 의해 발생하는데 증상은 감기와 비슷하다. 고열, 근육통, 설사, 햇빛에 탄 것과 같은 발진, 점막 출혈, 어지러움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할 경우 혈압 저하로 인해 쇼크에 빠지고 심한 경우 사망할 수도 있다. 특히 30세 미만, 10대의 경우 더 위험하다.

탐폰은 일반 생리대와 달리 질 속으로 직접 생리대가 들어가는 것이다. 때문에 생리대의 독성 물질이 직접 세포점막에 닿을 경우 이런 독성쇼크증후군이 발생할 수도 있다. 실제로 미국 CDC(질병통제센터)의 보고에 따르면 1968년 탐폰 개발 이후 1980년까지 탐폰으로 인한 독성쇼크증후군 발생자 수는 미국에서 813건이었고 그 중 사망에 이른 사람은 38명이었다.

이후 미 FDA(식품의약국)는 흡수율이 높은 탐폰을 사용할수록 독성쇼크증후군 발생 위험성이 높다고 밝히고, 흡수율이 큰 제품의 판매허가를 취소했다. 또한 모든 탐폰의 포장에 경고문을 표기하도록 하고 있다. 이후 독성쇼크증후군의 발생은 1997년에 6건, 1998년에는 3건으로 줄었다.

국내의 탐폰시장 규모는 연간 100억여 원 정도다. 동아제약이 템포가 그중 75~80%를 차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탐폰을 사용할 때 착용 시간을 준수하는 것이 독성쇼크증후군을 막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말한다. 권고 시간은 4시간이며, 최대 8시간을 넘어서는 안 된다. 탐폰을 착용하고 자는 것도 금물이다.

독성쇼크증후군 현상이 나타나더라도 탐폰을 빨리 제거하고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 쉽게 회복된다. 문제는 증세가 감기몸살과 비슷해 탐폰 때문인지 잘 모르고 그대로 두는 경우가 많아 증상이 더 악화된다. 한번 독성쇼크증후군을 경험한 사람에게는 다시 나타날 수 있어 탐폰을 사용하기 전 의사와 상담하는 것이 좋다. 탐폰 착용 시 손을 씻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손의 병균이 탐폰에 묻어 있으면 질 내로 들어간 탐폰에서 균이 번식할 우려가 있기 때문. 또 삽입 전에는 손잡이 끈의 상태가 튼튼한지 살펴보고, 삽입하는 쪽이 찌그러지거나 갈라진 것은 버린다.

#4. 한방 생리대는 어떨까?
몇 년 전부터 출시되기 시작한 한방생리대, 생리대 안에 여러 가지 한약 성분을 넣어 냄새를 없애주고, 피부를 짓무르게 하지 않으며, 건강에 유익하다고 선전한다. 하지만 식품의약품안전청은 지난해 12월 ‘한방생리대는 일반 생리대와 효능·효과 면에서 거의 차이가 없다’고 공식 발표했다. 다만 향이 강한 한약 성분이 생리혈의 냄새를 덮어주는 것은 인정됐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냄새가 나지 않기 때문에 필요 이상 오래 착용할 가능성이 크다”며 “냄새와 상관없이 1회용 생리대는 오래 착용할수록 피부가 화학성분과 접촉하는 시간이 길어지므로 ‘4시간 착용’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고 충고한다.


#5. 대안 생리대가 ‘대안?’
면 생리대가 일회용 생리대를 대체하는 새로운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다. 여성단체의 대안 생리대 운동과 더불어 건강을 중시하는 웰빙 열풍까지, 면 생리대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대안 생리대는 화학성분을 쓰지 않고 쓰레기를 발생시키지 않아 환경운동가들에게도 지지를 받고 있다. 특히 요즘 나온 면 생리대는 편리성까지 고려하고 있다.

생리대 양쪽에 날개를 덧붙이고 똑닥이 단추까지 달려 있어 면 생리대가 샐 것이라는 편견을 깼다. 또한 생리대는 흰색이어야 한다는 고정관념도 벗었다. 알록달록한 무늬와 화려한 색감의 생리대도 많다. 유기농 면사로 만든 면 생리대 등은 부유층을 대상으로 고가에 팔리기도 한다. 일반 면 생리대뿐 아니라 탐폰같이 질 안에 착용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삽입용 대안 생리대도 인기다. 키퍼, 해면 등의 이 대안 삽입용 생리대는 외국에서부터 시작돼 몇 해 전부터는 인터넷을 통해 우리나라에서도 살 수 있게 됐다. 직장인 손 모(32)씨는 "질 안에 착용해야 하므로 처음에는 사용하는 데 적응기간이 필요했다. 그러나 일단 익숙해지니 장시간 착용해도 안전하고 생리혈을 쏟아낸 다음 씻어내기만 해 훨씬 편하다“고 말했다.


Plus Info.
대안 생리대, 어떤 것들이 있나?

1회용이 아니라 쓰레기도 없다. 화학성분이 없어 염증 발생 우려도 적다. 화학성분과 반응하지 않아 냄새도 적다. 안전성과 편리성이 검증된 대안 생리대를 소개한다.

▶ 면 생리대(Rad Pads)
한번 쓰고 버리는 일회용 생리대와는 달리 천으로 만들어져 있어 빨아서 계속 사용할 수 있다. 보통 부드러운 천(플란넬 직물)과 테리 천(수건에 쓰는 천)으로 만든다. 겉 커버와 속감으로 구성되어 있고 두껍지 않도록 만들어졌다. 팬티에 고정시킬 수 있도록 날개와 똑딱 단추도 달려 있다. 쓰고 난 생리대는 커버와 속감을 분리해서 찬 물에 담가두었다가 다른 쇼속옷들과 세탁기에 함께 빨면 된다.

▶ 키퍼(Keeper)
고무나무에서 추출한 원료로 만들어진 자연고무 생리대이다. 깔대기처럼 생겨 질 안에 삽입하면 작은 깔대기 모양의 키퍼가 월경혈을 받아낸다. 재질이 천연고무로 되어 있어 부드럽고 착용감이 좋다. 화학물질이 포함되지 않아 안전하고, 12시간 연속으로 착용할 수 있다. 독성쇼크증후군의 위험도 없는 것으로 인정받았다. 성경험이 없는 여성은 적응 기간이 더 필요하지만, 한번 적응하면 편리하다는 것이 대부분의 평이다. 

▶ 해면(Sea Sponges)
깊은 바다에서 자라는 식물성 생물로 만들어진 실크 스폰지 생리대. 100% 재활용이 가능하며 환경호르몬을 포함하고 있지 않아 인체에 무해하다. 보통 때는 조금 단단하지만 물과 만나면 아주 부드러워진다. 해면을 물에 넣고 흠뻑 적신 다음 물기를 꼭 짜내고 질 내부에 삽입한다. 사용 후에는 해면을 꺼내 물로 씻는다.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