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분쟁 상담실] 환자가 이해 못했다면 수술동의 받았어도 '유죄'

입력 2007.09.18 15:50

병원 앞이 며칠째 시끄럽다. 1년 전 2명의 자녀를 둔 40대 주부가 자궁근종으로 인한 심한 하혈로 실신한 채 응급실로 실려 왔다. 산부인과 여의사는 “근종이 심하니 자궁을 제거하는 적출술을 하는 것이 좋다”고 설명하고 자궁을 모두 들어냈다. 그런데 수술 후 환자는 “자궁이 아기집인줄 몰랐다. 수술로 아기를 못 낳게 됐으니 여의사의 자궁을 떼어 이식해 달라”고 시위 중이다. 알고 보니 환자는 임신을 기다리고 있는 중이었다. 학교를 다닌 적이 없어 글을 읽을 줄 모른다고 했다.

진료란 진단과 처치뿐 아니라 환자가 적절한 치료 방법을 선택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모든 과정을 포함한다. 의료인에게는 일상적인 용어라도 환자가 쉽게 이해하도록 ‘눈높이 설명’을 해야 한다.

이 사건에 대해 법원은 “내용을 제대로 이해시키지 못한 채 수술동의서만 받은 것은 형식적인 승낙에 불과하다”며 불법 행위 책임을 인정했다. 의사가 아무리 오랜 시간 자세하게 설명하고 동의를 받아도 환자가 이해하지 못하면 위법한 수술이 되기 때문이다.

같은 말이나 표현이 나이, 직업, 학력, 종교, 가족관계, 환자가 됐다는 불안감 등에 따라 다르게 받아들여질 수 있다. 환자의 수준에 맞추려는 의료인의 노력이 필요하다.

/ 신현호 변호사

※ 헬스조선닷컴(www.healthchosun.com) 카운셀링 코너에서 의료분쟁 상담을 받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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