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코리아뉴스 / 이충만] 일본 아스텔라스(Astellas)의 압타머(Aptamer) 기술 적용 치료제 ‘아이저베이’(Izervay, 성분명: 아바신캅타드 페골·avacincaptad pegol)가 적응증 확대 허가 문턱에서 연거푸 실패하면서, 압타머 기술에 대한 기대가 증발하는 분위기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19일(현지 시간), ‘아이저베이’의 노인성 황반변성(AMD) 관련 지도 모양 위축(GA) 적응증 허가 신청서에 대해 보완 요청 서신(CRL)을 보내며 반려한 것으로 확인됐다.

아스텔라스 측에 따르면, FDA는 ‘아이저베이’의 안전성 또는 유효성에는 반문하지 않았으며, 라벨링 문구에 포함된 통계적인 측면을 지적했다. 라벨에 명시된 수치나 통계적인 해석이 문제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아이저베이’는 C5 보체 억제제로, 면역 체계에서 C5 보체 단백질의 활성화를 억제하는 약물이다. 보체는 면역 체계의 주요 구성 요소이며, C5 단백질은 보체 작동 과정의 마지막 단계에서 활성화된다. C5 보체 억제제는 이를 억제하여 염증 및 면역 반응을 조절하는 기전이다.

특히 C5 보체 억제제는 약값이 천문학적 수준인터라 전 세계에서 투약 가능한 환자 수가 극히 제한적임에도 일단 출시만 되면 수익성은 ‘따 놓은 당상’처럼 여겨지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9월 출시한 ‘아이저베이’는 올해 3월까지 약 7개월 만에 8170만 달러(한화 약 1130억 원)의 매출을 올린 바 있다.

AMD 관련 GA 적응증은 ‘아이저베이’의 매출을 더욱 증대시킬 수 있는 기회였다. 아스텔라스는 지난 2023년 8월과 올해 4월 각각 유럽 의약품청(EMA)과 FDA에 ‘아이저베이’의 AMD 관련 GA 적응증 추가 신청서를 제출했다.

그러나 아스텔라스의 적증증 확대 계획은 수포로 돌아가는 모양새다. EMA 산하 약물사용자문위원회(CHMP)가 올해 6월 적응증 확대 허가 반대 의견을 권고하자 아스텔라스는 지난 10월 해당 적응증 신청을 철회했다. 이어 FDA 역시 이번에 적증증 확대에 퇴짜를 놓으면서 ‘아이저베이’는 벌써 두번째 적응증 확대 좌초라는 쓴맛을 보게 됐다.

‘아이저베이’의 연이은 적응증 확대 좌초는 압타머 기술을 적용한 치료제 개발 기업들에게도 악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아이저베이’는 압타머라는 약물 전달 기술이 적용된 세컨드 치료제다.

압타머는 특정한 표적(단백질, 작은 분자, 세포 등)에 높은 친화력과 특이성을 가지고 결합할 수 있는 단일 가닥의 핵산(DNA 또는 RNA) 물질을 활용한 기술이다.

이 물질은 항체와 유사한 방식으로 작동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바이러스 혹은 암세포와 같은 특정 병원체를 표적하는 데 더욱 특화된 항체의 빛에 가려져 그간 압타머 기술에 대한 업계의 반응은 무관심에 가까웠다.

압타머 기술이 적용된 첫번째 치료제는 미국 화이자(Pfizer)의 ‘마쿠젠’(Macugen, 성분명: 페갑타닙·pegaptanib)으로, 지난 2004년 9월 미국 FDA의 허가를 취득했다.

이후 약 20년 동안 압타머 기술을 적용한 두 번째 치료제가 등장하지 않았으나, 아스텔라스의 ‘아이저베이’가 2023년 8월 허가를 받으며 압타머 기술에 대한 새로운 관심이 증폭되기 시작했다.

본지 취재 결과 현재 개발 중인 압타머 기술 적용 치료제 후보물질은 33개로, 대부분 2020년부터 본격적으로 개발을 시작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중 우리나라 기업인 압타머 사이언스 또한 ‘AST-201’ ‘AST-102’ ‘AST-202’ ‘AST-203’ ‘ApRC’ ‘ApIS’ 등 총 6개의 압타머 기술 적용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그런데 이번에 세컨드 압타머 기술 적용 치료제 ‘아이저베이’가 연달아 적응증 확대 문턱에서 좌초되면서 시장에서의 기대감도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

항체와 비교할 시 그 차이는 더욱 두드러진다. 항체는 이미 널리 연구되고 상용화된 기술로, 수많은 임상 시험과 시장 출시를 통해 그 안전성과 효능이 검증되었다. 반면 압타머 기술은 아직 상대적으로 초기 단계에 있어, 규제기관의 허가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