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컬투데이=최유진 기자] 아직까지 병동 내 부적절한 성희롱·성폭력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8일 서울특별시의회 보건복지위원회가 발표한 ‘2024년 의료인 성인지 감수성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최근 1년간 병원 내 성희롱·성폭력 피해를 경험한 비율은 11.3%(300명 중 34명)로, 의료진 10명 중 1명은 성희롱·성폭력 피해를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성폭력은 성을 매개로 가해지는 신체적·언어적·심리적 폭력을 의미하며, 성폭행(강간)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성희롱·성폭력 피해를 경험한 34명은 대부분 환자(76.5%)로부터 성희롱·성폭력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외 상급자(20.6%), 환자 보호자(17.6%) 등 순으로 높았다.

상급자·동료·하급자로부터 성희롱·성폭력 피해를 경험한 응답자(300명 중 8명) 중 37.5%는 ‘음담패설이나 성적 농담으로 불쾌감을 주는 행위’를 경험했다.

또 환자 및 환자 보호자로부터 성희롱·성폭력 피해를 경험한 응답자(300명 중 28명) 중 60.7%도 ‘음담패설이나 성적 농담으로 불쾌감을 주는 행위’를 가장 많이 경험했다.

심각한 상황은 의료진들이 성희롱이나 성폭력을 당했어도 함구했다는 점이다. 성희롱·성폭력 피해 경험자(300명 중 34명)는 성희롱·성폭력 피해 발생 시, 64.7%가 ‘참고 넘어갔다’고 응답했다. 더해 ‘병원 내 고충처리(상담)창구 등에 신고’한 비율은 2.9%로 낮았으며, ‘관련기관(여성가족부, 국가인권위원회, 성폭력상담소 등)’과 ‘경찰(혹은 검찰)’에 신고한 사람은 전무했다.

개별 심층인터뷰 사례에 따르면, 병동서 부적절한 신체 접촉이나 성적 농담 등 환자로부터의 성희롱이 발생했고, 대부분 젊은 여성 간호사가 대상이었다.

간호사 A씨는 “친구가 실습 중 1인실 환자의 혈압을 재러 갔는데, 갑자기 스킨십을 했다고 말해줬다”라며 “그런 일 말고도 사타구니 등을 소독하거나 드레싱 할 때, 이게 의료행위임에도 불구하고 성적인 언급이나 농담을 건네는 환자들도 있어 굉장히 불쾌한 일이다”고 전했다.

또 간호사 B씨는 “신체적인 접촉을 굉장히 좀 시도하는 환자들이 있다”며 “가슴을 터치한다거나. 그런 것에 대해 항의하면 모른 척을 한다든지, 아니면 딸 같아서 그랬다는 이런 말도 안 되는 변명을 한다든지 이런 경우를 실제로 옆에서 보기도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