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 정경실 의료개혁추진단장은 1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의료개혁 추진상황 브리핑을 열고 보상 수준이 낮은 1000여개 중증수술을 선별해 수가를 인상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정부가 보상 수준이 낮은 1000여개 중증수술을 선별해 수가를 인상할 방침이다. 저평가 또는 고평가된 의료행위를 점검해 수가를 조정하겠다는 구상이다.

보건복지부 정경실 의료개혁추진단장은 1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의료개혁 추진상황 브리핑을 열고 이같이 밝혔다.

현재 의료개혁특위에서는 △필수의료의 특성을 반영한 보상체계 개편 △의료공급 이용체계 정상화 △전공의 업무부담 완화와 수련의 질 제고 △의료사고 안전망 강화 등 네 가지 우선 추진과제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이날 브리핑에서는 필수의료의 공정한 보상체계 확립 추진상황과 비급여 실손제도 개선에 대한 논의 상황을 전했다.

특위에서 논의하고 있는 보상체계 개혁 방안은 크게 세 가지다. 먼저 행위별 수가체계의 불균형 구조를 전면 혁신하는 방안이다.

우리나라 수가제도는 모든 개별 행위마다 단가를 정해 지불하는 행위별 수가제를 근간으로 한다. 입원과 진찰 등 기본진료와 수술, 처치, 검체, 영상, 기능의 여섯 가지 유형으로 나눠진 약 9800개의 행위에 대해 수가를 정하는 구조다.

정부는 낮게 보상된 영역의 보상 수준을 높이고, 높게 보상된 영역의 보상 수준은 낮추는 혁신을 추진할 계획이다.

정 단장은 "행위 유형 중 기본진료와 수술, 처치는 보상 수준이 낮고 검체와 영상, 기능 유형은 보상이 높은 편"이라며 '이로 인해 중증의 고난도 수술을 하는 것보다 검사를 많이 할수록 유인이 커지는 구조에 대한 비판이 지속적으로 제기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모든 수가를 한 번에 조정하기 어렵기 때문에 우선 상급종합병원과 종합병원에서 주로 이뤄지는 중증수술로서 보상 수준이 낮은 1000여 개의 중증수술을 선별해 인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면서 "이 외에도 전문위원회 논의와 의료 현장 의견을 반영해 저평가된 의료행위에 대해서 수가를 적정 수준으로 조정하는 단계적 로드맵을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는 수술과 처치 분야에 우선 보상을 강화하는 핀셋인상을 시행할 계획으로, 연내 혹은 늦어도 내년 1월에 우선적으로 1단계 인상 적용 조치를 시행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정부는 의료 수가가 과학적 근거하에 신속하게 조정될 수 있는 체계를 확립하고자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내 의료비용분석위원회를 구성했다. 의료비용분석위원회에서는 의료 수가의 기초가 되는 원가를 과학적으로 분석하는 기틀을 마련한다.

또 행위별 수가제도의 기본이 되는 상대가치제도와 환산지수 개혁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정 단장은 "현행 행위별 수가제의 불균형이 신속하게 조정될 수 있도록 환산지수와 상대가치점수 조정체계를 전면 재정비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며 "오랜 기간 지속된 의료 수가의 왜곡된 구조를 바로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집중 투자 필요한 우선순위 감안해 공공정책수가 강화

필수의료 가치를 반영할 수 있도록 공공정책수가 강화에도 나선다.

필수의료 특성상 난이도와 위험도가 높은 분야, 응급진료 등 대기가 필요한 분야에 더 많은 보상이 이뤄져야 하지만, 현행 행위별 수가에서는 이를 충분히 보상하지 못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에 특위는 집중 투자가 필요한 분야로 △중증 △고난이도 필수진료 △응급 △야간과 휴일 △소아와 분만 분야 △취약지 등 여섯 가지 우선순위를 도출했다.

정 단장은 "우선순위를 감안해서 공공정책수가를 보다 체계적으로 도입할 예정"이라며 "예로, 중증진료로서 난이도와 위험도가 높은 분야, 상시적으로 대기가 발생하는 분야, 지역 특성상 인프라 유지 등 추가적인 비용 소요를 보장해야 되는 분야 등을 세밀하게 선정해 보다 두텁게 지원하겠다"고 설명했다.

성과보상제로 전환 작업 착수…의료기관별 적합 질환군 선정해 적용

행위별 수가제도로 인해 치료 결과물보단 행위량을 늘리는 데 집중하게 되는 문제를 근본적으로 개선할 수 있도록 가치 기반 지불제도도 혁신한다. 의료비 지출 증가를 제어해 건강보험의 지속 가능성을 제고하는 체계로 전환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획일적 종별가산제를 전면 정비해 성과보상제로 전환하는 작업에 본격 착수했다. 현재 상급종합병원이면 중증·경증 구분 없이 일률적으로 15%의 가산이 붙는 구조를, 중증을 진료할 때 더 보상을 받고 경증을 진료하면 덜 보상을 받는 구조로 전환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를 위해 의료기관별 기능에 적합 질환군을 선정해 적용한다.

정 단장은 "앞으로 의료기관이 적합 질환 환자를 더 많이 진료할수록, 환자 건강 성과를 더 효과적으로 개선할수록, 불필요한 진료비를 더 줄일수록 더 많은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전했다.

이어 "특위에서 발굴한 개혁방안 이행에 필요한 재원은 추가로 투입할 예정"이라며 "필요한 곳에는 집중 투자를 하면서도 불필요한 진료비는 줄이는 작업을 병행해 적정 보험률 내에서 건보 재정이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게 하겠다"고 강조했다.

비급여·실손 소위 구성해 실손보험 개혁 논의 착수

건강보험 수가 개선만으로는 필수의료가 외면받는 비정상적인 의료체계를 정상화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있는 가운데, 정부는 현 상황을 근본적으로 바꾸고자 지난 7월 의료개혁특별위원회 산하에 필수의료·공정보상전문위원회 내 비급여·실손 소위를 구성해서 비급여 관리와 실손보험 개혁에 대한 논의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소위에는 보건의료 및 보험 전문가, 의료계, 보험업계, 환자·소비자단체 뿐만 아니라 복지부,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등 관계기관이 참여해 개혁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정 단장은 "비급여 시장의 투명성 제고, 비중증 과잉 비급여 집중관리체계 구축에 초점을 맞춰서 개선책을 논의 중"이라며 "비급여 시장의 투명성을 제고하기 위해 현장에서 제각각 쓰이는 비급여 명칭 등을 체계화하고 표준화해 소비자·환자들이 어떤 행위와 치료재료인지 명확히 알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특히 비급여 공개제도를 개선해 항목별 단가를 공개하는 수준을 넘어 총 진료비, 안전성과 유효성 평가 결과, 대체 가능한 급여 진료 등을 종합적으로 공개해 환자·소비자가 비급여 진료를 합리적으로 선택할 수 있도록 돕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