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촌세브란스병원 진단검사의학과 신새암 교수

[메디칼업저버 배다현 기자] 필라델피아 염색체 양성(Ph+) 백혈병이 진단되기까지는 기본 혈액검사부터 세포/분자 유전학 검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검사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러한 검사들은 질병의 진단에만 활용되는 것이 아니라 치료 방법 결정, 치료 과정에서 약제에 대한 반응, 치료 후 예후 판정에 이르기까지 전주기에 걸쳐 도움이 된다.

최근에는 유전학검사기법의 발전으로 검사의 민감도가 더욱 높아졌다. 이러한 발전은 환자의 치료법 결정과 예후 판정 등을 용이하게 하고 환자맞춤치료에 한발짝 더 다가갈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신촌세브란스병원 신새암 교수(진단검사의학과)를 만나 필라델피아 염색체 양성 백혈병 분야에서 진단검사의 중요성과 발전 동향, 향후 과제 등을 들어봤다.

- 필라델피아 염색체 양성 백혈병 진단을 위해 하는 검사에는 어떤 것이 있으며, 이러한 검사들이 중요한 이유는 무엇인가?

필라델피아 염색체 양성 백혈병에는 만성골수성백혈병(CML)과 급성림프구성백혈병(ALL) 중 필라델피아 염색체 양성(Ph+)인 Ph+ALL이 있다. 필라델피아 염색체 양성 백혈병은 혈액 검사, 골수 검사, 면역표현형 검사, 세포/분자 유전학 검사 등을 종합해 진단한다. 기본 혈액검사 결과 악성혈액질환이 의심되는 환자는 골수검사를 시행해 확진한다.

골수 검사로는 흡인도말검사와 조직검사를 시행하며, 골수흡인액을 채취해 면역표현형 분석 및 세포유전학 검사, 분자유전학 검사를 시행해 진단 및 분류에 활용한다. 세포유전학 검사에는 염색체검사와 형광제자리부합법(FISH), 분자유전학 검사에는 PCR 및 sequencing 등이 포함된다.

이러한 검사들은 환자의 진단부터 치료 방침 결정, 예후 판정까지 모두 연관이 된다. 골수 검사에서 확인한 세포유전학 검사와 분자유전학 검사 결과로 환자를 진단하고, 또 그 결과를 가지고 변이를 확인해 타깃 치료제를 선택하는 등 치료 방침도 바로 결정하게 된다.

치료 과정에서는 해당 융합 유전자가 계속 줄어드는지 검사를 통해 모니터링한다. 치료 도중 기대만큼 그 수준이 내려가지 않으면 환자의 예후가 좋지 않고 재발을 경험할 수도 있어 이러한 모니터링이 예후 판정에 도움이 된다.

- 만성 골수성 백혈병(CML)과 Ph+ALL에서 주로 발생하는 변이와 그 특징은? 필라델피아 염색체로 인해 발생하는 BCR-ABL1 유전자에서는, 키나아제 도메인 내 점돌연변이가 발생해 TKI 치료에 획득 내성을 유발한다. 이는 나쁜 예후 및 높은 질병 진행 위험도와 연관된다.

이에 BCR-ABL1 돌연변이 검사는 TKI 약제 선택 및 치료 실패 시 약제 변경의 중요한 고려 요소다. 각 변이의 종류에 따라 내성을 보이는 TKI 약제의 종류가 알려져 있어, 치료 후 적절한 반응을 보이지 않거나 반응을 보이다가 소실되는 경우 돌연변이 검사를 해야 한다.

내성을 유발하는 주요 돌연변이 중 T315I는 기존 2세대 TKI 약제로 차단할 수 없다. 이 경우 3세대 TKI 포나티닙을 사용할 수 있다. 포나티닙은 T315I를 차단할 수 있는 약제로 국내에서 유일하게 허가 및 급여를 받은 약물이다. 유럽백혈병네트워크(ELN)와 미국종합암네트워크(NCCN)에서도 1차 또는 2차 치료에서 2세대 TKI에 저항성을 보여 치료에 실패했거나, T315I 돌연변이가 있는 환자에게는 포나타닙 사용을 권고하고 있다.

- CML과 Ph+ALL에서 돌연변이 확인을 위한 최신 진단 검사 방법은 어떤 것이 있으며, 기존 검사 방법과 차이점은 무엇인가? 기존에 CML과 Ph+ALL에서 BCR-ABL1 돌연변이 확인을 위해 사용해온 표준 검사방법은 직접염기서열분석법이다. 직접염기서열분석법은 검사의 정확도는 높지만 해당 변이가 전체의 15~20%는 돼야 검출이 가능해 민감도가 낮다는 제한이 있다.

반면 차세대염기서열분석(NGS)은 짧은 시간에 여러 유전자를 높은 민감도로 검출할 수 있다. 낮은 수준의 돌연변이도 조기에 검출할 수 있어 환자의 빠른 치료 결정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Digtal PCR(dPCR)은 기존 PCR이 하나의 well에서 반응을 일으키는 반면, 수만 개의 dropet이나 well에서 반응 구획을 만들어 굉장히 낮은 수준의 변이까지 검출하고 정량할 수 있는 방법이다. dPCR은 Ph+ALL의 T315I 돌연변이 또는 만성 골수증식성 신생물의 JAK2에서 발생하는 소수의 핫스팟 돌연변이 등을 검출하는 목적으로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다.

- MRD란 무엇이고 이를 측정하기 위한 검사 방법에는 어떤 것이 있나? MRD란 최소/미세 잔류 질환(Minimal/measurable residual disease)의 약어로, 치료 후에도 백혈병 세포가 기존 표준 검사방법의 검출 한계값 미만으로 잔존하는 것을 의미한다. Ph+ALL에서는 주로 유세포분석 및 RT-qPCR을 이용한 융합유전자 검출, NGS를 이용한 immunoglobulin gene rearrangement 검사가 MRD 측정을 위해 사용된다.

골수 검사 후 현미경으로 백혈병 세포를 확인하는 기존 검사 방법에서는 민감도 5% 정도로 잔존암의 검출이 가능했다. 이에 5% 미만이면 다 완전 관해로 생각했다. 그러나 검사 기법이 민감해지면서 더 낮은 수준의 잔존암을 검출할 수 있게 됐고, 낮은 수준의 잔존암 유무에 따라 환자들의 예후가 나뉜다는 걸 알게 됐다.

이런 환자들은 치료를 달리 해주거나 추가적인 치료를 해주는 것이 도움이 된다는 점에서 최근 MRD 모니터링이 중요하게 여겨지고 있다.

- 돌연변이 및 관해 확인, 재발 또는 CML에서 가속기(AP), 급성기(BP)로의 진행 예방을 위한 적절한 검사 주기는 어느 정도가 좋은가? NCCN 가이드라인에서 권고하는 CML 환자의 반응 모니터링 주기는 골수 세포유전학적 검사의 경우 △진단 시 △치료 목표에 도달하지 못할 시 △혈액학적 반응의 소실 시 △완전 세포유전학적 또는 이에 상응하는 분자유전학적 반응의 소실 시다.

IS를 이용한 qPCR 검사는 △진단 시 △치료 시작 후 매 3개월마다(MR2 달성 시 2년간 매 3개월마다, 이후 매 3~6개월마다) 시행하며, MMR에서 BCR-ABL1 전사체 수준이 1-log 증가하는 경우 qPCR을 1-3개월 내에 반복해야 한다. BCR-ABL1 KD 돌연변이 검사는 △CP-CML 환자 및 치료 목표에 도달하지 못한 경우 △AP/BP-CML로 진행되는 경우에 시행하도록 권고한다. Ph+ALL의 경우 최소 5년간은 3~6개월마다 골수검사를 진행하라고 권고하고 있다. 또한 주기적인 BCR-ABL1 전사체의 정량 검사를 권고하고 있다.

- 필라델피아 염색체 및 유전자 진단검사와 관련해 개선 또는 발전이 필요한 부분은? NGS를 비롯한 유전체 기술의 발전으로 유전학검사기법이 고도화되고 있으며 임상진료에도 빠르게 도입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2017년부터 NGS 패널 검사가 도입돼 활발히 사용되고 있다.

최근에는 환자의 MRD 수준을 측정하고 재발을 예측하기 위해 BCR-ABL1 돌연변이를 한 번 검사하고 끝내는 것이 아닌 계속 모니터링할 것이 권고되고 있다. BCR-ABL1 뿐만 아니라 다른 유전자도 마찬가지로 추적 검사가 필요하다. 국내에서도 NGS나 dPCR 같은 새로운 기법들을 그런 용도로 확장해 이용할 수 있다면 정밀 의료에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CML 및 Ph+ALL에서 환자의 치료 반응 및 예후와 연관된 다양한 유전 변이를 확인하고, 치료 후 MRD를 검출하기 위한 분자기법을 발전시켜 환자의 개인맞춤치료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