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코리아뉴스 / 이충만] 장내 미생물 기반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가 차세대 항암제로 주목받으면서 국내 제약업계도 연구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장내 미생물은 우리 몸 속 미생물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약 4000에서 1만 종 이상 존재하며, 전체 수는 사람 세포 수의 총합보다 10배 이상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미생물은 소화를 돕고 해로운 외부 침입균를 공격하여 체내 면역 체계를 조절하는 데 기여한다.

장내 미생물의 생태계가 다양한 질병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점은 수 많은 연구 결과를 통해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아직까지 정확한 기전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체내 면역체계와 긴밀한 상호작용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업계는 장내 미생물이 면역체계와 관련있는 만큼, 이를 활용한 치료제 개발에 나섰는데, 바로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다. 이 치료제는 대변에서 수집된 장내 미생물을 환자에게 투약하여 장내 미생물 생태계의 불균형을 조절하는 접근법이다. 특히, 난치성 질환을 치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받고 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지난 2022년 12월, 사상 첫번째 분변 이식술(환자의 대장에 직접 분사하는 방식) 기반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 ‘레비요타’(Rebyota)를 허가했다. 이듬해 4월에는 경구용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 ‘보우스트’(Vowst)를 허가했다. 두 약물은 모두 클로스트리디움 디피실 감염(CDI) 치료제로만 허가를 취득했다.

제약·바이오 기업들은 가장 큰 규모의 의약품 시장인 항암제 시장을 겨냥하며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 개발에 잇따라 뛰어들고 있다. 국내에서는 쎌바이오텍과 지놈앤컴퍼니가 임상에 돌입, 상용화의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두 기업 모두 코스닥에 상장돼 있다.

쎌바이오텍·지놈앤컴퍼니, 임상 진행 중

#쎌바이오텍은 자사의 경구용 마이크로바이옴 대장암 치료제 후보물질 ‘PP-P8’의 개발에 공을 들이고 있다. ‘PP-P8’은 한국산 유산균을 활용한 것으로, 쎌바이오텍의 특허 균주 ‘CBT-LR5’에서 유래됐다. 대장암 세포를 죽이는 항암 단백질 P8을 약 100배 이상 생산할 수 있도록 설계된 유전자 재조합 약물이다.

회사 측에 따르면, 전임상 실험에서 대장암 세포 내로 침투한 P8 단백질은 대장암 증식에 관여하는 세포의 단백질에 결합하고, 성장 촉진 단백질을 파괴해 대장암 세포의 증식을 억제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회사는 ‘PP-P8’의 개발을 본격화하기 위해 지난 2021년 3월 식품의약품안전처에 ‘PP-P8’의 임상1상시험계획(IND)을 신청했다. 3년이 지난 2024년 3월, 식약처는 해당 IND을 승인했다.

시험은 전이성 직결장암 환자 32명을 대상으로 ‘PP-P8’의 내약성·안전성을 평가하고 유효성을 탐색하는 것으로, 서울대학교병원에서 실시한다. 시험의 예상 종료일은 2026년 3월 21일이다.

#지놈앤컴퍼니는 ‘GEN-001’의 개발을 임상2상시험 단계까지 끌어올리면서 치료제 상용화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GEN-001’는 건강한 사람에서 분리 동정한 락토코커스 락티스(Lactococcus lactis) 단일균주를 주성분으로 한 경구용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 후보물질이다. 암환자의 면역력 활성화를 통해 암을 치료하도록 설계됐다. 전임상 실험에서 ‘GEN-001’는 단독 면역항암 효능 뿐 아니라, 면역관문 억제제와의 병용요법으로도 예비 유효성을 입증했다.

지놈앤컴퍼니는 지난 2020년 1월, 독일 머크(Merck) 및 미국 화이자(Pfizer)와 ‘GEN-001’에 대한 임상시험 협력 및 공급계약을 체결하며 ‘GEN-001’의 글로벌 임상 시험을 공동으로 진행하고 있다. 현재 위암 환자를 대상으로 ‘GEN-001’+PD-L1 면역관문 억제제 ‘바벤시오’(성분명: 아벨루맙) 병용요법의 유효성 및 안전성을 평가하는 임상 2상을 실시하고 있다.

이 회사는 미국 MSD와도 2022년 3월, 임상시험 협력 및 공급계약을 체결하며 ‘GEN-001’의 개발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계약 체결에 따라 담도암에서 MSD의 PD-1 면역관문 억제제 ‘키트루다’(Keytruda, 성분명: 펨브롤리주맙·pembrolizumab)+‘GEN-001’ 병용요법을 평가하는 2상을 진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