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코리아뉴스 / 이충만] 타우(Tau) 단백질이 알츠하이머 발병의 주범으로 지목되면서 이를 겨냥한 업계의 치료제 개발 경쟁이 본격화되는 양상이다.

알츠하이머병은 치매를 일으키는 가장 흔한 신경 퇴행성 뇌 질환이다. 서서히 발병해 기억력을 포함한 인지기능의 악화가 점진적으로 진행된다.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뇌에서는 치매의 원인으로 알려진 아밀로이드 베타의 뇌내 침착뿐 아니라, 타우 단백질 과인산화와 연관된 신경 섬유 다발이 주요 병리학적 특징으로 관찰된다.

세포 내 타우 단백질은 신경세포의 미세소관에 결합해 신경세포 구조를 안정화하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병적인 상태의 타우는 과인산화와 같은 변형으로 인해 음전하를 띄면서 미세소관에서 분리되고, 신경독성을 나타내는 올리고머 및 응집체를 형성한다.

특히, 과인산화되고 응집된 타우 단백질은 알츠하이머병의 신경 퇴행과 타우병증의 주요 원인으로 여겨진다. 변형된 타우를 과발현하는 유전자 변형 쥐 모델에서 신경세포 손실과 인지기능 결함이 발생했다는 연구 결과가 보고되기도 했다.

타우병증은 알츠하이머병의 주요한 원인으로 광범위하게 연구됐지만, 현재까지는 주목할 만한 타우 표적 약물은 없는 상황이다.

지난해 치매 근본 치료제로 허가를 받은 ‘레켐비’(Lequembi, 성분명: 레카네맙·lecanemab)는 관련 임상에서 알츠하이머 환자의 타우 단백질 수치를 감소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레켐비’의 타깃은 아밀로이드 베타 침착으로, ‘레켐비’와 타우 단백질의 상호작용 기전은 아직 명확하게 규명되지 않은 상황이다.

제약·바이오 기업들은 타우 단백질을 직접 표적하는 치매 혁신 신약 개발에 나서고 있다. 동아에스티의 ‘DA-7503’가 대표적이다.

동아ST ‘DA-7503’, 차세대 치매 신약으로 주목

‘DA-7503’는 강력하고 선택적인 타우 표적 저분자 화합물이다. 동아ST는 이 후보물질을 타우 응집을 저해해 알츠하이머병과 타우병증의 치료제로 개발 중이다. 신경세포의 미세소관으로부터 분리된 변형된 타우 단량체에 선택적으로 결합해 타우 단백질이 올리고머를 형성하거나 타우 단량체가 응집체로 전이되는 것을 억제하는 기전을 보유해 차세대 치매 신약으로 주목받고 있다.

실제로 세포 및 비임상 동물 실험을 통해 세포 내 타우 올리고머, 원시섬유, 필라멘트, 신경섬유다발을 효과적으로 감소시키는 것은 물론, 병적인 타우로 인한 신경 퇴행 및 뇌 위축을 억제하고 알츠하이머병의 주된 증상인 기억 및 인지 저하를 개선하는 효과가 확인된 바 있다.

최근 동아에스티는 ‘DA-7503’의 임상 시험에 본격적으로 돌입하면서 치매 치료제 개발 계획을 순조롭게 추진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이달 15일 ‘DA-7503’의 1 IND을 승인했다. 회사측은 이번 1상에서 건강한 성인과 노인을 대상으로 ‘DA-7503’를 단회 및 반복 경구 투여 후 안전성, 내약성 및 약동학적 특성을 평가할 계획이다.

삼성제약·젬백스, ‘GV1001’ 개발 막바지 단계 도달

삼성제약와 관계사인 젬백스엔카엘이 공동 개발 중인 알츠하이머 치료제 후보물질 ‘GV1001’(성분명: 테르토모타이드염산염) 또한 타우 단백질을 타깃하는 약물이다. ‘GV1001’은 텔로머라제 유래 펩타이드 기반의 약물로, 제품명은 ‘리아백스주’이다.

식약처는 췌장암 치료제로 지난 2014년 9월 ‘리아백스주’를 국내 개발 신약 21호로 조건부로 허가했으나, 정식 품목허가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자 지난 2020년 8월 25일 허가가 취소된 바 있다.

이후 양사는 ‘GV1001’의 재허가를 추진하는 동시에 알츠하이머 치료제로도 개발하고 있다. 알츠하이머 치료는 아밀로이드 베타와 타우 단백질의 응축과 침착을 이중 억제하도록 설계됐다.

‘GV1001’의 국내 개발은 삼성제약이 담당하고, 글로벌은 젬백스가 주도하고 있다. 삼성제약은 지난 1월 알츠하이머에 대한 ‘GV1001’의 임상 3상 IND 변경 승인을 신청하고 3월 식약처로부터 승인을 받으면서 ‘GV1001’ 개발의 막바지 단계에 도달했다.

젬백스는 2023년 7월, 유럽 7개국에서 ‘GV1001’의 알츠하이머 2상 IND 승인을 받았고, 올해 4월부터 본격적으로 임상 환자 모집을 시작했다.

다만, ‘GV1001’는 주사제로, 환자들이 병원을 방문해 장시간 동안 주사를 맞아야 한다는 점에서 투약 편의성이 낮다는 단점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