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암 동반 다발성경화증 환자는 면역항암제로 암을 치료해도 괜찮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미국에서 진행된 후향적 연구 결과, 면역관문억제제로 치료받은 암 동반 다발성경화증 환자에게서 다발성경화증 재발 또는 질병 진행은 드물게 나타났다.

다발성경화증 환자는 흑색종, 폐암 등 발생 위험이 높고, 면역관문억제제는 이 같은 암 치료에 효과적이다. 그러나 면역관문억제제는 면역관문을 차단하기에 면역이 과활성화되거나 자가면역질환이 발생하는 등 치명적인 이상반응이 나타날 수 있다.

이 때문에 대부분 면역관문억제제 임상연구에는 다발성경화증 환자가 제외돼, 이들 환자에게 면역관문억제제 투약이 적절한지에 대한 의문이 있었다.

이번 연구는 소규모 환자군을 대상으로 진행됐을지라도 다발성경화증 환자에게 면역관문억제제를 사용할 수 있다는 근거를 제시한다.

미국 브리검여성병원 Prashanth Rajarajan 박사는 이번 연구 결과를 13~18일 미국 덴버에서 열린 미국신경과학회 연례학술대회(AAN 2024)에서 발표했다.

면역관문억제제 치료 후 임상적 재발·진행성 질환 각 1명 확인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이번 후향적 연구에는 3차병원에서 암을 동반했고 면역관문억제제로 치료 중인 다발성경화증 환자 65명이 포함됐다.

이들 중 55명은 재발완화형 다발성경화증, 10명은 1차 또는 2차 진행형 다발성경화증 환자였다. 중앙값 나이는 66세로 고령이었고, 4명 중 3명(72%)은 여성이었다.

전체 환자군의 3명 중 1명(34%)은 면역관문억제제 치료 시작 직전 질병수정치료를 받고 있었다. 모든 환자군은 면역관문억제제를 투약하면서 다발성경화증 치료를 지속했다.

연구에서는 다발성경화증 및 암 병력과 함께 치료와 예후 데이터를 수집해 분석했다. 참가자들에게서 가장 흔한 원발성 종양은 폐암(29%)과 흑색종(26%)이었다.

면역관문억제제 치료 시작 이후 11.3개월 동안 추적관찰한 결과, 단 1명만 증상과 해당 병변이 MRI에 나타나는 임상적 재발을 경험했다. 또 다른 환자 1명은 증상 없이 MRI 병변이 있는 진행성 질환이 확인됐다.

안전성 평가의 경우 3명에게서 뇌염, 길랑-바레 증후군, 감각신경병증 등 신경학적 면역 이상반응이 나타났다. 21명은 비신경학적 면역 관련 이상반응이 관찰됐다.

아울러 25명(38.5%)은 마지막 추적관찰 시 암에 대한 부분 또는 완전관해가 확인됐다.

Rajarajan 박사는 "면역관문억제제로 치료받는 암 동반 다발성경화증 고령 환자에게서 다발성경화증 재발률 또는 질병 활성도가 상당히 낮다는 것을 연구에서 확인했다"며 "다발성경화증 환자에게 면역관문억제제를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이어 "암 진행 또는 암 관련 사망 위험은 면역관문억제제를 적게 사용했을 때 2차 다발성경화증 재발 위험보다 더 크다"면서 "이번 결과는 암 환자가 다발성경화증을 진단받았다는 이유로 신경과 또는 종양내과 전문의가 항암치료를 시행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덧붙였다.

단, 연구에는 전반적으로 재발이 적고 질병 활성도가 낮은 경향이 있는 고령 환자가 대부분 포함됐다. 이에 연구팀은 이번 결과가 질병 활성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젊은 환자에게는 일반화되지 않을 수 있다며 결과 해석에 주의를 요했다.

한편 연구팀은 다발성경화증에 이어 시신경척수염 등 다른 신경면역질환 환자에게 면역관문억제제가 미치는 영향을 연구할 계획이다.

Rajarajan 박사는 "면역관문억제제 투약 시 모든 자가면역질환의 재발이나 기타 면역 관련 이상반응 위험이 같지 않을 것"이라며 "면역관문억제제에 대한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 또 면역관문억제제 효과를 조사하는 연구에서 다발성경화증 환자를 배제하면 안 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