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컬투데이=이재혁 기자] 산후조리원에서 생후 8일된 아기가 떨어져 크게 다쳤는데도 조리원 관계자들이 모두 ‘무혐의’ 처분을 받아 억울하다는 한 아기 엄마의 사연이 전해졌다.

지난 25일 국회 국민동의청원 게시판에는 '산후조리원 신생아 낙상사고에 관한 청원'이라는 제목의 청원 게시글이 올라왔다.

청원을 올린 신모씨는 “저희 아이와 같은 낙상 사고가 앞으로 태어날 아이들에게는 두 번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산후조리원에 적절한 처분이 이뤄지고, 안전 지침이 의무화 될 수 있도록 해달라”며 청원 취지를 밝혔다.

청원에 따르면 신씨는 재작년 둘째 아이를 출산한 후 경기도 평택의 한 산후조리원을 이용했다.

출산 8일째 되던 날 오후 1시께 산부인과 담당의사와 조리원장이 신씨를 찾아왔고, 조리원장은 “아기가 혼자 꿈틀거리다 80cm 정도 되는 기저귀 교환대에서 떨어지는 걸 잡긴 잡았는데 바닥에 살짝 쿵 했다. 혹시 모르니 근처 종합병원에 가서 X-ray를 찍어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신씨는 아이 물품을 챙겨 종합병원에 갔으나 종합병원 응급실에선 생후 8일밖에 안된 신생아라 대학병원으로 가야 한다며 받주지 않았다.

구급차를 타고 오후 2시 30분 쯤 대학병원 응급실에 도착했으나, 아기를 금식시키고 검사를 받고 결과가 나오니 오후 5시가 다 됐다고

검사 결과, 아기는 머리 좌, 우 양쪽 두개골이 모두 골절 상태였으며 뇌출혈도 세 군데나 있는 상황이었다.

병원 측은 바로 신경외과 중환자실로 입원할 것을 권유하며 아이의 머리에서 뇌출혈 양이 늘면 바로 뇌 수술을 받아야 하고, 골절된 두개골이 엇갈려 부러져 2~3년 동안의 추적 관리가 필요하다고 안내했다.

그런데 사고가 난 지 3일째 경찰서에 조사를 받으러 갔다가 CCTV 영상을 보게 된 신씨는 조리원측의 ‘살짝 부딪혔다’는 이야기가 거짓임을 알게됐다.

영상 속에는 기저귀 교환대에서 다른 아기가 울자 간호사가 신씨의 아기를 잠시 옆에 이고 다른 아기를 안는 순간 신씨 아기의 속싸개가 같이 끌려가며 바닥으로 추락하는 모습이 담겼다. 또한 아이는 조리원측의 설명과 달리 96cm 높이에서 낙상한 것으로 밝혀졌다.

신씨는 “영상을 보면서 산후조리원 측에서 사고가 난 지 30분이 지난 후에야 사고를 축소해서 알렸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조금 더 빨리 제대로 알았다면 다른 병원 들리지 않고 바로 대학병원으로 갈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했다”고 전했다.

그럼에도 사고를 낸 당사자인 간호사는 얼굴 한 번 본 적 없었고, 조리원의 대표원장도 사과 한 번 없었기에 신씨는 법의 심판만을 2년여 가까이 기다렸다.

그러나 1년 7개월만에 전달된 수사결과 통지서에선 조리원 관계자들이 모두 ‘혐의 없음’으로 불송치 처분을 받았다고.

신 씨는 “영상만으로도 사고가 어떻게 난 건지 알 수 있는데 간호사에 대해서는 어떤 경위로 아기가 바닥에 떨어졌는지 여부를 알 수 없다고 한다”며 “조리원장은 행정원장이라 신생아 관리까진 관리 감독 할 수 없어 책임이 없고, 대표원장은 간호사들의 구체적인 신생아 관리까진 관리 감독 할 수 없어서 책임이 없다고 한다”고 토로했다.

이어 그는 “또 배테랑 간호사라 낙상예방교육을 할 필요가 없어서 원고의 주장은 이유가 없다고 한다”며 “오래된 경력이 있으면 교육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인가”라고 하소연했다.

그러면서 신씨는 “두 번 다시 이런 낙상사고가 일어나지 않길 바란다”며 “산후조리원에 적절한 처분이 이뤄지고, 한 번에 한 명의 아이만 기저귀를 교환하고록 세부 지침을 만들고, 조리원 신생아실 처치대에 가드 및 바닥 매트 설치가 의무화 될 수 있는 법이 생겼으면 한다”고 전했다.

한편 해당 청원에는 27일 현재 1만 1800여명이 서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