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이 커서 슬픈 그녀들, 거대유방증
44인치. 배불뚝이 중년남성의 허리둘레냐고? 아니다. 얼마 전 이웃집에 무단 침입하다 징역선고를 받은 일본 탤런트 코자쿠라의 가슴둘레다.
듣기만해도 숨막히는 그녀의 가슴을 둘러싼 유죄논쟁의 전말은 이렇다. 그녀는 평소 잘 알고 지내던 남성의 집을 찾아갔다가 집 앞에서 어떤 여성과 시비가 붙었는데, 화를 참지 못한 코자쿠라가 나무로 된 현관문을 발로 차자 큰 구멍이 생겨버린 것이다. 그 구멍으로 사람이 다닐 수 있을 것 같다는 당시 경찰의 수사보고로 징역1년 2개월에 집행유예 3년이라는 선고를 받고 말았다. 하지만, 항소심에서 실행된 모의실험 결과, 부서진 문의 직경보다 그녀의 가슴둘레가 훨씬 커서 집안으로 들어갈 수 없었을 것이다라는 판시가 나왔다. 결국 그녀는 무죄판결을 받았다. 혐의가 정말 없었다면 다행인 일이다.
큰 가슴으로 누리꾼들의 입방아에 오르는 또 다른 대표적 스타는 파멜라 앤더슨. 그녀는 자신의 육감적 매력 덕분에 종종 헐리우드 이슈의 중심에 있곤 했다. 재미있는 에피소드는 가수 키드 락과 토미 리의 신경전이다. 두 남성은 2007년 MTV의 한 뮤직쇼 기간 중 파멜라를 사이에 두고 거의 난투극 직전까지 갈 정도로 신경전을 벌였는데, 할리우드의 호사가들은 이러한 상황에 대해 앤더슨을 클레오파트라에 비교하여 “앤더슨의 가슴이 1cm만 작았어도 역사는 달라졌을 것” 이라는 재치 있는 어록을 남기기도 했다는 후문이다.
왼쪽은 코자쿠라 세레나, 오른쪽은 파멜라 앤더슨.
코자쿠라와 앤더슨처럼 풍만한 가슴은 세인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기에 충분하다. 그것이 부러움의 시선이든, 수술에 대한 의혹이 담긴 시선이든, 성적 환상을 담은 시선이든 말이다. 어쨌든 두 사람은 대중의 인기와 무죄판결 등으로 가슴의 덕을 본 좋은 경우라 할 수 있다. 하지만 현실에서 거대한 가슴을 가진 여성들의 거의 대부분은 혜택보다는 남모르는 많은 불편함과 고통을 겪는 경우가 많다.
유방의 이상적 크기는 다소 주관적이고, 환자 자신의 체격이나 문화, 시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이상적인 가슴의 크기는 서양에서는 힙 둘레와 비슷한 사이즈, 동양에서는 힙 둘레보다 1-2인치 작은 사이즈여야 한다는 것이 중론이다. 이런 조건들보다 신체 비율에 부조화를 보일 정도로 지나치게 큰 가슴을 ‘거대유방증’ 이라 일컫는다. 한국 여성의 경우 평균 가슴 크기인 200-250g(브래지어 A컵 정도, 200ml 우유 1팩-1팩 반) 보다 200g 이상 무거운 400g이상이면 거대 유방이라고 할 수 있다. 가슴의 크기가 1000cc라면 2kg의 짐을 짊어지고 사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거대유방증 환자는 전체 가임 여성인구의 5% 정도로 꽤 많은 편이다. 이러한 여성들은 빈약한 가슴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 마른 여성들보다 훨씬 더 힘겹게 살아가고 있다. 실제 필자가 진료했던 거대 유방증 환자 10명중 9명 가량이 수술을 받기 전 어깨, 목, 허리 등의 통증, 가슴 밑의 살이 허는 증상, 두통과 피로감, 손 저림 등 신체의 거의 모든 부분에서 통증을 호소해 왔다. 큰 가슴에 대한 심리적 위축감과 스트레스 등으로 겪는 정신적 고통까지 감안한다면 거대한 유방이 짐짝보다 부담스러워진다. 거대유방증은 외관상 문제뿐 아니라 각종 합병증을 유발하고, 심리적 장애까지 일으킬 소지가 많아 환자의 인식전환과 함께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난 가슴 성형을 했다. 그리고 많은 남성들이 이 가슴을 좋아한다. 뭐가 문제인가” 라고 외친 앤더슨처럼, 큰 가슴은 여성의 자신감과 섹시미의 대명사다. 그러나 어쩌면 현대판 클레오파트라도 그 자신감 너머로 남모를 고통을 겪고 있을 지 모를 일이다.
소설가 박상륭 선생의 표기에 따르면, '아름다움'이란 '앓음다움'이라 한다. 곧, '앓은 사람답다'는 뜻이다. 고통을 앓아 본, 아픔을 겪어 본 사람, 고뇌해 본 사람다운 흔적이 느껴지는 것이 비로소 아름다움을 완성한다. 혹, 앤더슨이나 고자쿠라의 가슴을 마냥 부러워하며 확대술을 꿈꾸던 이가 있다면, 한번쯤 곱씹어봐야 할 이야기 이다.
/바람성형외과 심형보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