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 바람’이 보통이 아니다. 눈부시게 투명한 크리스털 글라스와 최고급 스테이크라야 어울렸던 와인이 이제 삼겹살 집까지 파고 들었다. 집 앞 네거리에도, 할인마트에도 와인숍이 보인다.
와인 상식은 비즈니스맨의 ‘교양 필수’가 됐고, 대학가에도 와인 동아리가 인기다. ‘몸에 좋고 사교에도 좋은 술’이라는 이유에서다.
대한민국 와인 열풍은 그러나 문제가 있다. 너무 많이 마신다. 식사를 하며 와인을 마시고, 다시 2차로 와인 바에 들러 밤 늦도록 코르크를 따는 사람이 많다. 소주나 양주처럼 ‘벌컥벌컥’ 와인을 마시는 사람도 드물지 않다.
식사와 대화를 위한 술 와인이 한국에 건너와 술을 위한 술로 변모한 것이다. 그런데도 우리 한국인은 당당하다. “와인은 건강에 좋으니까…”라는 말로 우리의 과음을 합리화하고 있다.
물론 와인 속 ‘레스베라트롤’이나 ‘플라보노이드’ 같은 항산화 성분은 심장병 예방에 도움이 된다. 레드 와인이 몸에 좋은 고밀도 콜레스테롤(HDL)을 증가시키며, 혈전 형성을 억제한다는 것은 이미 의학적으로 밝혀져 있다. 의사들도 하루 한 두 잔씩 와인을 권고하는 이유다.
그러나 여기서 중요한 것은 ‘와인’이 아니라 ‘하루 한 두 잔’이다. 와인이 아닌 다른 술도 한 두 잔씩만 마시면 비슷한 효과가 있다.
와인 매니아들은 식사 때마다 와인을 마시는 프랑스 사람에게 심장병이 적다는 ‘프랜치 패러독스(Franch paradox)’를 예로 들면서 와인은 좀 많이 마셔도 좋다고 주장하는데, 프랑스 사람의 알코올성 간 질환 사망률이 서구에서 가장 높다는 점은 도대체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최근엔 와인의 심장병 예방효과가 과장됐다는 연구 결과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와인은 술이다. 지나친 알코올 섭취는 혈중 중성지방과 같은 지방 농도를 증가시켜 동맥경화성 질환을 유발하며, 비만 또는 영양 불균형의 원인이 되며, 해독을 담당하는 간을 혹사시키며, 체내 염증 세포를 증가시키고, 뇌 세포에도 나쁜 영향을 미친다.
와인이라고 예외가 아니다. 그런데도 “와인은 알칼리성이어서 산성 체질을 알칼리성으로 변화시킨다”는 억지 주장을 들으면 정말이지 기가 막힌다.
폭탄주가 난무하던 회식이나 비즈니스 술자리가 와인 잔을 부딪치는 모임으로 조금씩 변하는 것은 정말 바람직한 일이다. 대화가 없는 우리 사회에서 와인을 매개로 더 많은 대화가 가능해진다면 그 또한 환영할 일이다.
그러나 “와인은 괜찮다”는 인식은 경계해야 한다. 와인은 건강식품이 아니다. 조금 맛있는 술일 뿐이다.
/ 임호준 Health 편집장 hjlim@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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