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을 잘 먹어야 많이 크고, 튼튼해지고 힘도 나지’. 아이 키우는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종종 하는 말이다. 그러나 루게릭병 환자분들에게는 매우 절실한 이야기다. 지난번 칼로리 싸움에 대하여 언급한 칼럼을 본 혹자는 밥을 잘 먹는 것도 논문에 입증된 이야기냐? 고 물어왔다. 안 그래도 이 부분과 관련해서는 논문으로 발표를 준비하고 있던 중이었기에 이 부분의 가치를 연구를 통해 입증할 날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식이섭취, 체질량 지수, 체중, 체지방 증가율과 환자의 수명, 환자의 생체상태에 대한 상관성을 논문으로 그려간다는 것이 사실 그렇게 쉽지는 않다. 왜냐하면 누워있는 환자들이 대부분이 루게릭병 환자들의 경우 당장 체중을 재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휠체어를 타고 체중을 측정하고 휠체어 무게를 빼는 방법을 사용하기도 하지만 와상 환자 군의 경우 체중측정은 신장투석 환자 군에서 사용하는 침대전체를 측정하고 침대무게를 빼는 방식의 체중계가 필요하다. 그러나 체중만 잰다고 환자의 근육량과 체지방량, 체내수분분포를 파악하기는 불가능하다. 혈액검사를 한다고 만성빈혈소견 외의 특이 수치가 나오지 않는 환자들도 많기에 늘 고민이 있었다.
그러다 헬스장에 비치된 한 기계(생체계측신호기, BIA)를 우연히 보면서 생각이 달라졌다. 저 기계를 가지고 근육량, 체지방량, 체내수분분포를 측정할 수 있겠구나 싶었다. 다만 누워서도 측정할 수 있는 기계는 없을까 싶었는데 제조회사와 이야기 하던 중 누워서 측정이 가능한 기계도 최근 에 개발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바로 도입하여 루게릭병 환자분들을 상대로 측정을 시작했다. 예측한 데로 누워서도 체중을 측정하면서 환자분들의 근육상태를 간접적으로 정량분석이 가능했다. 기타 체지방, 체내수분분포, 위상각 등의 다양한 변수들을 측정할 수 있었다. 주기적으로 환자 군의 생체변수를 측정하고 체내 열량을 추가로 보강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한 끝에 나름의 프로토콜이 완성되었다. 환자 군에게 일 1800~2500kcal의 열량을 공급하는 프로그램은 난이도가 매우 높은 작업이지만 많은 환자분들께서 의지를 가지고 이겨내 왔다.
그렇게 루게릭병 환자들의 비침습적인 측정 프로토콜의 개발과 다양한 임상 연구를 시작했고 인천로뎀병원의 수년간의 연구결과를 분석하여, 고려대 안암병원 신경과 교수팀과 공동 발표 했다. 신경과 김병조, 박진우 교수팀과 함께 진행한 루게릭병 환 자군의 생체전기신호측정기(Bioelectrical impedance analysis, BIA)를 통한 다양한 체질량변수인자의 추적관찰 및 생존분석 연구에서 충분한 영양 공급만으로도 환자의 예후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이 국내 최초로 입증됐다. 그 동안 당연히 잘 먹으면 좀 더 낫겠지 정도의 추론으로 오가던 루게릭병 환자들의 영양과 생존추이에 대한 분석을 정량, 정성적으로 분석해 낸 것이다. 루게릭병의 다양한 예후인자 가운데 세계적으로 체중과 체질량 지수에 대한 논문은 소수 보고된 바 있으나, 체지방 증가율의 가치를 추가로 발견하고, 경구식이(입으로 먹는 식사)의 가치가 생존기간 증가를 통하여 입증한 것은 최초였다는 면에서 의미가 크다.
본원에 입원했던 수백명의 환자군 가운데 고열량 식이 환자를 추출(재활치료와 내과적인 질환변수가 배제) 생체전기신호측정기(Bioelectrical impedance analysis, BIA)를 규칙적으로 추적했다. 그 동안 루게릭병 환자들에서의 고열량 공급이 예후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가설은 있었지만 명확히 규명된 바는 없었다. 대부분의 루게릭병 환자들이 체질량 지수가 20이 되지 않는 만성 영양결핍, 저체중상태인 것을 고려해 보면, 아무리 잘 섭취하고자 해도 1200kcal이상 하루에 섭취하기 쉽지 않은 환자 군에 있어서 고열량 영양요법은 하나의 중요한 치료이고 도전이라고 볼 수 있다. 연구팀은 본원에 입원했던 루게릭병 환자 53명의 장기 추적 데이터를 이용하여 생존분석을 시행한 결과, 경구 식이 섭취를 할 수 없는 환자의 경우 경구식이가 가능한 환자에 비해 사망위험비가 약 4.7배 증가하고 단위 시간당 체지방율의 증가 정도가 낮을수록 사망위험비가 약 4.9배 증가하는 것을 확인하였다.
이번 연구에 참여한 고려대 안암병원 신경과 김병조 교수님도 이 연구는 루게릭병 환자들에서 영양을 충분히 공급하는 것이 병의 진행을 늦출 수 있다는 가설을 검증한 연구라며 충분한 영양 공급과 함께 월 평균 체지방 변화율을 추적 관찰하는 것이 환자의 예후를 예측할 수 있는 지표가 될 수 있을 것이라 언급했다.
영양공급의 최적화, 그리고 호흡안정의 실현이 현재까지 루게릭병의 가장 중요한 현실적인 두 가지 최선이다. 환자나 환자 보호자 분들과의 상담에서 항상 우선 강조하고 말씀 드리는 이야기이다. 기존 신약치료에서 실패하고, 다양한 민간요법에 낙담하고 입원하는 환자분들이 본원에 입원하거나 상담할 때 다시 말씀 드린다. 다시 밥 싸움과 숨쉬는 싸움부터 시작해 보자고 모든 방법을 강구하여 당신의 몸에 2000kcal가량 들어갈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 보자고 말이다. 필자는 현재 추적관찰을 추가로 진행하고 관련 데이터를 분석하여 기타 환자의 예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다양한 변수인자를 찾고 있으며, 추가로 몇 가지 흥미로운 데이터도 관찰된 바 있다. 다음 칼럼에서는 환자분에게 도움이 될 만한 영양제에 대해서 이야기 해 보고자 한다. 루게릭병 환우 분들의 평안한 날을 기원한다.
* 본 칼럼의 내용은 헬스조선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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