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권모씨(22)는 164cm에 64kg으로 고도비만 환자는 아니었지만 한 가지 문제가 있었다. 그녀는 자신을 ‘단식원 VVIP 고객’ 이라 했다. 발육이 끝나기도 전인 청소년 시절부터 단식원을 들락거린 단식원 마니아였다.

한 번 단식원에 가서 열흘 동안 있다가 나오면 5kg 이 빠졌다고 한다. 지방보다 수분과 근육이 빠져나가는 것이었지만 살이 빠지면 정신적으로 해방되는 기분이 미칠 듯 좋았다는 것. 그러나 기쁨도 잠시, 사흘 정도 지나면 체중은 원래대로 돌아왔다. 권씨는 먹는 것으로 우울함을 달랬다. 계속 먹어대는 자신이 혐오스러웠지만, 어느새 손은 과자 봉지에서 입으로 반복운동을 하고 있었다. 살이 찌면 다시 단식원의 문을 두드렸다. 요요 현상의 반복, 지방흡입수술까지 감행했지만 결국 몸무게는 제자리였다. 결국 권씨는 “살찐 사람들은 월 해도 안 되는 구나” 하는 체념상태에 이르렀다. 문제가 있나 싶어 정신건강의학과를 찾았지만 특별한 원인을 찾지 못했다.

그녀에게 필요한 것은 스스로 절제하지 못하는 식습관이다. 권씨는 위밴드수술을 받기로 했다. 그리고 수술 후 8개월이 지나 52kg까지 빼는데 성공했다. 체지방만 12kg을 뺀 건강한 다이어트였다. 단식원에서 알게 된 친구에게도 건강하게 다이어트할 수 있다며 위밴드수술을 권했고, 최근 친구도 수술을 받았다. 수술하고 난 후부터는 음식을 보면 자제하지 못하는 자신을 혐오하지 않아도 된다는 게 정말 감사했다고 한다.

위밴드수술 상담을 받는 환자 대다수는 단식원, 식욕억제제, 다이어트한약 등을 접해본 이들이다. 몇 년 전 TV에서 했던 한 다이어트 프로그램 출연자가 찾아와 위밴드수술을 받았다. 다이어트 프로그램 출연 당시 그녀는 120kg으로 시작해서 강도 높은 합숙 훈련으로 6개월 동안 40kg을 감량했지만, 방송이 끝나고 사후관리가 되지 않아 요요 현상이 발생했다. 수술 후에는 9개월 동안 73kg까지 감량했다. 운동으로 체중을 감량하는 것은 좋은 방법이지만, 그 과정이 너무 힘들면 오래 유지하기 어려워진다. 체중감량은 평생 할 방법이어야 성공할 수 있다. 하루 4~5시간 강도 높은 운동과 식이조절을 동반하는 방법은 평소 학교와 직장 생활을 하면서는 쉬운 일이 아니다. 위밴드수술은 강제로 음식을 못 먹게 해 체중을 감량하는 수술이 아니다. 밴드의 내경을 조절해서 적은 양의 식사에도 포만감을 유도해 자연스럽게 식사량을 줄여주고, 소식 식습관을 형성할 수 있다. 특히, 고도비만(체질량지수 기준, 35㎏/㎡) 이상인 사람은 수술 외에 장기적인 효과와 안전성이 입증된 치료법이 없다는 게 전세계 의사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기고자 : 서울슬림외과 박윤찬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