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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내 뜻대로 되지 않더라도 나로서 잘 살아가려면 '마음 근력'을 길러야 한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아무리 건강하고 체력이 좋은 사람이라도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무게에는 한계가 있음을 안다. 그래서 처음부터 무거운 역기를 들지 않는다. 가벼운 무게로 시작해 조금씩 늘려간다. 몸의 세계에서 우리는 비교적 겸손하다.

그런데 마음의 세계로 들어오면 태도가 달라진다. 자신은 흔들려서도, 불안해서도, 상처받아서도 안 된다고 생각한다. 일이 뜻대로 되지 않으면 견디기 어려워하고, 다른 사람이 자기 뜻과 다르게 행동하면 쉽게 화가 난다. 그러면서도 자신의 마음이 어느 정도의 무게를 감당할 수 있는지는 살피지 않는다.

나는 이런 태도를 ‘마음의 오만’이라고 부른다. 불안하고 상처받고 흔들리는 것 자체는 마음의 오만이 아니다. 마음의 오만은 자신의 마음에도 한계와 훈련이 필요함을 인정하지 않은 채, 세상과 타인이 자기 뜻대로 움직이기를 요구하는 태도다.

사람은 자신의 체력보다 무거운 짐을 들어야 할 때 먼저 몸을 단련한다. 그러나 마음의 무게 앞에서는 자신의 한계를 쉽게 인정하지 않는다. 삶이 요구하는 무게는 무거운데, 이를 감당할 마음의 힘은 충분히 길러지지 않은 경우가 많다.

실패를 견디고 기다리는 힘이 충분히 길러지지 않은 경우도 있다. 거절 속에서 자신을 지키고, 뜻대로 되지 않는 현실을 받아들이는 법을 배울 기회가 부족했을 수 있다. 마음 근력은 타고난 기질과 어린 시절의 경험, 관계, 성장 환경의 영향을 받지만, 이후의 경험과 훈련을 통해 달라질 수 있다.

현실은 때로 가혹하며, 개인의 힘만으로는 바꾸기 어려운 관계와 환경도 있다. 그러나 고통의 원인을 세상과 타인에게만 돌리고, 주변은 자기 뜻대로 움직여야 한다고 믿을수록 마음은 더 깊은 좌절에 빠진다.

다른 사람의 마음과 지나간 과거, 예기치 않은 사건과 삶의 불확실성은 내가 통제할 수 없다. 문제는 세상이 내 뜻대로 움직이지 않는 데 있지 않다. 세상이 반드시 내 뜻대로 움직여야 한다고 믿는 데 있다.

같은 일을 겪어도 사람마다 느끼는 고통은 다르다. 사건 자체뿐 아니라, 그것을 어떻게 해석하고 어느 정도까지 통제하려 하는지, 뜻대로 되지 않는 상황을 어떤 태도로 받아들이는지가 고통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현실은 내 뜻대로 바꿀 수 없을 때가 많지만, 현실을 대하는 마음의 힘은 훈련할 수 있다. 고통이 저절로 성장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그것을 마주하고 의미를 찾아가는 과정은 사람을 더 깊고 단단하게 만들 수 있다.

마음 근력이란 세상을 내 뜻대로 움직이는 힘이 아니다. 세상이 내 뜻대로 움직이지 않더라도 나를 잃지 않는 힘이다. 불안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불안을 안고도 해야 할 일을 하는 힘이다. 상처받지 않는 것이 아니라, 상처받은 뒤에도 다시 일어서는 힘이다. 실패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실패를 자신에 대한 최종 판결로 받아들이지 않는 힘이다.

또한 마음 근력은 무조건 참는 힘도 아니다.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범위와 한계를 알고, 필요할 때 도움을 요청하며, 지나친 요구에는 경계를 세우는 힘이다. 마음 근력이 강하다는 것은 감정이 없는 사람이 된다는 뜻도 아니다. 자신의 감정을 외면하지 않으면서도, 그 감정에 휘둘리지 않는 힘이다.

몸의 근육이 반복적인 훈련으로 길러지듯, 마음 근력도 저절로 생기지 않는다. 불편한 감정을 피하지 않고 바라보며, 결과를 서두르지 않고 기다리는 연습이 필요하다. 나와 생각이 다른 사람을 곧바로 비난하기보다, 상대의 입장에 서 보려는 노력도 필요하다. 때로는 실패와 거절을 받아들이고, 내가 틀릴 수 있다는 사실도 인정해야 한다. 이러한 과정이 쌓여 마음의 근육을 만든다.

운동을 처음 시작한 사람이 무거운 역기를 들지 못한다고 해서 자신을 탓할 필요는 없다. 중요한 것은 자신의 현재 상태를 정확히 알고, 감당할 수 있는 무게부터 차근차근 들어 올리는 것이다. 마음도 마찬가지다. 불안과 버거움을 인정하는 것은 나약함이 아니라, 마음을 돌보는 출발점이다.

마음의 성장은 지금의 나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순간부터 시작된다. “나는 왜 이렇게 약한가”라고 자신을 몰아붙이는 것이 아니라, “지금 내 마음은 어느 정도의 무게를 감당할 수 있는가”라고 묻는 것이다. 그리고 오늘 내가 할 수 있는 작은 실천부터 시작하는 것이다.

한 번 더 생각한 뒤 말하는 것, 불편한 감정 앞에서 곧바로 반응하지 않는 것, 어려운 순간에도 해야 할 일을 조금씩 이어가는 것. 그것이 마음 근력 운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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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공정규 포항채움의원·마음치유아카데미 원장
우리는 몸의 한계 앞에서는 겸손하면서도, 마음의 한계 앞에서는 오만할 때가 많다. 이제는 그 마음의 오만에서 내려올 필요가 있다. 마음을 단련하지 않은 채 세상의 무게부터 들려고 해서는 안 된다. 세상을 내 뜻대로 움직이려 하기보다, 뜻대로 되지 않는 현실 속에서도 나를 지켜내는 힘을 길러야 한다.

지금 삶이 버겁다는 것은 마음이 약하다는 뜻이 아니다. 강한 사람은 처음부터 삶의 무게를 거뜬히 견딜 수 있었던 사람이 아니다. 자신의 한계를 정직하게 인정하고, 하루하루 마음을 단련해 온 사람이다.

(*이 칼럼은 사공정규 포항채움의원·마음치유아카데미 원장의 기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