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 부기인 줄 알았는데…” 사랑니 발치 후 응급수술, 무슨 일?

[의료분쟁 다시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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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으로, 기사 내용과는 관계 없음./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랑니는 치아 중 가장 나중에 나오는 어금니로, 턱뼈가 작아진 현대인에게는 공간이 부족해 비스듬히 나거나 잇몸 속에 묻혀 있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잇몸 염증이나 충치 등을 유발해 발치가 필요한 경우가 적지 않다. 이처럼 사랑니 발치는 흔한 치과 시술이지만, 구강 내 세균으로 인해 드물게 심부 감염이 발생할 수 있다. 감염이 턱 아래와 목 주변으로 퍼지면 기도 폐쇄 위험까지 생겨 응급수술이 필요한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헬스조선은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의 조정 사례를 바탕으로, 사랑니 발치 후 세균 감염으로 목 부위에 염증이 발생해 전신마취하에 응급수술을 받은 환자의 사례를 정리했다.

◇사건 개요
20대 남성 A씨는 2024년 2월 16일, B치과병원에서 왼쪽 아래 사랑니 발치를 위해 파노라마 방사선영상 검사와 CBCT(콘빔 컴퓨터단층촬영) 검사, 스케일링을 받은 뒤 발치술을 시행했고 항생제, 소염진통제, 위장약 3일분을 처방받았다. 다음 날에는 발치 후 처치를 받았다.

이후 2월 22일, A씨는 목 염증이 심하다고 호소하며 다시 병원을 찾았고, 봉합사 제거와 함께 근육주사를 맞았다. 다음 날에도 침을 삼킬 때 통증을 호소해 ‘린코마이신’ 근육주사 등을 맞았다. 2월 24일 오전에는 “입이 잘 벌어지지 않고 아직 통증이 남아 있다”고 호소했다. 의료진은 근육주사 등을 시행한 뒤 주말 동안 증상이 심해지면 응급실을 방문하고, 월요일에도 호전되지 않으면 상급병원으로 의뢰하겠다고 안내했다.

결국 A씨는 당일 오후 C상급병원 응급실을 찾았고, 경부 CT 검사 결과 세균 감염이 턱뼈 아래 공간으로 퍼져 고름이 고이는 질환인 ‘하악하 농양’을 진단받아 입원했다. 같은 날 밤 전신마취하에 절개·배농술을 받았으며, 이후 경과가 호전돼 약 일주일 뒤 퇴원했다.

◇A씨 “정확한 판단 및 치료 미흡” vs B병원 “처치, 경과 관찰 적절”
A씨는 사랑니 발치 후 상태가 악화해 진료와 치료를 받았으나, 환자 상태에 대한 정확한 판단과 치료가 미흡해 전신마취 응급수술까지 받게 됐다고 주장했다. 또한 목 부위 감염이 심해질 경우 기도 폐쇄 등 위험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설명도 듣지 못했다며 손해배상을 요구했다.

반면 B치과병원 측은 난도가 높은 사랑니 발치였지만 특이 소견 없이 정상적으로 발치가 완료돼 술기상 과실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또한 발치 후 환자가 목 염증을 호소하자 근육주사와 약 처방을 이어갔고, 상태를 확인한 뒤 상급병원 전원 가능성도 안내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적절히 시행했다고 반박했다. 또한 사랑니 발치 후 감염은 최선의 조치를 다했더라도 불가항력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합병증이며, 환자가 의료진의 전원 조치 없이 개별적으로 응급실을 방문한 만큼 보상 책임은 인정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의료중재원 “발치 자체는 정상적… 감염 확산 처치 미흡 및 조기 전원 지연”
의료중재원은 사랑니 발치 계획 자체는 통상적인 진료였다고 봤다. 다만 발치 이후 감염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적절한 처치와 전원 조치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아 의료 과실을 추정할 수 있다고 봤다.

진료기록 등을 검토한 결과, 의료중재원은 환자가 2월 22일 재내원했을 당시 이미 연하 곤란과 개구 제한 등 심부 감염이 진행됐고 치조골염이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이에 발치창 세척과 배농로 확보 등 적극적인 처치가 필요했지만 관련 기록이 확인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또한 의료진이 2월 24일 상급병원 전원을 고려했으면서도 즉시 전원하지 않고 경과를 더 지켜보기로 한 점도 적절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사랑니 발치 후 발생한 하악하 농양은 발치 후 감염에 따른 합병증으로 볼 개연성이 있으며, 병원 측도 다른 원인으로 발생했다는 점을 입증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설명의무 위반도 인정됐다. 의료중재원은 사랑니 발치 동의서는 작성됐지만 감염 발생 가능성에 대한 설명은 확인되지 않았다며, 발치 후 감염은 충분히 예상 가능한 합병증인 만큼 이에 대한 설명이 이뤄지지 않은 것은 설명의무를 다하지 못한 것으로 판단했다.

최종적으로 양측은 중재원의 감정 결과를 바탕으로 원만히 합의했고, 조정이 성립됐다.

◇사랑니 발치 후 주의점 알아둬야
사랑니가 똑바로 자라 위아래 치아가 정상적으로 잘 맞물리고, 구강 위생 관리가 청결히 유지된다면 반드시 발치할 필요는 없다. 다만 사랑니가 비스듬히 나거나 매복돼 주변 치아를 손상시키거나 충치, 잇몸 염증을 반복적으로 유발하는 경우에는 발치가 권장된다.

사랑니 발치 후에는 감염 관리가 중요하다. 감염이 턱밑 심부 공간인 하악하 간극으로 퍼지면 고름이 기도를 압박해 기도 폐쇄 등 위중한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다. 따라서 약을 복용해도 침이나 물을 삼키기 어렵거나, 입이 두 손가락 너비 이상 벌어지지 않는 개구 제한이 나타나고, 부기가 턱 아래와 목 주변까지 단단하게 퍼지거나 오한과 고열이 지속된다면 지체하지 말고 병원을 찾아야 한다.

발치 후 합병증을 예방하고 안전하게 회복하기 위해서는 환자의 관리도 중요하다. 발치 후 안전한 회복을 위해서는 빨대를 사용하거나 침을 세게 뱉는 행동은 혈병(피딱지)을 떨어뜨릴 수 있으므로 피해야 한다. 발치 후 이틀 정도는 얼음찜질을 해 부기를 줄이고, 최소 일주일간 음주와 흡연은 삼가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