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터파크·계곡 간다면 꼭 알아두세요… ‘조용한 익사’ 신호

이미지
물에 빠진 사람은 호흡에 대부분의 힘을 써 구조를 요청하거나 팔을 흔드는 행동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본격적인 휴가철을 맞아 워터파크와 계곡, 해수욕장을 찾는 사람이 늘고 있다. 물놀이 인파가 많아질수록 익수사고 위험도 함께 커진다. 실제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지난 2020년부터 2024년까지 응급실손상환자심층조사 참여병원의 데이터에 따르면 비의도적 익수사고로 응급실에 내원한 환자는 523명이고, 4명 중 1명 이상(28.7%)은 사망할 정도로 위험성이 높다.

◇물장구치는 모습으로 착각하기 쉬워
물에 빠진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호흡 유지다. 말을 하려면 숨을 내쉰 뒤 다시 들이마시는 과정이 필요하지만, 물속에서는 수면 위로 입을 잠깐 올려 숨을 쉬는 것만으로도 버겁다. 이 때문에 구조를 요청하거나 팔을 흔드는 행동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미국의 인명구조 전문가 프란체스코 피아 박사가 정리한 ‘본능적 익수 반응(Instinctive Drowning Response)’은 사람들이 물속에서 질식을 피하고자 하는 행동으로 물보라가 거의 튀지 않고, 손을 흔들지 않으며 소리를 지르거나 도움을 요청하지 않는다. 익수자는 팔을 좌우로 벌려 물을 아래로 누르며 몸을 띄우려 하고, 몸은 수직 자세를 유지한 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데 이런 반응은 보통 물속으로 가라앉기 전 마지막 20~60초간 나타난다.

이런 행동은 자칫 물장구를 치는 것처럼 보여 구조를 늦출 수 있다. 그러나 코와 입이 물에 잠겨 정상적인 호흡을 하지 못하면 혈액 속 산소가 감소하는 저산소혈증이 발생할 수 있다. 초기에는 공포감과 몸부림이 나타날 수 있지만 산소 부족이 계속되면 판단력과 의식이 떨어지고 근육에도 힘이 빠진다. 결국 몸을 수면 위로 유지하지 못하고 가라앉게 되며, 저산소혈증이 심해지면 뇌 손상과 심정지로 이어질 수 있어 빠르게 구조해야 한다.

◇몸은 수직인데 앞으로 못 가면 위험 신호
익수자를 알아보려면 소리보다 자세와 움직임을 살펴야 한다. 몸이 물속에서 수직으로 서 있는데 발차기하지 못하거나, 머리를 뒤로 젖힌 채 입만 간신히 물 위로 내놓는 모습이 대표적이다. 입이 물속과 수면 위를 반복해서 오가거나 눈에 초점이 없고 멍한 표정을 짓는 경우도 있다. 머리카락이 얼굴을 덮고 있어도 치우지 못하고, 사다리나 물가가 가까이 있는데도 그쪽으로 이동하지 못하면 익수를 의심해야 한다.

수영을 잘하는 사람도 갑작스러운 경련이나 부상, 강한 물살, 탈진 등으로 익수 상태에 빠질 수 있다. 특히 어린이는 물놀이 도중에도 소리 없이 가라앉을 수 있어 보호자가 가까이서 지속적으로 살펴야 한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는 어린이가 물 주변에 있을 때 휴대전화 사용을 피하고 한시도 눈을 떼지 말아야 한다고 권고한다.

또한 음주 후에는 물에 들어가지 않는 게 안전하다. 술은 판단력과 반응속도, 균형감각을 떨어뜨리고 위험 행동을 유발할 수 있다. 특히 우울증, 불안장애, 조현병 등 특정 약물을 복용한 뒤 물에 들어가는 행동 역시 익수 위험을 높일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무작정 뛰어들면 위험… 부력 장비부터 던져야
익수자를 발견하면 먼저 주변 사람에게 알리고 119에 신고해야 한다. 구조 경험이 없는 사람이 곧바로 물에 뛰어들면 익수자가 구조자를 붙잡는 과정에서 두 사람 모두 위험해질 수 있다. 가능한 경우 구명환이나 구명조끼, 튜브처럼 물에 뜨는 물체를 던지거나 긴 막대와 수건 등을 내밀어 물 밖에서 구조를 시도해야 한다.

물속 구조와 물속 인공호흡 역시 관련 훈련을 받은 사람이 자신의 안전을 확보할 수 있을 때만 시행해야 한다. 물에 직접 들어가 구조하는 경우 환자가 의식이 있다면 반드시 뒤로 접근해 구조해야 한다. 익수자가 의식 없이 엎어져 있다면 반듯하게 눕힌 뒤 머리를 팔로 끌어안고 수영해 물 밖으로 나와야 한다.

익수자를 물 밖으로 옮긴 뒤에는 의식과 정상적인 호흡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만약 호흡이나 심장이 뛰지 않고 반응이 없는 상태라면 현장에서부터 인공호흡과 가슴압박을 이용한 심폐소생술을 즉각적으로 시행해야 한다. 의식과 호흡이 정상이라면 젖은 옷을 벗기고 마른 담요 등으로 감싸 체온을 유지하며 안정을 취하게 해야 한다.

또한 물에 빠지면서 경추나 머리에 큰 손상을 입었을 가능성이 있다면 되도록 머리와 목이 움직이지 않도록 고정해야 한다. 경추 손상이 없을 것으로 생각되는 익수자의 경우, 구토하면서 구토물이 폐 안으로 들어갈 수 있어 이를 방지하고 기도를 확보하기 위해 얼굴을 한쪽으로 돌리는 것이 좋다. 구강 내 이물을 제거하기 위해 손가락을 입안으로 넣어 훑어내는 행위는 오히려 구역 반사를 더 자극하고, 구강 내 이물을 더 깊이 입안으로 집어넣을 수 있어 피해야 한다.

마신 물을 빼내기 위해 환자의 배를 누르거나 거꾸로 들어 물을 빼내는 행위 역시 절대 금물이다. 이런 행동은 심폐소생술과 같은 중요한 처치를 방해·지연시킬 수 있고, 위장관 파열과 같은 부작용으로 환자 상태를 악화시킬 수 있다.

◇구조 후 괜찮아 보여도 증상 살펴야
구조 직후 의식이 또렷하고 말을 할 수 있다고 해서 무조건 안심할 수는 없다. 물을 흡인해 폐 기능에 이상이 생기면 기침이 지속되거나 빠르고 힘겨운 호흡, 가슴 불편감, 청색증, 혼란 등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초기에 특별한 증상을 호소하지 않았더라도 병원에서 기본적인 평가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 특히 심정지가 발생하지 않았더라도 구조 호흡 등 응급처치가 필요했다면 병원으로 이송해 전문적인 평가와 처치를 받고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