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 통증 무시하다… ‘골반뼈’ 무너질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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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클립아트코리아
주 6회 술을 마시던 50대 남성 A씨는 2년간 이어진 고관절 통증을 허리 문제로 생각했다.

통증이 계속됐지만 뚜렷한 원인을 찾지 못했던 A씨는 정밀검사 끝에 대퇴골두 무혈성 괴사를 진단받았다. 음주력이 있는 사람이 사타구니 주변 통증이나 고관절 움직임 제한을 느낀다면 허리 질환이나 단순 근육 문제로 넘기지 말고 원인을 확인해야 한다.

웰튼병원 정형외과 송상호 병원장은 “대퇴골두 무혈성 괴사는 통증이 나타난 뒤 병원을 찾았을 때 이미 진행된 상태로 발견되는 환자가 적지 않다”며 “고관절 질환이라는 인식이 낮아 허리 문제로 생각하고 치료받다가 뒤늦게 진단되는 사례도 있다”고 말했다.

대퇴골두 무혈성 괴사는 대퇴골두로 가는 혈류가 줄면서 뼈 조직이 손상되는 질환이다. 대퇴골두는 허벅지뼈 머리 부분으로 골반뼈와 맞닿아 걸을 때마다 체중을 받는다. 손상이 진행되면 뼈 모양이 변하거나 주저앉으면서 관절 기능이 떨어질 수 있다.

대퇴골두가 다른 관절보다 혈류 문제에 취약한 이유는 혈관 구조에 있다. 뼈 안쪽으로 들어가는 혈관이 길게 이어져 있어 혈액 공급이 줄면 대퇴골두 뼈 조직이 손상되기 쉽다. 혈류가 줄어든 상태로 지속되면 뼈조직이 약해지고 괴사 부위가 커질 수 있다.

환자 진료 과정에서 흔히 확인되는 위험 요인은 음주와 스테로이드 사용이다. 다만 환자의 절반 정도는 원인을 명확하게 찾지 못하는 특발성으로 분류된다. 장기간 많은 양의 술을 마시거나 고용량 스테로이드를 사용하는 과정에서 뼈로 가는 혈류에 영향을 받을 수 있으며, 잠수병이나 일부 혈액 질환도 발병과 관련이 있다.

송상호 병원장은 “우리나라에서 대퇴골두 무혈성 괴사가 비교적 많이 발생하는 배경에는 음주 문화와 관련성이 있다고 본다”며 “활동량이 많은 연령대에서 발생하면 직장생활이나 운동 등 일상 기능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대퇴골두 무혈성 괴사가 어려운 이유는 통증 양상이 허리 질환과 비슷하다. 고관절에 문제가 있어도 엉덩이나 허리 주변 통증으로 느끼는 환자가 있어 허리 디스크 치료를 먼저 받다가 진단이 늦어지는 사례도 있다. 사타구니 주변 통증이 반복되거나 다리를 굽히고 돌리는 동작이 이전보다 불편하다면 고관절 상태를 확인하는 것이 좋다.

진단은 엑스레이와 자기공명영상(MRI)을 함께 활용한다. 진행된 단계에서는 엑스레이에서도 대퇴골두 변형이 확인되지만, 초기 변화는 엑스레이만으로 확인하기 어렵다. MRI를 통해 괴사 범위와 뼈 손상 정도를 파악한 뒤 치료 방향을 결정한다.

치료는 괴사가 진행된 단계와 통증 정도에 따라 달라진다. 대퇴골두가 무너지기 전이라면 약물 치료와 함께 괴사 부위의 압력을 낮추는 감압술 등 관절 보존 치료를 시행한다. 감압술은 대퇴골두에 작은 구멍을 내 내부 압력을 낮추고 혈류 개선을 유도하는 방법이다. 과거에는 괴사 부위를 피하기 위한 회전 절골술도 시행했지만, 최근에는 인공관절 수술 결과가 좋아지면서 시행 빈도는 줄었다.

대퇴골두가 변형되거나 관절면 손상이 진행된 단계에서는 인공관절 수술을 고려한다. 송상호 병원장은 “관절을 살리는 치료만 고집하는 것이 항상 좋은 선택은 아니다”며 “괴사의 진행 정도와 통증, 일상생활 불편을 함께 보고 치료 시기를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