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악구장애인종합복지관 '찾아가는 복약 상담소'
처방약·영양제·생활습관까지 1대1 점검
"약 줄이기보다 안전하게 먹도록 돕는 일"
"이렇게 많은 약을 먹어도 되는 걸까,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지난 15일 낮 12시 서울 관악구장애인종합복지관 4층 상담실. 복약 상담을 받으러 온 송정은씨(42)는 가방에서 평소 먹는 약과 영양제를 꺼냈다. 처방약만 무려 7알. 당뇨 전 단계와 갑상선기능저하증이 있는 송씨는 영양제도 함께 챙겨 먹고 있었다. 알약을 삼키는 게 부담스러워 젤리 형태 영양제를 먹기도 했지만, 이날 상담에서 당 함량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을 들었다. 송씨는 "약국에서는 이렇게 자세히 이야기하기 어렵다"며 "어디가 아프면 어느 병원에 가야 하는지도 알려줘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이날 복지관에서는 사단법인 늘픔가치의 '찾아가는 복약 상담소'가 열렸다. 늘픔가치는 약국을 벗어나 주민의 생활영역에 가까이 다가가는 약료 활동을 지향하는 단체다. 공공성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지역사회와 협력하는 '마을약사' 활동을 표방한다. 이날 상담소에서는 약사들이 복지관이라는 지역사회 공간에서 주민을 만나 처방약과 일반의약품, 건강기능식품은 물론 식사·수면·운동 같은 생활습관까지 함께 살폈다.
◇약 봉투·처방전·영양제 놓인 책상… 생활습관부터 물었다
복지관 4층 복도를 따라 여러 상담 공간이 나뉘어 있었다. 한쪽 방에서는 늘픔가치 직원들이 참여자들을 먼저 맞았다. 책상 위에는 약 봉투와 처방전, 영양제 통이 하나둘 올라왔다. 처방전을 모아온 사람도 있었고, 약 봉투만 가져온 사람도 있었다. 약을 챙겨오지 못한 참여자는 사전 설문지를 보며 기억나는 약과 평소 궁금했던 내용을 정리했다.
상담은 두 단계로 진행됐다. 먼저 약사가 아닌 직원이나 자원봉사자가 약 10분 동안 기초 설문을 했다. "식사는 하루에 몇 번 하세요?" "물은 얼마나 드세요?" "잠은 잘 주무세요?" "운동은 하세요?" 같은 질문이 이어졌다. 복용약만 보는 것이 아니라 식사, 수면, 운동, 수분 섭취, 보호자 유무까지 함께 확인했다. 이후 참여자는 약사가 있는 방으로 이동했다. 약사 상담은 약 20분 동안 이어졌다. 약사는 참여자가 가져온 약을 하나씩 확인하고, 처방전과 사전 설문 내용을 함께 보며 복용약을 정리했다. 상담이 끝나면 약사는 상담 내용을 자체 프로그램인 '케어링 노트'에 기록했다. 참여자는 만족도 평가 등 피드백을 남기고 상담실을 나섰다.
장애나 고령으로 혼자 상담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보호자나 복지관 사회복지사가 함께 앉았다. 지체장애가 있는 유지담씨(40)는 이날 보호자가 함께 오지 못해 관악구장애인종합복지관 김현보 사회복지사와 상담에 참여했다. 정신건강의학과 약을 10년 가까이 복용해 온 유씨는 최근 다리와 고개가 떨리는 증상이 약과 관련 있는지 궁금해했다. 약사는 현재 복용 중인 떨림 완화 약의 효과가 충분한지 병원에서 다시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김현보 사회복지사는 "부모님도 약에 대해 궁금한 점이 있었지만 직접 동행하기 어려운 상황이라 대신 지원했다"며 "약사님이 병원에 가서 확인해야 할 내용을 정리해 줘 이후 보호자에게도 전달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처방약뿐 아니라 불편한 증상과 생활까지 같이 살펴"
이날 상담에 참여한 손채윤 약사는 경기 부천의 한 약국에서 근무하고 있다. 그는 2~3년 전부터 늘픔가치 복약 상담 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손 약사는 참여자가 약을 가져오면 가장 먼저 '식별'부터 한다. 처방전이 있으면 확인이 쉽지만, 알약만 가져온 경우에는 어떤 약인지 확인한 뒤 목록을 만든다. 이후 사전 설문 내용을 보며 함께 사는 사람이 있는지, 보호자가 있는지, 식사는 잘하는지, 수면과 운동 상태는 어떤지 살핀다.
손 약사는 "오늘 장애인복지관에서는 한 병원을 중심으로 다니는 분들이 많아 여러 병원 약이 중복되는 사례는 많지 않았다"며 "대신 변비처럼 현재 겪는 불편이 복용 약과 관련 있는지 확인하고 설명해 드리는 경우가 있었다"고 말했다.
노인종합복지관처럼 여러 병원에 다니는 이용자가 많은 곳에서는 약이 겹치거나 상호작용이 의심되는 사례도 있다. 이 경우 중복되는 부분을 알려주고, 필요하면 소견서를 작성하기도 한다. 상담은 처방약에만 머물지 않았다. 참여자들이 가져온 영양제와 건강기능식품도 함께 확인했고, 약사는 복용 약과 생활습관, 현재 겪는 불편 증상을 연결해 설명했다.
약국과 다른 점은 시간과 대화의 깊이다. 손 약사는 "약국에서도 자세히 묻는 분들이 있지만 손님이 많으면 눈치를 보거나 처방받은 약 위주로만 이야기하게 된다"며 "여러 병원을 다니는지, 생활습관은 어떤지, 실제로 어떤 불편을 겪는지는 먼저 묻지 않으면 잘 나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단골 어르신 집 가보니 약 뒤섞여…정리·중재 필요"
늘픔가치를 이끄는 박상원 대표는 관악구에서 14년간 약국을 운영한 약사다. 그는 약국을 운영할 당시에도 주민들과 대화하는 시간을 늘리려 했지만, 환자가 몰리는 시간에는 충분한 상담이 쉽지 않았다고 했다. 주민에게 약국은 여전히 '뭔가를 사고파는 공간'으로 인식돼 "이런 걸 물어봐도 되나" 하는 부담도 있었다.
전환점은 2018년 건강보험공단의 가정 방문 복약 상담 시범사업이었다. 박 대표는 오랫동안 자신의 약국을 찾았던 단골의 집을 방문했다가 약국 안에서는 알 수 없던 장면을 봤다. 아침약과 저녁약이 뒤섞여 있었고, 다른 약국에서 받은 약까지 함께 놓여 있었다. 그는 "약국에서 약을 잘 드리는 것만으로 끝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됐다"며 "여러 병원과 여러 약국을 이용하는 만큼 그 사이에서 약을 정리하고 중재해 주는 역할이 필요하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늘픔가치는 현재 관악구에서 연간 약 400명을 상담하고 있으며, 동작구와 성남시 등으로 서비스를 넓혀가고 있다. 박 대표는 지역사회 통합돌봄이 확대될수록 복약 상담 수요도 늘어날 것으로 본다. 다만 모든 상담을 가정 방문으로 감당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거동이 가능한 주민은 복지관이나 행정복지센터 같은 지역 거점에서 상담하고, 거동이 어렵거나 훨씬 고령인 주민은 가정 방문을 병행하는 방식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지난 15일 낮 12시 서울 관악구장애인종합복지관 4층 상담실. 복약 상담을 받으러 온 송정은씨(42)는 가방에서 평소 먹는 약과 영양제를 꺼냈다. 처방약만 무려 7알. 당뇨 전 단계와 갑상선기능저하증이 있는 송씨는 영양제도 함께 챙겨 먹고 있었다. 알약을 삼키는 게 부담스러워 젤리 형태 영양제를 먹기도 했지만, 이날 상담에서 당 함량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을 들었다. 송씨는 "약국에서는 이렇게 자세히 이야기하기 어렵다"며 "어디가 아프면 어느 병원에 가야 하는지도 알려줘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이날 복지관에서는 사단법인 늘픔가치의 '찾아가는 복약 상담소'가 열렸다. 늘픔가치는 약국을 벗어나 주민의 생활영역에 가까이 다가가는 약료 활동을 지향하는 단체다. 공공성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지역사회와 협력하는 '마을약사' 활동을 표방한다. 이날 상담소에서는 약사들이 복지관이라는 지역사회 공간에서 주민을 만나 처방약과 일반의약품, 건강기능식품은 물론 식사·수면·운동 같은 생활습관까지 함께 살폈다.
◇약 봉투·처방전·영양제 놓인 책상… 생활습관부터 물었다
복지관 4층 복도를 따라 여러 상담 공간이 나뉘어 있었다. 한쪽 방에서는 늘픔가치 직원들이 참여자들을 먼저 맞았다. 책상 위에는 약 봉투와 처방전, 영양제 통이 하나둘 올라왔다. 처방전을 모아온 사람도 있었고, 약 봉투만 가져온 사람도 있었다. 약을 챙겨오지 못한 참여자는 사전 설문지를 보며 기억나는 약과 평소 궁금했던 내용을 정리했다.
상담은 두 단계로 진행됐다. 먼저 약사가 아닌 직원이나 자원봉사자가 약 10분 동안 기초 설문을 했다. "식사는 하루에 몇 번 하세요?" "물은 얼마나 드세요?" "잠은 잘 주무세요?" "운동은 하세요?" 같은 질문이 이어졌다. 복용약만 보는 것이 아니라 식사, 수면, 운동, 수분 섭취, 보호자 유무까지 함께 확인했다. 이후 참여자는 약사가 있는 방으로 이동했다. 약사 상담은 약 20분 동안 이어졌다. 약사는 참여자가 가져온 약을 하나씩 확인하고, 처방전과 사전 설문 내용을 함께 보며 복용약을 정리했다. 상담이 끝나면 약사는 상담 내용을 자체 프로그램인 '케어링 노트'에 기록했다. 참여자는 만족도 평가 등 피드백을 남기고 상담실을 나섰다.
장애나 고령으로 혼자 상담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보호자나 복지관 사회복지사가 함께 앉았다. 지체장애가 있는 유지담씨(40)는 이날 보호자가 함께 오지 못해 관악구장애인종합복지관 김현보 사회복지사와 상담에 참여했다. 정신건강의학과 약을 10년 가까이 복용해 온 유씨는 최근 다리와 고개가 떨리는 증상이 약과 관련 있는지 궁금해했다. 약사는 현재 복용 중인 떨림 완화 약의 효과가 충분한지 병원에서 다시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김현보 사회복지사는 "부모님도 약에 대해 궁금한 점이 있었지만 직접 동행하기 어려운 상황이라 대신 지원했다"며 "약사님이 병원에 가서 확인해야 할 내용을 정리해 줘 이후 보호자에게도 전달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처방약뿐 아니라 불편한 증상과 생활까지 같이 살펴"
이날 상담에 참여한 손채윤 약사는 경기 부천의 한 약국에서 근무하고 있다. 그는 2~3년 전부터 늘픔가치 복약 상담 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손 약사는 참여자가 약을 가져오면 가장 먼저 '식별'부터 한다. 처방전이 있으면 확인이 쉽지만, 알약만 가져온 경우에는 어떤 약인지 확인한 뒤 목록을 만든다. 이후 사전 설문 내용을 보며 함께 사는 사람이 있는지, 보호자가 있는지, 식사는 잘하는지, 수면과 운동 상태는 어떤지 살핀다.
손 약사는 "오늘 장애인복지관에서는 한 병원을 중심으로 다니는 분들이 많아 여러 병원 약이 중복되는 사례는 많지 않았다"며 "대신 변비처럼 현재 겪는 불편이 복용 약과 관련 있는지 확인하고 설명해 드리는 경우가 있었다"고 말했다.
노인종합복지관처럼 여러 병원에 다니는 이용자가 많은 곳에서는 약이 겹치거나 상호작용이 의심되는 사례도 있다. 이 경우 중복되는 부분을 알려주고, 필요하면 소견서를 작성하기도 한다. 상담은 처방약에만 머물지 않았다. 참여자들이 가져온 영양제와 건강기능식품도 함께 확인했고, 약사는 복용 약과 생활습관, 현재 겪는 불편 증상을 연결해 설명했다.
약국과 다른 점은 시간과 대화의 깊이다. 손 약사는 "약국에서도 자세히 묻는 분들이 있지만 손님이 많으면 눈치를 보거나 처방받은 약 위주로만 이야기하게 된다"며 "여러 병원을 다니는지, 생활습관은 어떤지, 실제로 어떤 불편을 겪는지는 먼저 묻지 않으면 잘 나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단골 어르신 집 가보니 약 뒤섞여…정리·중재 필요"
늘픔가치를 이끄는 박상원 대표는 관악구에서 14년간 약국을 운영한 약사다. 그는 약국을 운영할 당시에도 주민들과 대화하는 시간을 늘리려 했지만, 환자가 몰리는 시간에는 충분한 상담이 쉽지 않았다고 했다. 주민에게 약국은 여전히 '뭔가를 사고파는 공간'으로 인식돼 "이런 걸 물어봐도 되나" 하는 부담도 있었다.
전환점은 2018년 건강보험공단의 가정 방문 복약 상담 시범사업이었다. 박 대표는 오랫동안 자신의 약국을 찾았던 단골의 집을 방문했다가 약국 안에서는 알 수 없던 장면을 봤다. 아침약과 저녁약이 뒤섞여 있었고, 다른 약국에서 받은 약까지 함께 놓여 있었다. 그는 "약국에서 약을 잘 드리는 것만으로 끝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됐다"며 "여러 병원과 여러 약국을 이용하는 만큼 그 사이에서 약을 정리하고 중재해 주는 역할이 필요하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늘픔가치는 현재 관악구에서 연간 약 400명을 상담하고 있으며, 동작구와 성남시 등으로 서비스를 넓혀가고 있다. 박 대표는 지역사회 통합돌봄이 확대될수록 복약 상담 수요도 늘어날 것으로 본다. 다만 모든 상담을 가정 방문으로 감당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거동이 가능한 주민은 복지관이나 행정복지센터 같은 지역 거점에서 상담하고, 거동이 어렵거나 훨씬 고령인 주민은 가정 방문을 병행하는 방식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다음은 박상원 대표와의 일문일답.
-약국에서도 복약지도를 하는데 왜 밖으로 나왔나?
"약국에서의 대화는 대개 '약'이라는 실물이 있을 때 시작된다. 그러나 복약 문제는 약을 잘못 먹는 것뿐 아니라 꼭 먹어야 하는 약을 스스로 끊는 문제도 있다. 고혈압이나 고지혈증 약을 당장 증상이 없다는 이유로 임의 중단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부분은 약국에서 발견하기 어렵다."
-약 개수를 줄이는 것이 복약 상담의 목표인가?
"그렇지 않다. 목표는 약의 개수를 줄이는 것이 아니라, 필요한 약을 안전하고 올바르게 먹도록 돕는 것이다. 치료를 위해 약을 줄일 수 없는 상황이라면 부작용을 줄일 수 있는 생활습관을 안내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속쓰림이 있는 환자에게는 식사 직후 복용이나 충분한 수분 섭취처럼 실천 가능한 방법을 설명한다. 본인이 겪는 증상이 약과 관련 있을 수 있다는 점을 아는 것만으로도 무작정 약을 끊는 일을 예방할 수 있다."
-복지관이나 행정복지센터에서 상담하는 방식의 장점은 무엇인가?
"가정 방문은 생활환경과 약 보관 상태를 직접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모든 주민에게 가정 방문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다제약물을 복용하더라도 복지관에 올 수 있는 환자들은 지역사회 공간에서 상담받는 것이 효율적이다. 동시에 앞으로 이용할 수 있는 복지 자원을 알게 되는 경험도 된다. 복지기관과 함께하면 상담 이후 병원 진료나 보호자 전달로 이어지기도 쉽다."
-상담이 지속돼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약물 문제는 환자의 생활 속에 숨어 있어 첫 만남에서 바로 드러나지 않을 때가 많다. 복지관에서 이유 없이 쓰러지는 일이 반복됐지만 검사에서는 별다른 이상이 나오지 않았던 어르신이 있었다. 여러 차례 상담하며 신뢰가 쌓인 뒤에야 '저녁 약을 깜빡해서 다음 날 아침에 한꺼번에 먹었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제시간에 먹으면 문제가 없던 약도 한꺼번에 몰아서 먹으면 급성 저혈압 같은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이런 중요한 정보는 시간적 여유와 신뢰가 있어야 나오는 경우가 많다."
-'지역 거점형 복약상담' 모델이 확산되려면 무엇이 필요하다고 보나?
"이 활동은 단순한 복약 상담 서비스가 아니라, 복약 상담을 매개로 보건의료인과 사회복지 영역이 지역사회 안에서 협력하는 무대를 만드는 일이다. 실제 상담이 일어나는 20분뿐 아니라 현장을 준비하고 사전에 조율하는 보이지 않는 수고가 크다. 앞으로 지역사회 통합돌봄이 안착하려면 복약 상담도 일회성 서비스가 아니라 지속해서 누적·연계되는 지역 건강관리 프로그램으로 보고 지원할 필요가 있다."
-약국에서도 복약지도를 하는데 왜 밖으로 나왔나?
"약국에서의 대화는 대개 '약'이라는 실물이 있을 때 시작된다. 그러나 복약 문제는 약을 잘못 먹는 것뿐 아니라 꼭 먹어야 하는 약을 스스로 끊는 문제도 있다. 고혈압이나 고지혈증 약을 당장 증상이 없다는 이유로 임의 중단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부분은 약국에서 발견하기 어렵다."
-약 개수를 줄이는 것이 복약 상담의 목표인가?
"그렇지 않다. 목표는 약의 개수를 줄이는 것이 아니라, 필요한 약을 안전하고 올바르게 먹도록 돕는 것이다. 치료를 위해 약을 줄일 수 없는 상황이라면 부작용을 줄일 수 있는 생활습관을 안내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속쓰림이 있는 환자에게는 식사 직후 복용이나 충분한 수분 섭취처럼 실천 가능한 방법을 설명한다. 본인이 겪는 증상이 약과 관련 있을 수 있다는 점을 아는 것만으로도 무작정 약을 끊는 일을 예방할 수 있다."
-복지관이나 행정복지센터에서 상담하는 방식의 장점은 무엇인가?
"가정 방문은 생활환경과 약 보관 상태를 직접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모든 주민에게 가정 방문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다제약물을 복용하더라도 복지관에 올 수 있는 환자들은 지역사회 공간에서 상담받는 것이 효율적이다. 동시에 앞으로 이용할 수 있는 복지 자원을 알게 되는 경험도 된다. 복지기관과 함께하면 상담 이후 병원 진료나 보호자 전달로 이어지기도 쉽다."
-상담이 지속돼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약물 문제는 환자의 생활 속에 숨어 있어 첫 만남에서 바로 드러나지 않을 때가 많다. 복지관에서 이유 없이 쓰러지는 일이 반복됐지만 검사에서는 별다른 이상이 나오지 않았던 어르신이 있었다. 여러 차례 상담하며 신뢰가 쌓인 뒤에야 '저녁 약을 깜빡해서 다음 날 아침에 한꺼번에 먹었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제시간에 먹으면 문제가 없던 약도 한꺼번에 몰아서 먹으면 급성 저혈압 같은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이런 중요한 정보는 시간적 여유와 신뢰가 있어야 나오는 경우가 많다."
-'지역 거점형 복약상담' 모델이 확산되려면 무엇이 필요하다고 보나?
"이 활동은 단순한 복약 상담 서비스가 아니라, 복약 상담을 매개로 보건의료인과 사회복지 영역이 지역사회 안에서 협력하는 무대를 만드는 일이다. 실제 상담이 일어나는 20분뿐 아니라 현장을 준비하고 사전에 조율하는 보이지 않는 수고가 크다. 앞으로 지역사회 통합돌봄이 안착하려면 복약 상담도 일회성 서비스가 아니라 지속해서 누적·연계되는 지역 건강관리 프로그램으로 보고 지원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