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유형·원인 각양각색… 차이점 살펴보니

이미지
미국 오하이오주립대 인지·기억장애센터 더글러스 샤레 박사는 "치매는 뇌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상태를 뜻한다"며 "치료하거나 회복할 수 있는 유형이 있는 반면, 치료 선택지가 제한적인 퇴행성 치매도 있다"고 말했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치매'라고 하면 흔히 알츠하이머병을 떠올린다. 하지만 치매는 하나의 병이 아니라, 여러 원인으로 기억력과 판단력 등 뇌 기능이 떨어져 일상생활이 어려워진 상태를 뜻한다. 기억력이 먼저 나빠지는 치매가 있는가 하면, 성격과 행동이 달라지거나 걸음걸이와 배뇨 문제가 먼저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미국 오하이오주립대 인지·기억장애센터 더글러스 샤레 박사는 최근 미국 건강 매체 '프리벤션'을 통해 "치매는 뇌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상태를 뜻한다"며 "치료하거나 회복할 수 있는 유형이 있는 반면, 치료 선택지가 제한적인 퇴행성 치매도 있다"고 말했다. 치매 원인 질환과 유형에 대해 알아본다.

▶알츠하이머병=가장 흔한 치매 원인으로, 전체 치매의 약 60~80%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뇌에 베타아밀로이드와 타우라는 단백질이 비정상적으로 쌓이면서 뇌세포와 신경세포 사이의 연결이 손상돼 발생한다. 대부분 60~70대 이후 증상이 시작되지만, 드물게 젊은 나이에 나타나기도 한다. 증상은 보통 수년에 걸쳐 서서히 악화한다. 초기에는 최근에 들은 내용을 기억하지 못하고, 같은 질문이나 말을 반복한다. 새로운 정보를 기억하기 어렵고, 익숙한 일을 처리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거나 자주 다니던 길에서도 방향을 잃을 수 있다. 병이 진행되면 날짜와 시간을 혼동하고 대화를 따라가기 어려워지며, 가까운 사람의 이름을 잊기도 한다. 말기에는 말하기와 걷기, 식사 같은 기본적인 일상생활도 혼자 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

▶혈관성 치매=뇌로 가는 혈액 공급이 막히거나 줄어 뇌세포가 손상되면서 생긴다. 큰 뇌졸중 이후 발생할 수도 있고, 작은 뇌경색이 여러 차례 반복되면서 나타나기도 한다. 뇌출혈이나 고혈압·당뇨병·동맥경화로 뇌혈관이 좁아지는 것도 원인이 될 수 있다. 증상은 손상된 뇌 부위에 따라 다르다. 초기에는 집중력이 떨어지고 계획을 세우거나 판단하는 능력이 낮아질 수 있다. 말을 이해하거나 표현하기 어려워지고 감정을 조절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병이 진행되면 기억력 저하와 혼란, 운동기능 저하, 우울감, 소변 조절 장애, 환각 등이 나타날 수 있다.

▶루이소체 치매=루이소체 치매는 '알파시누클레인'이라는 단백질이 뇌 신경세포 안에 비정상적으로 쌓이면서 발생한다. 이 단백질 덩어리를 '루이소체'라고 한다. 대표적인 증상은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사람이나 동물을 보는 시각적 환각이다. 꿈에서 하는 행동을 실제 몸으로 옮겨 자다가 소리를 지르거나 팔과 다리를 휘두르는 렘수면행동장애가 나타나기도 한다. 기억력과 판단력, 집중력이 떨어지는 동시에 몸이 뻣뻣해지고 손이 떨리며 걸음걸이가 느려지는 등 파킨슨병과 비슷한 증상도 생길 수 있다. 인지 상태가 크게 오르내리는 것도 특징이다.

▶전두측두엽 치매=행동과 감정, 언어 기능을 담당하는 뇌의 전두엽과 측두엽이 손상되면서 나타난다. 60세 이전에 발생하는 치매 가운데 비교적 흔한 유형이다. 초기에는 기억력보다 성격과 행동의 변화가 두드러진다. 이전보다 무례하거나 충동적으로 행동하고, 타인의 감정을 잘 이해하지 못하며, 무기력하거나 무관심해질 수 있다. 상황에 맞지 않는 말을 하거나 성적으로 부적절한 행동을 보이는 경우도 있다. 이 때문에 우울증이나 조울증 같은 정신질환으로 오인되기도 한다. 특정 음식만 찾거나 폭식하고, 같은 영화나 영상을 반복해서 보려는 행동이 나타날 수도 있다. 유형에 따라 말하기와 쓰기, 문장 이해 능력이 먼저 떨어지거나 근육 약화와 위축이 동반되기도 한다. 알츠하이머병과 달리 초기에는 기억력 저하가 뚜렷하지 않을 수 있다.

▶정상압수두증=뇌 안의 공간인 뇌실에 뇌척수액이 과도하게 쌓이는 질환이다. 뇌실이 커지면서 주변 뇌 조직을 압박해 치매와 비슷한 증상을 일으킨다. 대표적인 증상은 보행장애, 소변 조절 장애, 인지기능 저하다. 발이 바닥에 붙은 것처럼 짧게 끌며 걷거나 균형을 잡기 어려워지고, 소변을 참지 못할 수 있다. 단기 기억력과 판단력도 저하될 수 있다. 정상압수두증은 알츠하이머병이나 파킨슨병, 단순 노화로 오인되기 쉽지만 치료 가능한 치매 원인 중 하나다. 뇌척수액을 일부 빼낸 뒤 증상이 좋아지는지 확인하고, 효과가 있다면 뇌에 관을 넣어 과도한 뇌척수액을 복부로 배출하는 수술을 시행할 수 있다.

▶헌팅턴병=특정 유전자 돌연변이로 발생하는 유전성 뇌질환이다. 부모 중 한 명이 해당 유전자를 가지고 있으면 자녀에게 유전될 확률은 50%다. 대개 30~50대에 증상이 시작되지만, 더 이르거나 늦게 나타날 수도 있다. 초기에는 계획을 세우거나 일을 순서대로 처리하는 능력이 떨어지고, 기억력과 집중력에 문제가 생긴다. 병이 진행되면 몸이 자신의 의지와 관계없이 춤추듯 움직이는 '무도증'이 나타날 수 있다. 말이 어눌해지고 팔이나 다리가 비정상적으로 뒤틀리며, 물건을 자주 떨어뜨리기도 한다. 말기에는 심한 기억력 저하가 나타날 수 있다.

▶크로이츠펠트-야코프병=비정상적으로 접힌 프리온 단백질이 뇌에 쌓여 발생하는 매우 드문 질환이다. 대부분 원인을 알 수 없이 발생하며, 일부는 유전되거나 매우 드물게 감염된 조직과 관련한 의료행위로 생길 수 있다. 가장 큰 특징은 진행 속도가 매우 빠르다는 점이다. 수년에 걸쳐 천천히 악화하는 일반적인 퇴행성 치매와 달리, 짧은 기간에 인지기능과 신체기능이 급격히 떨어질 수 있다. 초기에는 우울감과 불안, 초조, 혼란, 기억력·판단력 저하가 나타날 수 있다. 이후 걷기 어려움과 근육 경련, 불수의운동, 시력 저하, 환각 등이 빠르게 진행될 수 있다.

▶베르니케-코르사코프 증후군=비타민 B1인 티아민이 심하게 부족해 뇌가 손상되는 질환이다. 장기간 과도하게 술을 마신 사람에게 흔하지만, 거식증이나 심각한 영양실조, 지속적인 구토 등으로 영양 상태가 나빠진 사람에게도 생길 수 있다. 급성 단계인 베르니케 뇌병증에서는 혼란과 시야 이상, 눈 운동 장애, 균형 저하가 나타난다. 이때 신속하게 티아민을 투여하지 않으면 만성적이고 회복이 어려운 코르사코프 증후군으로 진행할 수 있다. 코르사코프 증후군이 생기면 새로운 정보를 기억하기 어렵고 과거 기억에도 빈틈이 생긴다. 기억나지 않는 부분을 자신도 모르게 그럴듯한 이야기로 채우는 '작화증'이 나타날 수 있다. 겉으로는 자연스럽게 대화할 수 있어 주변 사람이 문제를 늦게 알아차리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