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비 값만 수십억 원… “로봇 보조 수술 급여화, 건강보험 부담 우려”

[헬스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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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내부 연구를 통해 로봇 보조 수술 급여화 가능성을 검토 중이다. 로봇 보조 수술을 활발하게 시행하고 있는 의료진들은 고가의 장비 도입·​유지 비용을 고려했을 때 적정 수가가 책정되어야 하지만, 이 경우 건강보험 부담이 커질 것이라는 우려를 표했다. 사진은 기사에 언급되는 수술 로봇과 관련 없음./사진=게티이미지뱅크
“로봇 수술을 받을지 고민입니다.” 환자 커뮤니티에서 이런 문구를 찾아보기 그리 어렵지 않은 세상이다. 2005년 신촌 세브란스병원에 국내 처음으로 수술 로봇 다빈치가 도입된 이래로 수술 건수가 꾸준히 증가해왔다. 인튜이티브 서지컬에 따르면 수술 건수가 2015년 약 1만 건 수준에서 지난해 약 8만 건으로 약 8배 이상 성장했다.

로봇 보조 수술은 의사가 로봇팔을 원격 조정함으로써 시행하는 수술을 말한다. 로봇 보조 수술에 쓰이는 수술용 로봇으로는 인튜이티브 서지컬의 ‘다빈치’ 그리고 미래컴퍼니의 ‘레보아이’가 대표적이다. 현재는 비급여 항목으로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수술을 시행하는 병원마다 질환 종류와 수술 난이도, 소요 시간 등을 토대로 가격을 자율적으로 책정하고 있다. 이에 수술비가 1000만~2000만 원에 달한다.

국민의 최신 의료 기술 접근성 향상을 위해 건강보험을 적용하자는 논의가 꾸준히 있었으나 진척이 없었다. 그러던 중, 정부가 다시 한 번 급여화를 본격 검토하기 시작했다. 본지 취재에 따르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올해 4월부터 11월까지 로봇 보조 수술 급여화 가능성을 타진하기 위한 내부 연구를 시행한다. 환자 이외에 건강보험의 영향을 받는 또 다른 당사자인 의사들은 로봇 보조 수술의 급여화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의사 피로 덜고, 환자 회복 빠르지만 ‘고가’
의사들은 수술 로봇이 모든 수술에 활용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기존 수술 방식 대비 장점이 두드러질 때가 분명 존재한다고 봤다.

서울성모병원 전 로봇수술센터장인 위장관외과 송교영 교수는 “로봇팔의 관절 꺾임이 자유로워 복강경 수술로는 접근이 어렵던 곳에도 보다 다양한 각도로 접근할 수 있다”며 “손 떨림 보정 같은 안전장치도 있어서 누가 수술하든 수술 성과를 일관되게 유지해주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서울아산병원 로봇수술센터소장인 비뇨의학과 유달산 교수는 “화면을 통해 수술 부위를 확대 영상으로 볼 수 있어 수술 시야가 개선된다”며 “절개 부위가 작고, 출혈이 적으니 환자 회복이 빠른데다가 복강경 수술을 시행할 때보다 수술 필요 인력이 적어 의료기관에서의 인력난 해소에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문제는 비용이다. 로봇 도입·유지비 때문에라도 로봇 보조 수술은 원가가 높은 수술일 수밖에 없다. 수술 로봇은 대당 가격이 약 20~30억 원에 달하고, 연간 유지 비용은 약 2억 5000만 원이 든다고 알려졌다. 그러나 급여화할 경우 건강 보험 재정 부담 탓에 수가가 수술 원가에 비해 과도하게 낮게 측정될 가능성이 있다. 2014년 한국보건의료연구원(NECA)이 발표한 바에 따르면 전립선암 로봇수술은 안전성·유효성 측면에서 기존 수술에 비해 효과적인 것으로 드러났다. 다만, 이듬해 발표된 경제성 분석 연구 결과에 따르면 기존 수술(복강경·개복) 대비 삶의 질 개선 측면의 효과가 다소 좋았지만, 비용은 2~3배 이상 높아 비용 대비 효과를 고려할 때 기존 수술의 합리적 대안이 되기 어렵다는 판정을 받았다. 당시 연구팀은 수술비를 포함한 1년 의료비가 약 900만 원 또는 약 830만 원 낮아질 경우 개복 수술 또는 복강경 수술 대비 비용 효과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고 결론 내렸다.

◇환자 위해서라면 급여화 필요하지만, 수가가 문제
수술 원가에 비해 수가가 지나치게 낮게 책정되면 의료기관이 로봇 보조 수술을 시행하더라도 남는 수익이 미미하거나, 오히려 손해를 보게 된다. 의료기관 재정과 투자 여력이 악화할 가능성도 있다. 현재의 건강보험 수가 체계에서는 의료기관이 필수 의료를 시행할수록 손해가 발생하는데, 여기에서 오는 적자를 로봇 보조 수술을 통한 비급여 수익이 일부 메워준다. 로봇 보조 수술의 수익을 최신 의료기기 구매나 술기 발전에 재투자하는 것도 가능하다. 이에 의사들 역시 최신 의료 기술에 대한 환자의 접근성 향상만 두고 본다면 급여화하는 방향이 맞다는 견해가 다수였다. 다만, 수가를 현실적인 수준으로 책정하면 건강보험 재정 부담이 상승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컸다.

유달산 교수는 “환자들이 로봇 보조 수술을 통해 건강을 빨리 회복해서 사회에 복귀한다면 국가적으로도 이득이라는 점은 급여화 찬성 이유가 될 수 있다”며 “그러나 건강보험 재정 부담은 분명 클 것이다”고 말했다. 중앙대광명병원 비뇨의학과 최중원 교수 역시 “의료기관이 로봇 보조 수술을 시행할수록 손해를 보지 않도록 적정 수가가 책정된다면 급여화에 찬성한다”고 말했다.

서울대병원 로봇수술센터장인 비뇨의학과 정창욱 교수는 “로봇 보조 수술을 비급여로 시행하며 수익의 재투자가 일어났기 때문에 한국이 전 세계적으로 로봇 보조 수술 선도 국가가 될 수 있었다”며 “급여화하며 수가가 지나치게 낮게 측정된다면 이런 선순환의 생태계가 무너질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송교영 교수는 “로봇 보조 수술을 희망하는 환자들이 빚을 내서 수술받기도 하고, 실손보험으로 수술비를 충당하기도 하는 만큼 비급여를 계속 유지하는 것이 정상적인 구조는 아니라고 본다”며 “적정한 정도로 수가가 책정되기만 한다면 건강 보험을 적용하는 것이 환자 편익에도, 증가한 수술 건수를 통한 수술 데이터 확보에도 좋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데이터로 효과 입증된 질환에 선별 적용해야
급여화하겠다면, 모든 질환에 대해 전면적으로 건강 보험을 적용하기보다는 로봇 보조 수술의 효용을 입증하는 데이터가 다수 누적된 일부 질환에만 우선 적용하는 방안도 거론됐다. 질환마다 로봇 보조 수술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실익이 다르기 때문이다. 로봇 보조 수술의 효용이 가장 입증된 질환으로는 전립선암이 꼽혔다.

송교영 교수는 “전립선암은 로봇 보조 수술 데이터가 다수 누적돼, 복강경 수술보다 로봇 보조 수술이 우월함이 증명됐다”며 “그러나 위암이나 대장암 수술에 대해 이 점을 증명하기 위해서는 아직 데이터가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현재 전립선암 수술에서는 복강경 수술이 거의 시행되지 않으며, 로봇 보조 수술이 시행되거나 로봇 보조 수술이 어려운 건에 대해 개복 수술이 시행되는 구조가 자리 잡았다.

정창욱 교수는 “전립선암은 복강경 수술로 부분 절제를 시행하는 것이 극도로 어려운데다가 수술 성적도 좋지 않았는데, 로봇이 활용되기 시작하면서부터 부분 절제 난도가 낮아지고 성적도 향상됐다”며 “다만, 대장암 수술은 복강경 수술이 전립선암에 비하면 쉬운 편이라 로봇 수술의 비용 대비 이득이 상대적으로 낮다”고 말했다.

신장암도 로봇 보조 수술의 효용이 크면서 기존 수술법 대비 로봇 보조 수술만의 장점이 확인된 질환으로 언급됐다. 최중원 교수는 “신장암은 복강경 수술을 할 때와 로봇 보조 수술을 할 때 출혈량 차이가 많은 만큼 환자 안전 측면에서 로봇 보조 수술이 확실한 장점을 지닌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