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항우울제, 심장판막 질환 악화와 연관성 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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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증 치료에 쓰이는 SSRI 계열 항우울제가 일부 심장판막 질환 환자의 승모판 손상을 앞당길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사진 = 게티이미지뱅크
우울증 치료에 쓰이는 항우울제가 일부 심장판막 환자의 상태 악화와 관련이 있을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최근 미국 컬럼비아대 어빙 메디컬센터는 2023년 국제학술지 'Science Translational Medicine'에 발표한 연구를 바탕으로, 세로토닌계 항우울제와 퇴행성 승모판 역류증의 연관성을 설명했다.

연구팀은 퇴행성 승모판 역류증으로 수술받은 환자 9000여 명의 진료 기록을 분석했다. 그 결과 SSRI 계열 항우울제를 복용한 환자는 그렇지 않은 환자보다 더 젊은 나이에 승모판 수술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SSRI는 세로토닌이 신경세포 사이에서 더 오래 작용하도록 하는 항우울제다. 연구진은 세로토닌이 이미 손상된 승모판 조직을 더 두껍고 딱딱하게 만들어 질환 진행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퇴행성 승모판 역류증은 승모판이 제대로 닫히지 않아 혈액이 뒤로 새는 심장판막 질환이다. 승모판은 심장 안에서 혈액이 한 방향으로만 흐르도록 하는 문 역할을 하는데, 나이가 들거나 판막 조직이 약해지면 이러한 질환이 발생할 수 있다. 초기에는 증상이 거의 없지만 병이 진행하면 쉽게 숨이 차거나 피로감을 느낄 수 있다. 치료시기를 놓치면 심장이 지속적으로 부담을 받아 심부전이나 부정맥으로 이어질 위험도 커진다.

다만 모든 환자에게 같은 결과가 나타난 것은 아니었다. 연구에서는 특정 유전자(5-HTTLPR)의 '롱-롱(Long-Long)' 변이를 가진 환자에서 이러한 경향이 더 뚜렷했다. 이 유전자형을 가진 환자의 승모판 세포는 세로토닌에 더 민감하게 반응했고, 판막을 두껍게 만드는 콜라겐도 더 많이 생성했다.

연구진은 "앞으로 혈액이나 구강세포를 이용한 유전자 검사를 통해 질환이 빠르게 진행될 가능성이 높은 환자를 미리 찾아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다만 아직은 연구 단계로, 실제 진료에는 적용되지 않고 있다. 연구진은 이번 결과를 확대 해석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는 이미 퇴행성 승모판 역류증이 있는 환자를 대상으로 한 것으로, 건강한 사람에게서 항우울제가 심장판막을 손상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또한 이번 연구만으로 항우울제가 질환을 직접 악화시킨다고 단정할 수도 있다. 연구를 이끈 지오반니 페라리 박사는 "SSRI는 대부분의 환자에게 안전한 약"이라며 "다만 승모판이 이미 손상된 일부 환자에게서는 더 세심한 관찰이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항우울제를 복용 중인 환자가 이번 결과만 보고 임의로 약을 중단하거나 변경해서는 안 되며, 반드시 담당 의료진과 상담해야 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