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 다녀온 뒤 손등에 생긴 갈색 얼룩… 범인은 ‘레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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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아 지역 여행 후 손등에 작은 갈색 얼룩들이 생겼다면 식물성광피부염을 의심할 수 있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베트남 여행을 다녀온 30대 직장인 A씨는 귀국 후 며칠 지나지 않아 손등에 작은 갈색 얼룩들이 생긴 것을 발견했다. 멍이 든 것도, 화상을 입은 것도 아니었지만 2주가 지나도 사라지지 않아 병원을 찾았고, 진단명은 '식물성광피부염'이었다. 여행 중 쌀국수에 넣을 라임을 손으로 짠 뒤 강한 햇볕을 오래 쬔 것이 원인이었다.

식물성광피부염은 특정 식물에 들어 있는 '푸로쿠마린(Furocoumarin)' 성분이 피부에 묻은 상태에서 자외선을 받으면서 발생하는 광독성 피부질환이다. 피부에서 광화학 반응이 일어나면서 수 시간 내 붉은 반점과 부종, 가려움증, 구진, 물집 등이 생길 수 있다. 급성 증상이 가라앉은 뒤에도 주근깨처럼 갈색 또는 청회색 색소침착이 수개월간 남는 것이 특징이다.

원인 물질인 푸로쿠마린은 레몬과 라임을 비롯해 귤, 오렌지, 자몽, 무화과, 셀러리, 파슬리, 당근, 콩과 식물 등에 들어 있다. 특히 동남아 등 해외 여행 중 쌀국수나 해산물 요리에 곁들여 나오는 라임을 손으로 짜다가 즙이 피부에 묻고, 이후 강한 햇볕을 받으면서 증상이 나타나는 사례가 흔하다. 마사지에 사용하는 일부 아로마 오일이나 푸로쿠마린 계열 성분이 포함된 향수도 원인이 될 수 있다. 실제 피부과에서는 여름 휴가철뿐 아니라 겨울철 해외여행 시즌에도 식물성광피부염 환자가 적지 않게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식물성광피부염은 원인 물질에 추가로 노출되지 않으면 대부분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호전된다. 급성 염증은 대개 1주일 정도면 가라앉지만, 이후 남는 색소침착은 평균 2~3개월, 길게는 6개월 이상 지속될 수 있다. 다만 가려움이 심하거나 물집이 크게 생긴 경우에는 피부과 진료를 받는 것이 좋다. 초기에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 염증을 빠르게 가라앉히고 색소침착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치료는 증상에 따라 달라진다. 급성 염증이 있을 때는 스테로이드 연고를 사용해 염증을 완화하고, 가려움이 심하면 항히스타민제를 함께 사용할 수 있다. 물집이 생겼다면 습포 치료가 도움이 되며, 크기가 큰 경우에는 배액과 드레싱이 필요하기도 하다. 색소침착이 남았다면 충분한 보습과 철저한 자외선 차단이 기본이다. 이후 필요에 따라 색소 레이저 치료를 시행하면 회복 기간을 단축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예방을 위해서는 원인 물질이 피부에 닿은 뒤 자외선에 노출되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동남아 등 햇볕이 강한 지역에서는 라임이나 레몬을 직접 짠 뒤 손을 바로 씻거나 물티슈로 깨끗이 닦는 것이 좋다. 오일 마사지를 받은 뒤에는 햇볕을 피하고, 숙소에 돌아와 오일을 씻어내는 것이 바람직하다. 평소 사용하지 않던 향수를 여행지에서 사용하는 것도 가급적 피하는 것이 좋다. 특히 신맛이 나는 과일이나 일부 향수, 마사지 오일이 식물성광피부염을 유발할 수 있다는 점을 미리 알고 주의하는 것이 예방에 도움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