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없댔는데” 뒤늦게 직장암 3기… 병원이 발견 못 한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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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사진=클립아트코리아
PET-CT(양전자방출단층촬영·컴퓨터단층촬영)는 몸속 세포가 얼마나 활발하게 움직이는지와 장기의 모양을 한 번에 살펴보는 영상검사다. 이 가운데 암 검사에 주로 쓰이는 FDG PET-CT는 포도당과 비슷한 성질의 약물을 몸에 넣은 뒤, 이 물질이 많이 모이는 부위를 확인하는 방식이다. 암세포는 정상 세포보다 포도당을 많이 사용하는 경우가 있어 암이 얼마나 진행됐는지, 다른 장기로 퍼졌는지, 치료가 잘 듣고 있는지 등을 확인하는 데 도움이 된다.

하지만 PET-CT가 몸속 모든 암을 찾아내는 '만능 암 검진'은 아니다. 염증이 있는 부위도 암처럼 보일 수 있고, 반대로 암이 있어도 검사에서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을 수 있다. 따라서 PET-CT 결과가 정상이라고 해서 암이 전혀 없다고 단정할 수 없으며, 대장내시경이나 위내시경처럼 장기별로 필요한 암 검진을 대신할 수도 없다.

헬스조선은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의 조정 사례를 바탕으로 건강검진 목적으로 FDG PET-CT를 받은 당시 직장암 의심 소견이 없었으나, 이후 직장암 3기를 진단받은 60대 남성의 사례를 정리했다.

◇사건 개요
60대 남성 A씨는 약 20년 전 치질 수술을 받았고, 고혈압과 당뇨병으로 치료 중이었다. 정년퇴직을 앞둔 2022년 4월에는 재직자 할인 혜택을 받아 B병원에서 건강검진 목적으로 FDG PET-CT 검사를 받았다.

의료 중재원에 따르면 당시 건강 상태를 확인하기 위한 문진 기록은 없었다. 의료진이 검사의 목적과 한계, 어떤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지 설명하고 동의를 받았다는 자료도 확인되지 않았다. A씨는 검사 전 주의사항과 방사선 노출량 등이 적힌 안내서만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검사에서는 오른쪽 폐의 작은 결절과 오른쪽 고관절의 퇴행성 변화가 확인됐지만, 대장이나 직장에서 암을 의심할 만한 소견은 나오지 않았다.

약 두 달 뒤 A씨는 국가 대장암 검진에서 분변잠혈검사 양성 판정을 받았다. 분변잠혈검사는 대변에 눈에 보이지 않는 혈액이 섞여 있는지 확인하는 검사다. 검진 결과지에는 대장 염증이나 용종, 암 가능성을 확인하기 위해 대장내시경 등 추가 검사를 받으라는 권고가 담겼다. 그러나 A씨는 당시 추가 검사를 받지 않았다.

약 1년 2개월 뒤 A씨는 다른 의원에서 다시 분변잠혈검사 양성 판정을 받았다. 이후 대장내시경과 조직검사를 받은 결과 직장에 선암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상급병원 검사에서는 직장에 약 4㎝ 크기의 종양이 발견됐고, A씨는 직장암 3기를 진단받았다. 이후 수술 전 항암·방사선 치료를 받은 뒤 2024년 1월 복강경 수술로 암이 생긴 직장 부위를 절제하고 장의 일부를 배 밖으로 연결하는 회장루 조성 수술을 받았다.

◇A씨 "검사에서 암 놓쳐" vs B병원 "추후 암 예측하는 검사 아냐"
A씨는 PET-CT를 받을 당시 이미 직장암이 생겨 진행 중이었는데도 B병원이 이를 발견하지 못해 진단이 늦어졌다고 주장했다. 당시 암을 발견했다면 가입한 암보험을 해지하지 않았을 것이고, 퇴직금도 일시금으로 받아 치료에 활용할 수 있었지만 병원의 오진으로 신체적·경제적 손해를 입었다는 것이다.

반면 B병원은 PET-CT가 앞으로 생길 암을 예측하는 검사는 아니라고 반박했다. 검사 당시 영상에서 직장암을 의심할 만한 특이 소견이 없었으며, A씨가 암을 진단받은 시점도 PET-CT 검사로부터 약 1년 5개월이 지난 뒤였다는 입장이다. B병원은 이를 고려하면 PET-CT 영상을 잘못 판독해 직장암 진단이 늦어졌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의료 중재원 "영상 판독 문제없어… 검사 한계 설명은 부족"
의료 중재원은 B병원의 PET-CT 영상 판독에는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FDG PET-CT는 포도당과 비슷한 성질의 방사성 물질이 몸속 어느 부위에 많이 모이는지 확인하는 검사다. 암세포는 일반 세포보다 포도당을 많이 사용하는 경우가 있어 암의 위치와 전이 여부 등을 살피는 데 활용된다. 다만 염증이나 정상 조직에서도 해당 물질이 많이 모일 수 있고, 반대로 암이 있어도 검사에서 뚜렷하게 보이지 않을 수 있다. 이 때문에 PET-CT 하나만으로 모든 암을 찾아내거나 암을 확진할 수는 없다.

A씨의 검사에서는 대장과 직장 부위에 FDG가 일부 모였지만 정상인에게도 나타날 수 있는 수준이었다. 암을 의심할 만큼 특정 부위에 뚜렷하게 몰린 소견은 없었다. 의료 중재원은 이를 근거로 당시 직장암 의심 소견을 적지 않은 판독에는 문제가 없다고 봤다. 또 A씨가 PET-CT 검사 약 두 달 뒤 분변잠혈검사에서 양성 판정을 받고도 권고받은 추가 대장 검사를 받지 않은 점을 아쉬운 부분으로 판단했다. 분변잠혈검사 양성은 치질 등 단순 출혈 때문일 수도 있지만, 대장 염증이나 용종·암이 원인일 가능성도 있어 대장내시경 등 추가 검사가 필요하다.

다만 B병원이 검사 전 PET-CT의 장단점과 한계, 다른 암 검진을 대신할 수 없다는 점을 충분히 설명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의료 중재원은 건강한 사람이 암 검진 목적으로 PET-CT를 받을 경우 의료진이 검사로 확인할 수 있는 범위와 한계를 충분히 설명하고, 필요하면 다른 암 검진도 따로 받아야 한다는 점을 안내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결국 의료 중재원은 B병원이 A씨에게 400만 원을 지급하도록 권고했고, 양측이 이를 받아들이면서 조정이 성립됐다.

◇PET-CT 정상이어도 안심 금물… 필요한 암 검진은 따로 받아야
PET-CT는 PET와 CT 영상을 함께 활용해 세포의 대사 활동과 장기의 구조를 살펴보는 검사다. 암의 위치와 전이 여부를 확인하고, 치료 효과나 재발 여부를 평가하는 데 유용하다. 다만 PET-CT에서 이상이 없다고 해서 암이 전혀 없다는 뜻은 아니다. 검사 하나로 모든 암을 찾아낼 수 없으며, 위·대장내시경이나 유방촬영, 자궁경부세포검사 등 장기별 암 검진을 대신할 수도 없다.

이번 사례처럼 다른 검사에서 이상 소견이 나왔다면 PET-CT 결과가 정상이었더라도 추가 검사를 받아야 한다. 분변잠혈검사 양성은 곧바로 대장암을 의미하지는 않지만, 대장 염증이나 용종·암 등이 원인일 수 있어 대장내시경 등 후속 검사가 필요하다.

건강검진 목적으로 PET-CT를 고려한다면 검사 전 ▲검사 목적 ▲확인할 수 있는 질환과 한계 ▲위양성·위음성 가능성 ▲별도로 받아야 할 암 검진 등을 의료진에게 확인하는 것이 좋다.

PET-CT를 '한 번에 몸속 모든 암을 확인하는 검사'로 생각하기보다는 자신의 건강 상태와 검사 필요성, 기대할 수 있는 효과와 한계를 충분히 이해한 뒤 받는 것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