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고비 맞더니 “고기 냄새만 맡아도 울렁”… 비만 치료제, 입맛 바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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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고비 등 GLP-1 계열 비만 치료제 사용 후 고기에 거부감을 느끼는 사례가 보고되고 있다. 이 경우 영양 불균형을 막기 위한 식단 관리가 중요하다./사진 = 클립아트코리아
위고비, 마운자로 등 GLP-1 계열 비만 치료제를 사용한 뒤 평소 좋아하던 고기를 먹기 힘들어졌다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고기 냄새만 맡아도 속이 메스껍거나, 한두 입만 먹어도 더 이상 손이 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지난 8일(현지시각) 미국 ‘야후 헬스(Yahoo Health)’에 따르면 해외에서는 이러한 현상을 '미트 익(Meat Ick)'이라고 부른다. 전문가들은 GLP-1 계열 약물이 식욕뿐 아니라 미각과 음식 선호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소화 느려져 고기 부담… 반복되면 음식 혐오로
GLP-1 계열 비만 치료제는 원래 당뇨병 치료제로 개발된 약물이다. 장에서 분비되는 GLP-1 호르몬과 유사하게 작용해 혈당을 낮추고, 위에서 음식이 내려가는 속도를 늦춰 포만감을 오래 유지하도록 돕는다.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식사량이 줄어 체중 감량 효과가 나타난다. 하지만 배출 속도가 느려지면 고기처럼 단백질과 지방이 많은 음식은 위에 더 오래 머물게 된다.

이와 관련해 미국 비만의학 전문의 제시카 던컨 박사는 "GLP-1 치료를 시작한 환자들이 스테이크나 닭가슴살의 냄새나 식감 때문에 속이 울렁거린다고 말하는 경우를 자주 본다"며 "고기는 대부분의 사람이 먹는 음식 가운데 가장 소화가 오래 걸리는 식품이기 때문에 메스꺼움이 심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미국 가정의학과 전문의 주마나 알딕 박사도 "기름진 음식이나 향이 강한 음식은 메스꺼움을 더 유발할 수 있다"며 "이러한 경험이 반복되면 몸이 특정 음식과 불쾌감을 연결해 해당 음식을 피하는 '조건화된 음식 혐오(conditioned taste aversion)'가 나타날 수 있다"고 했다.

◇음식 선호도도 달라져… 고기·가공식품 덜 찾았다
GLP-1은 식욕만 조절하는 것이 아니라 미각에도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 국제학술지 'Food Quality and Preference'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GLP-1 계열 비만 치료제를 사용하는 사람들은 소고기·돼지고기, 가공식품, 탄산음료·가당음료 등의 섭취를 줄이는 경향을 보였다. 하루 평균 섭취 열량도 약 720~990kcal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이러한 결과가 GLP-1이 단맛에 대한 미각 민감도를 높이고 지방이 많은 음식에 대한 선호를 낮출 수 있다는 기존 연구 결과와도 부합한다고 설명했다.

혀의 미각세포에도 GLP-1과 관련된 수용체가 존재한다는 점도 이러한 변화를 뒷받침한다. 전문가들은 GLP-1이 미각 신호가 뇌로 전달되는 과정에 영향을 미쳐 일부 환자들이 "음식 맛이 예전과 다르게 느껴진다"고 호소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고기 섭취 어려우면 대체 식품으로 보충
GLP-1 계열 약물은 식사량을 크게 줄일 수 있는데, 일부 연구에서는 음식 섭취량이 최대 40% 감소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단백질이 부족하면 근육량이 감소할 위험이 커지기 때문에 영양소가 풍부하고 단백질이 많은 음식을 우선적으로 섭취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알딕 박사는 "GLP-1 계열 약물을 사용하는 사람은 열량 제한 상태에서 근육량이 감소하기 쉽다"며 "특히 운동하지 않고 단백질 섭취까지 부족하면 근손실 위험이 더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던컨 박사 역시 “고기가 부담스럽다면 그릭요거트, 두부, 콩류, 달걀, 단백질 음료 등 다른 단백질 식품으로 필요한 양을 보충할 것”을 권고했다. 또한 메스꺼움을 줄이기 위해선 ▲뜨거운 음식보다 차가운 음식 선택하기 ▲한 번에 많이 먹기보다 조금씩 자주 먹기 ▲기름진 음식 줄이기 ▲단백질과 식이섬유를 함께 섭취하기 등이 도움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