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만 원짜리가 장땡? 파크골프 입문자, 후회 덜어낼 ‘착한 채’ 고르는 법

[운동은 장비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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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크골프는 티샷부터 퍼팅까지 하나의 채만 사용한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5060 중장년층을 중심으로 파크골프 열풍이 거세다. 지자체마다 파크골프장이 들어서고, 주말이면 필드는 동호인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하지만 막상 파크골프에 입문하려 하면 시작부터 난관에 부닥친다. 수십만 원에서 수백만 원까지, 다양한 국내외 브랜드 제품 앞에서 “도대체 어떤 채를 사야 하냐”는 고민이 쏟아진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초보 동호인들 사이에서는 “무조건 비싸고 무거운 채가 장땡”이라거나 “채가 무거워야 공이 멀리 간다”는 식의 검증되지 않은 속설이 나오기도 한다. 그러나 남의 말만 듣고 본인의 근력이나 신체 조건을 고려하지 않은 채 장비를 골랐다간, 비거리·정확도는커녕 손목과 어깨, 허리 통증을 얻어 필드 대신 병원으로 향할 수 있다.

◇비싼 채·무거운 채가 정답? 입문자들의 오해
파크골프는 티샷부터 퍼팅까지 하나의 채만 사용한다. 대한파크골프협회 기준 공식 무게는 600g 이하, 길이는 최대 86cm 이하다. 헤드 재질은 목재, 샤프트의 소재는 카본과 유리섬유로 이뤄져야 한다. 약 300g 정도인 일반 골프 드라이버와 비교하면 채 자체의 무게가 상당히 묵직한 편이다. 공 또한 일반 골프공보다 지름과 무게가 약 2배 가까이 크다. 특히 볼이 높이 뜨지 않고 잔디 위를 안전하게 굴러가도록 고안돼 지면으로부터의 헤드 각도가 ‘0도’인 것이 특징이다.

동호인들 사이에서 가장 흔한 오해 중 하나는 “공을 멀리 보내려면 헤드가 무거워야 한다”는 속설이다. 이에 대해 순천제일대 행복인생디자인과 이정일 교수(파크골프 전공)는 “숙련자에게는 헤드 무게가 비거리에 의미가 있을 수 있지만, 채를 원활히 휘두르지 못하고 공을 망치처럼 찍어 치는 경향이 강한 일반 동호인에게는 헤드 무게의 이점이 크지 않다”며 “헤드가 무거울수록 스윙할 때 내 몸에 가해지는 무리가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내 몸 안 맞으면 관절 손상 위험 커져
이런 오해 아래 자신의 신체 능력에 맞지 않는 장비를 고르면 부상 위험이 커진다. 샤프트의 탄성을 이용하지 못하고, 비거리를 내려 무거운 헤드의 채를 억지로 통제하려다 보면 결국 상체 힘으로 공을 ‘망치처럼 찍어 치는 자세’가 나타나고, 이는 관절 손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신세계서울병원 이재민 병원장(정형외과 전문의)은 “샤프트는 임팩트 순간 발생하는 충격과 진동을 흡수해 손목, 팔꿈치, 어깨 관절로 전달되는 부담을 줄여주는 핵심 완충장치”라며 “탄성이 낮은 샤프트를 쓰거나 근력에 비해 무거운 헤드를 제어하려 하면, 자신도 모르게 그립을 강하게 쥐게 돼 팔꿈치 안쪽 힘줄에 미세 손상이 쌓이는 ‘골퍼 엘보’로 불리는 내측상과염이나 만성 건병증으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스윙 시 인체의 힘 전달 체계인 ‘운동사슬’이 깨지는 것도 문제다. 이재민 원장은 “정상적인 스윙은 하체와 골반, 몸통을 거쳐 팔로 힘이 전달되는 운동사슬을 이용해야 하지만, 하체를 이용하지 않고 상체 힘만으로 공을 찍어 치면 어깨 회전근개가 힘 생성과 충격 흡수를 동시에 떠맡으며 견봉하 충돌증후군이나 회전근개 건병증을 유발한다”며 “일반 골프공보다 2배 이상 무거운 파크골프공을 몸통 회전 없이 타격하면 허리가 비틀리고 굽는 힘을 받게 되면서 요추 염좌나 추간판 손상 위험도 급증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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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문자는 스윗스팟이 넓은 초보용 채를 고르는 것이 유리하다.​/그래픽=김경아
◇비거리 범인은 ‘샤프트’… 입문자는 ‘스윗스팟’ 넓은 채
그렇다면 비거리와 타구감을 좌우하는 요소는 무엇일까. 이 교수는 “비거리는 헤드 무게가 아니라 샤프트의 탄성력이 결정한다”고 말했다. 샤프트는 여러 겹의 카본 원사를 사용해 제작하는데, 이때 사용하는 원사의 강도에 따라 샤프트의 탄성과 복원력이 달라진다. 이 교수는 “45톤에서 80톤 수준의 고탄성 카본 원사를 적용한 고탄성 샤프트일수록 샤프트가 휘어졌다가 펴지는 힘을 효과적으로 이용할 수 있어 비거리 확보에 도움이 된다”고 했다.

헤드 선택에도 오해가 있다. 현장 전문가들은 “헤드가 무겁거나, 고급자용 채를 골라야 무조건 멀리 간다”는 생각이 대표적인 오해라고 짚는다. 이정일 교수는 “시중 채가 엄격히 급을 나누지는 않지만, 초보자용 채는 공을 맞히기 쉽도록 유효 타구면인 ‘스윗스팟’이 넓게 설계돼 있다”며 “덕분에 공이 정중앙에 맞지 않아도 비교적 곧게, 멀리 나간다”고 말했다. 반면 고급자용 채는 오히려 헤드가 작게 제작되는데, 이는 비거리용이 아니라 정교한 거리 조절과 샷 제어를 위함이다. 따라서 입문자는 스윗스팟이 넓은 채를 고르는 것이 유리하다. 이 교수는 “파크골프는 무조건 멀리 보내는 것보다 원하는 곳으로 정확하게 보내는 것이 더 중요한 운동”이라며 “자신의 근력과 스윙에 맞는 채를 선택하는 것이 안정적인 샷으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나에게 맞는 파크골프 채 고르는 법​
그렇다면 내 몸에 맞는 채는 어떻게 고를까. 이정일 교수는 “가격보다 내 몸에 맞는 채를 골라야 한다”며 “매장에서 반드시 ‘빈 스윙’과 실제 타구를 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스윙을 했을 때 무거운 헤드 무게 때문에 상체가 앞으로 딸려 나가거나 휘청거리지 않고, 내 근력으로 온전히 통제 가능한 무게를 골라야 스윙 축이 무너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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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크골프는 반복적인 스윙으로 어깨와 팔꿈치, 허리에 부담이 누적되는 운동이다.​​/그래픽=김경아
이런 기준을 알고 나면 제품 선택도 훨씬 쉬워진다. 다음은 시중에서 많이 찾는 초·중급자용 대표 모델의 특징이다.

▷하타치 PH2152= 카본과 유리섬유 복합 소재를 사용해 내구성이 뛰어난 입문자용 모델이다. 헤드와 페이스 면적이 넓어 편안한 스윗스팟을 제공하며, 부담 없이 시작하려는 초보자와 여성에게 적합하다.

▷야마모토 T시리즈 SP-001= 나노 레진 카본 소재를 적용해 샤프트의 휘어짐과 복원 속도가 빠르다. 고반발 카본 페이스 기반의 넓은 스윗스팟 설계로 미스샷 때도 방향성 보정력이 우수하다.

▷데이비드 DP101= 100% 카본 소재를 사용해 가볍고 충격 흡수력이 높다. 단풍나무 헤드가 균일한 스윗스팟을 제공하며, 가벼운 스윙을 선호하는 초보자나 여성 동호인에게 적합하다.

▷혼마 H-04= 경량 고탄성 카본 샤프트를 적용해 가볍고 복원력이 뛰어나다. 유효 타구면을 넓힌 스윗스팟이 특징으로, 본격적으로 실력을 키우려는 동호인에게 적합하다.

▷데이비드 DP300= 고탄성 그라파이트 카본 소재를 적용해 샤프트의 탄성을 유지하면서 좌우 비틀림을 줄였다. 최고급 감나무 헤드의 소프트 스윗스팟으로 묵직한 타구감을 느낄 수 있다. 기본기를 익힌 뒤 샷의 정교함을 높이고 싶은 동호인

▷미즈노 MS02=밸런스 형 카본 소재를 사용해 안정적인 방향성을 구현한 모델이다. 정밀 지향형 스윗스팟 설계로 정타를 맞혔을 때 방향성과 비거리를 기대할 수 있어 실력을 키우려는 중상급자에게 적합하다.

◇장비 골랐다고 끝 아니다… 라운딩 전후 관리 필수
몸에 맞는 채를 골랐다고 부상을 완전히 막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파크골프는 반복적인 스윙으로 어깨와 팔꿈치, 허리에 부담이 누적되는 운동이다. 관절의 유연성이나 근력이 부족한 상태에서 준비운동 없이 곧바로 스윙을 시작하면 힘줄과 관절에 미세 손상이 누적돼 만성 손상으로 이어지기 쉽다.

​우선 경기 중 욕심을 버려야 한다. 이재민 병원장은 “파크골프를 오래, 다치지 않고 즐기려면 무리한 풀스윙보다 자신의 관절 가동 범위 안에서 일정한 궤도를 유지하는 하프스윙을 기본으로 삼아야 한다”며 “그립은 달걀을 쥐듯 편안하게 잡고, 팔의 힘이 아닌 하체와 몸통의 회전으로 힘을 전달해야 관절에 가해지는 부담을 줄일 수 있다”고 했다.

라운드 전에는 어깨, 허리, 고관절을 중심으로 5~10분간 동적 스트레칭과 가벼운 연습 스윙으로 몸을 풀어줘야 한다. 라운드가 끝난 뒤에는 어깨와 팔꿈치, 허리 주변 근육을 천천히 늘려주는 정적 스트레칭으로 마무리하는 것이 좋다. 스윙 중 통증이 느껴지면 즉시 운동 강도를 낮추거나 중단해야 한다. 통증을 참고 운동을 계속하면 작은 손상이 만성 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휴식과 스트레칭에도 통증이 2주 이상 지속되거나 점점 심해진다면 단순 근육통으로 넘기지 말고 정형외과를 찾아 정확한 원인을 확인해야 한다.

평소 관절을 보호하기 위한 부위별 근력 강화 운동도 필수다. 이재민 병원장이 추천하는 부위별 보호 운동법은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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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관절을 보호하기 위한 부위별 근력 강화 운동도 필수다.​​/그래픽=김경아
▷어깨= 회전근개와 견갑골 주변의 안정성을 유지하기 위해 세라밴드를 이용한 외회전 운동이 효과적이다. 팔꿈치를 몸통에 붙인 상태에서 팔을 천천히 바깥쪽으로 벌렸다가 돌아오는 동작을 15회씩 3세트 반복하면 회전근개 강화에 도움이 된다.

▷팔꿈치= 전완부 근육의 유연성과 근력을 함께 관리해야 한다. 골퍼 엘보 예방에는 플렉스바를 이용한 '타일러 트위스트(Tyler Twist)'나 '리버스 타일러 트위스트' 같은 편심성 운동이 효과적이다. 평소 손목을 위아래로 천천히 늘려주는 스트레칭도 과사용 손상 예방에 좋다.

▷허리= 척추 자체를 많이 움직이는 운동보다는 몸통을 안정적으로 지지하는 코어 근육 강화가 핵심이다. 대표적으로 ‘맥길 박사의 코어 안정화 3대 운동’으로 잘 알려진 컬업, 사이드 플랭크, 버드독은 척추 부담을 최소화하면서 심부 근육을 강화해 요통 예방에 도움을 준다.
결국 파크골프는 비싼 채보다 내 몸에 맞는 채를 고르는 것이 먼저다. 여기에 올바른 스윙 자세와 꾸준한 근력 운동이 더해져야 오랫동안 부상 위험을 줄이며 라운딩을 즐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