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세포 골라 폭격하는 차세대 항암제 ‘ADC’… 효능 키우고 독성 줄일 방안은

[헬스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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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철웅 리가켐바이오 ADC 연구소장​/사진=이해림 기자
암환자라면 누구나 ‘표적 치료제’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본 적 있을 것이다. 일반 세포와 암세포를 구분하지 않고 작용하는 세포독성항암제와 달리, 암세포에 선택적으로 작용하는 항암제다. 바이오 기술은 발전을 거듭하며 표적 치료에서 한 단계 더 발전된 형태의 약을 내놓았다. 바로 암세포를 찾아가 직접 항암 약물을 배달하는 ‘항체약물접합체(ADC)’다.

8일 여의도 콘래드 호텔에서 국내 바이오 기업 리가켐바이오(LigaChemBio)의 ADC 기술 개발 현황을 공유하는 알앤디(R&D) 데이가 열렸다. 국내 ADC 기술력은 어디까지 발전했을까.

항체 기반 표적 치료제는 암세포 표면에 있는 특정 ‘항원’을 표적으로 삼고 찾아가는 ‘항체’를 갖고 있다. 이 항체가 암세포 표면의 항원에 붙어 종양의 생리적 기전을 방해함으로써 암세포 성장을 막는다. ADC는 이러한 표적 치료제보다 더 직접적인 방식으로 암세포를 타격한다.

암세포의 항원을 찾아갈 항체에 세포독성약물을 결합한 것이다. 항암제를 암세포에게만 정확히 배달하는 것이 ADC의 목표다. ADC는 이를 위해 항체와 페이로드 그리고 링커로 구성된다. 페이로드는 항체에 배달할 세포독성약물을, 링커는 항체와 세포독성약물 연결하는 화학적 연결체를 일컫는다.

정교한 설계에도 불구하고 ADC를 투여받은 환자들이 독성 반응을 겪는 사례가 여전히 존재한다. 예컨대 GSK가 개발한 다발성 골수종 치료 ADC 블렌렙은 안구 독성을 보여 마국 식품의약국(FDA) 재심사에서 고전했다. 블렌렙은 지난 2020년 미국에서 단독요법으로 4차 치료 이상 이력을 가진 다발골수종 환자를 대상으로 조건부 승인을 받았으나, 확증 임상 실패로 인해 2022년 글로벌 시장에서 자진 철회됐다. GSK가 FDA에 제출한 DREAMM-7, DREAMM-8 임상 3상 연구에서 전체 환자의 92%~93%가 각막병증과 시력 관련 이상반응(KVA)을 경험했으며, 이 중 3~4등급의 중증 KVA 발생률은 77%~78%에 달했다.

독성을 줄이는 동시에 효과를 극대화하는 것이 ADC 개발사들이 당면한 과제다. 링커와 페이로드 기술력이 이를 좌우한다. 정철웅 리가켐바이오 ADC 연구소장은 “자체 개발한 링커를 사용하니 블렌렙과 동일한 항원을 표적으로 삼고, 같은 페이로드를 사용했음에도 안구 독성이 관찰되지 않았다”며 “이미 시장에 진입한 제품의 항체를 이용하되, 그 제품의 한계점을 자체적 링커 기술로 극복함으로써 빠르게 시장에 파고드는 것을 전략의 하나로 삼고 있다”고 했다. 이어 그는 “시장에 진입한 다음에는 다른 페이로드로 전환함으로써 효능을 고도화하는 방식으로 점유율을 확대하는 방식을 구상하고 있다”고 했다.

암세포만 강하게 타격하기 위해 바이오 업계에서는 ‘이중항체’와 ‘듀얼 페이로드’ 전략도 시도되고 있다. 그러나 둘 다 나름의 문제를 지닌다. 이중항체는 하나의 항원에만 결합 가능한 보통의 항체와 달리, 두 개의 항원을 표적으로 삼아 결합할 수 있다. 암세포에만 있는 두 가지 항원을 동시에 인식하도록 한다면 좋겠지만, 암세포와 같은 항원을 공유하는 정상 세포가 존재할 가능성이 있다. 이 경우 ADC가 잘못 공격하는 정상 세포의 범위가 오히려 단일항체일 때보다 넓어질 수 있다. 듀얼 페이로드는 항체에 두 가지 서로 다른 종류의 페이로드를 결합하는 방식으로 암세포 사멸 효과를 키운다. 문제는 항체에 결합하는 약의 종류가 늘면  ADC에 포함된 전체 약물 용량도 자연스레상승하는데, 이럴수록 ADC의 안정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ADC에 결합한 페이로드가 암세포가 아닌 정상 조직과 혈액으로 새어나갈 위험이 커진다.

리가켐바이오는 항체에 결합하는 페이로드의 용량을 줄여보자는 새로운 전략을 제시했다. 기존에는 ADC에 MMAE를 페이로드로 결합할 경우 4개(분자 수 기준), Topo1 inhibitor를 결합할 경우 6~8개, PDB를 결합할 경우 2개는 필요하다는 것이 일종의 공식처럼 여겨졌다. 이는 기존 ADC의 불안정한 링커 때문에 ADC가 암세포에 도달하기 전에 약물이 혈중에서 미리 탈락해버리기 때문이었다. 페이로드 용량에 비해 실제 암세포 사멸 효과는 줄고, 혈중 항암제 농도가 상승해 독성이 커질 우려가 있었다.

그러나 리가켐바이오는 자체 링커 기술을 통해 암세포 도달 전에 혈중에서 약물이 탈락하는 일을 줄였다. 정철웅 ADC 연구소장은 “링커를 개선해 항체에 약물을 조금만 결합함으로써 ADC 안정성을 증가시켰을 때, 각각의 페이로드에 대해 통상적인 적정 용량으로 여겨지는 양보다 저용량을 사용했음에도 효능이 유지되거나 개선되는 것을 확인했다”며 “이러한 링커 기술을 통해 기존 ‘이중항체’와 ‘듀얼 페이로드’ ADC의 문제점을 보완하는 기반 기술로 활용할 전망이다”고 말했다.

한진환 CTO는 “항암 ADC 분야에서 초격차 플랫폼을 구축해 현재의 ADC가 보이는 한계를 넘어선 새로운 항암 신약을 만들 것이다”라며 “아울러, 종양 치료 연구에서 축적한 ADC 기술을 타 회사와의 협업을 통해 신경퇴행성질환이나 염증성 질환 등 다른 질환에도 적용할 예정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