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장애인도 당연한 관객인 세상 꿈꾸는 ‘아주 특별한 예술마을’
국내 등록 발달장애인은 약 27만 명으로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약 0.5%에 달한다. 200명 중 1명꼴에 해당하는 비중이지만, 문화예술 공간에서 이들과 같은 공간을 공유하며 일상을 나누는 일은 무척 드문 일이다. 간혹 마주치더라도 이들이 내는 생경한 소리나 돌발 행동에 누군가는 따가운 눈총을 보내기도 한다. 그러나 발달장애인 역시 문화예술을 향유할 보편적 권리가 있으며, 오히려 비장애인보다 무대 위 세상에 편견 없이 몰입해 빠져들기도 한다.
극단 ‘아주 특별한 예술마을’은 ‘발달장애인도 공연을 관람할 수 있다’는 신념을 바탕으로 지난 2012년 문을 열었다. 그동안 아동 발달 장애인을 위한 아동극을 주로 제작해 왔으나, 최근에는 지적 연령이 아닌 실제 나이와 환경에 맞는 ‘생활 연령’의 예술이 필요하다는 생각으로 성인 발달장애인을 위한 성인극 <시라노>도 선보이고 있다. 극단을 이끄는 권주리(40) 대표를 만나, 14년이 넘는 세월 동안 현장에서 쌓아온 경험과 앞으로 꿈꾸는 변화에 대해 들어봤다.
◇릴렉스드 퍼포먼스, 각자의 방식대로 즐기는 공연
권주리 대표가 발달장애인을 위한 공연을 만들기 시작한 것은 14년 전 한 공연장에서의 경험 때문이었다. 특수교육과를 졸업한 뒤 아이들과 연극 수업을 하던 그는 자폐스펙트럼 장애 아동과 함께 서울의 한 대형 공연장을 찾았다. 하지만 아이가 소리를 내고 몸을 움직인다는 이유로 퇴장 조치되는 일을 겪었다. 권 대표는 “그때만 해도 발달장애인이 극장에 온다는 것 자체를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다”며 “발달장애인을 배제하지 않고 포용할 수 있는 새로운 공연 형태가 필요하다는 문제의식을 가지게 됐다”고 말했다.
그렇게 시작한 ‘아주 특별한 예술마을’에서 권 대표는 ‘릴렉스드 퍼포먼스‘를 꾸준히 선보이고 있다. 조명과 음향 등 감각 자극을 줄이고, 관객의 소리나 움직임, 자유로운 입·퇴장을 허용하는 공연 방식이다. 권 대표가 만드는 릴렉스드 퍼포먼스는 일반 공연과 목표부터 다르다. 일반 공연이 창작자가 무엇을 말하고 싶은지를 중심에 둔다면, 릴렉스드 퍼포먼스는 관객이 각자의 방식으로 공연을 즐길 수 있도록 돕는 데 초점을 맞춘다. 권 대표는 “관객이 내용을 하나도 모르고 가도 괜찮다”며 “극장에 들어와 음료 한 잔 마시고, 배우를 보며 즐거웠다면 그것만으로도 공연은 성공”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철학은 첫 작품인 <헨젤과 그레텔>에서부터 드러났다. 특수학교를 찾아가 선보인 오감 자극형 공연으로, 텐트로 만든 긴 터널과 먹을 수 있는 과자집 등으로 무대를 꾸몄다. 아이들은 공연을 눈으로만 보는 대신 몸으로 체험하며 즐겼다. 권 대표 역시 ‘발달장애인도 충분히 훌륭한 관객이 될 수 있다’는 확신을 얻었다. 이후 그는 비언어 신체극 <느릿느릿 엉금엉금 거북이>부터 아동극 <행복한 늑대>, <뭐든지 텃밭> 등 다채로운 릴렉스드 퍼포먼스 공연에 도전하며 공연 규모를 키워왔다.
극단 ‘아주 특별한 예술마을’은 ‘발달장애인도 공연을 관람할 수 있다’는 신념을 바탕으로 지난 2012년 문을 열었다. 그동안 아동 발달 장애인을 위한 아동극을 주로 제작해 왔으나, 최근에는 지적 연령이 아닌 실제 나이와 환경에 맞는 ‘생활 연령’의 예술이 필요하다는 생각으로 성인 발달장애인을 위한 성인극 <시라노>도 선보이고 있다. 극단을 이끄는 권주리(40) 대표를 만나, 14년이 넘는 세월 동안 현장에서 쌓아온 경험과 앞으로 꿈꾸는 변화에 대해 들어봤다.
◇릴렉스드 퍼포먼스, 각자의 방식대로 즐기는 공연
권주리 대표가 발달장애인을 위한 공연을 만들기 시작한 것은 14년 전 한 공연장에서의 경험 때문이었다. 특수교육과를 졸업한 뒤 아이들과 연극 수업을 하던 그는 자폐스펙트럼 장애 아동과 함께 서울의 한 대형 공연장을 찾았다. 하지만 아이가 소리를 내고 몸을 움직인다는 이유로 퇴장 조치되는 일을 겪었다. 권 대표는 “그때만 해도 발달장애인이 극장에 온다는 것 자체를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다”며 “발달장애인을 배제하지 않고 포용할 수 있는 새로운 공연 형태가 필요하다는 문제의식을 가지게 됐다”고 말했다.
그렇게 시작한 ‘아주 특별한 예술마을’에서 권 대표는 ‘릴렉스드 퍼포먼스‘를 꾸준히 선보이고 있다. 조명과 음향 등 감각 자극을 줄이고, 관객의 소리나 움직임, 자유로운 입·퇴장을 허용하는 공연 방식이다. 권 대표가 만드는 릴렉스드 퍼포먼스는 일반 공연과 목표부터 다르다. 일반 공연이 창작자가 무엇을 말하고 싶은지를 중심에 둔다면, 릴렉스드 퍼포먼스는 관객이 각자의 방식으로 공연을 즐길 수 있도록 돕는 데 초점을 맞춘다. 권 대표는 “관객이 내용을 하나도 모르고 가도 괜찮다”며 “극장에 들어와 음료 한 잔 마시고, 배우를 보며 즐거웠다면 그것만으로도 공연은 성공”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철학은 첫 작품인 <헨젤과 그레텔>에서부터 드러났다. 특수학교를 찾아가 선보인 오감 자극형 공연으로, 텐트로 만든 긴 터널과 먹을 수 있는 과자집 등으로 무대를 꾸몄다. 아이들은 공연을 눈으로만 보는 대신 몸으로 체험하며 즐겼다. 권 대표 역시 ‘발달장애인도 충분히 훌륭한 관객이 될 수 있다’는 확신을 얻었다. 이후 그는 비언어 신체극 <느릿느릿 엉금엉금 거북이>부터 아동극 <행복한 늑대>, <뭐든지 텃밭> 등 다채로운 릴렉스드 퍼포먼스 공연에 도전하며 공연 규모를 키워왔다.
◇치료 프로그램이냐는 오해도… 넘어야 할 산 많아
공연을 이어오면서 넘어야 할 편견도 적지 않았다. 창단 초기에는 부모들로부터 “치료 프로그램이냐”는 문의를 자주 받았다. 권 대표는 “치료는 개별 목표를 중심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수백 명이 함께하는 공연과는 성격이 다르다”며 “다행히 지금은 그런 질문이 거의 사라질 만큼 인식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엄격한 극장 문화인 ‘시체 관극’의 대안적 공연 방식이라는 오해를 받기도 했다. 다만 릴렉스드 퍼포먼스도 모든 소음이나 소란을 방임하는 것은 아니다. 권 대표는 “다른 관객에게 지나치게 방해가 되는 행동이 지속된다면 휴식을 취할 수 있는 릴렉스룸으로 안내한다”고 말했다.
제도적 지원에 대한 아쉬움도 있다. 아주 특별한 예술마을은 창단 이래 지금까지 주 관객층이 장애인이었다. 하지만 공공지원 사업의 지원 조건은 대부분 극단 단원의 장애인 비율이 절반을 넘겨야 한다는 기준에 맞춰져 있어 혜택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권 대표는 “창작자의 장애 여부만 기계적으로 따지기보다, 장애인 관객을 위해 공연을 준비하는 단체에도 실질적인 지원의 길이 열렸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공연을 이어오면서 넘어야 할 편견도 적지 않았다. 창단 초기에는 부모들로부터 “치료 프로그램이냐”는 문의를 자주 받았다. 권 대표는 “치료는 개별 목표를 중심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수백 명이 함께하는 공연과는 성격이 다르다”며 “다행히 지금은 그런 질문이 거의 사라질 만큼 인식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엄격한 극장 문화인 ‘시체 관극’의 대안적 공연 방식이라는 오해를 받기도 했다. 다만 릴렉스드 퍼포먼스도 모든 소음이나 소란을 방임하는 것은 아니다. 권 대표는 “다른 관객에게 지나치게 방해가 되는 행동이 지속된다면 휴식을 취할 수 있는 릴렉스룸으로 안내한다”고 말했다.
제도적 지원에 대한 아쉬움도 있다. 아주 특별한 예술마을은 창단 이래 지금까지 주 관객층이 장애인이었다. 하지만 공공지원 사업의 지원 조건은 대부분 극단 단원의 장애인 비율이 절반을 넘겨야 한다는 기준에 맞춰져 있어 혜택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권 대표는 “창작자의 장애 여부만 기계적으로 따지기보다, 장애인 관객을 위해 공연을 준비하는 단체에도 실질적인 지원의 길이 열렸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모두가 당연한 관객이 되는 날까지
발달장애인의 공연 관람 문턱을 낮추기 위해서 가장 먼저 달라져야 하는 것은 무엇일까. 권 대표는 ‘극장의 태도’를 첫손에 꼽았다. ‘무장애 공연’을 형식적으로 도입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극장이 이들을 수용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발달 장애인마다 관심사가 다르고 돌발 행동의 양상 역시 제각각이기 때문에, 획일적인 대처 매뉴얼을 구비해 두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그러나 이들의 행동 특성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려는 태도가 있다면 어떤 관객이든 편안하게 공연을 즐길 수 있다. 권 대표는 “릴렉스드 퍼포먼스임을 사전에 안내한다면 공연장의 규모나 형태는 전혀 상관 없다”며 “창작진과 기획자들의 태도가 이들을 수용할지 배제할지를 결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사회적 인식 개선도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발달장애인 당사자가 우리 사회에서 더 자주 모습을 드러내고, 비장애인과 자연스럽게 마주하는 기회가 늘어나야 한다. 겪어보지 못해 생기는 낯설음은 오해와 두려움을 낳는다. 실제로 한 비장애인 학부모는 옆자리에서 성인 발달장애인이 신나게 춤을 추며 극을 관람하는 모습을 접하고 낯설고 무서웠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권 대표는 이에 대해 “이러한 솔직한 반응을 마주할 때 오히려 뿌듯함을 느낀다”며 “경험이 쌓여야 그가 왜 그런 행동을 하는지 이해하게 되고, 나중에는 오히려 같이 박수를 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권 대표의 최종 목표는 '아주 특별한 예술마을' 같은 극단이 사라지는 것이다. 그는 "보통의 대극장에서도 공연 일정에 릴렉스드 퍼포먼스 회차가 선택지로 기본 도입되는 세상을 꿈꾼다"며 "원하는 공연을 가족들이 자유롭게 선택해 향유할 수 있는 당연한 환경이 정착해, 우리 같은 전문 단체가 설 자리를 다하고 사라지는 것을 꿈꾼다"라고 말했다.
발달장애인의 공연 관람 문턱을 낮추기 위해서 가장 먼저 달라져야 하는 것은 무엇일까. 권 대표는 ‘극장의 태도’를 첫손에 꼽았다. ‘무장애 공연’을 형식적으로 도입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극장이 이들을 수용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발달 장애인마다 관심사가 다르고 돌발 행동의 양상 역시 제각각이기 때문에, 획일적인 대처 매뉴얼을 구비해 두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그러나 이들의 행동 특성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려는 태도가 있다면 어떤 관객이든 편안하게 공연을 즐길 수 있다. 권 대표는 “릴렉스드 퍼포먼스임을 사전에 안내한다면 공연장의 규모나 형태는 전혀 상관 없다”며 “창작진과 기획자들의 태도가 이들을 수용할지 배제할지를 결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사회적 인식 개선도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발달장애인 당사자가 우리 사회에서 더 자주 모습을 드러내고, 비장애인과 자연스럽게 마주하는 기회가 늘어나야 한다. 겪어보지 못해 생기는 낯설음은 오해와 두려움을 낳는다. 실제로 한 비장애인 학부모는 옆자리에서 성인 발달장애인이 신나게 춤을 추며 극을 관람하는 모습을 접하고 낯설고 무서웠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권 대표는 이에 대해 “이러한 솔직한 반응을 마주할 때 오히려 뿌듯함을 느낀다”며 “경험이 쌓여야 그가 왜 그런 행동을 하는지 이해하게 되고, 나중에는 오히려 같이 박수를 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권 대표의 최종 목표는 '아주 특별한 예술마을' 같은 극단이 사라지는 것이다. 그는 "보통의 대극장에서도 공연 일정에 릴렉스드 퍼포먼스 회차가 선택지로 기본 도입되는 세상을 꿈꾼다"며 "원하는 공연을 가족들이 자유롭게 선택해 향유할 수 있는 당연한 환경이 정착해, 우리 같은 전문 단체가 설 자리를 다하고 사라지는 것을 꿈꾼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