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세 이상 장애인 3명 중 1명 현재 충치
치과 이용률은 비장애인의 절반 수준
치아홈메우기 경험률은 0.3% 그쳐
"개인 관리 아닌 예방·의료 접근성 문제"
발달장애가 있는 20대 남성 A씨는 치과 진료실 환경을 극도로 두려워해 수년간 치료를 미뤘다. 여러 병원을 찾았지만 '진료 협조가 어렵다'는 이유로 치료를 거절당하거나 예약이 지연됐고, 결국 극심한 치통이 생긴 뒤 대학병원에서 전신마취로 여러 개의 충치 치료와 발치를 한꺼번에 받아야 했다. A씨 보호자는 "아이와 치과에 가는 일 자체가 너무 큰 부담"이라며 "참을 수 없을 정도로 아파진 뒤에야 치료받게 돼 마음이 아팠다"고 말했다.
장애인의 구강건강 문제는 개인의 관리 부족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치과 방문 자체가 쉽지 않고, 예방 관리를 받을 기회도 부족하기 때문이다. 최근 첫 국가 단위 조사에서도 국내 장애인의 구강건강은 비장애인보다 취약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정신장애인은 현재 충치 보유율이 51.2%로 장애 유형 중 가장 높았다.
◇첫 국가 조사로 확인된 뚜렷한 건강 격차
장애인의 구강건강 문제는 개인의 관리 부족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치과 방문 자체가 쉽지 않고, 예방 관리를 받을 기회도 부족하기 때문이다. 최근 첫 국가 단위 조사에서도 국내 장애인의 구강건강은 비장애인보다 취약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정신장애인은 현재 충치 보유율이 51.2%로 장애 유형 중 가장 높았다.
◇첫 국가 조사로 확인된 뚜렷한 건강 격차
질병관리청이 최근 발표한 '2025년 장애인구강건강실태조사'에 따르면, 10세 이상 장애인의 95.3%가 평생 한 번 이상 충치, 즉 치아우식증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조사는 전국 등록 장애인 1988명을 대상으로 치과의료팀이 가정을 방문해 구강검진과 설문조사를 진행한 첫 국가 단위 장애인 구강건강 조사다.
현재 치료가 필요한 충치를 가진 비율은 31.7%로, 10세 이상 장애인 3명 중 1명꼴이었다. 정신장애인의 현재 충치 보유율은 51.2%로 가장 높았다. 1인당 평균 충치 경험 개수도 전체 장애인은 9.3개였지만, 정신장애인은 11.4개로 더 많았다. 1~9세 장애 아동 역시 64.0%가 유치 충치를 경험했고, 현재 충치 보유율은 33.7%였다. 10세 이상 장애인의 보철물 장착률도 65.6%로, 비장애인 34.3%보다 두 배 가까이 높았다.
연구책임자인 서울대 치의학대학원 김영재 교수는 "이번 조사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점은 장애인의 구강건강 문제가 치료의 문제가 아니라 예방 단계에서부터 격차가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라며 "충치를 예방할 기회 자체가 충분히 제공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이번 조사의 가장 중요한 메시지"라고 말했다.
◇"관리 부족 아닌 예방 단계부터 소외된 것"
정신장애인에서 충치 보유율이 높게 나타난 배경은 단순한 양치 습관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정신질환의 특성, 장기간 약물 복용에 따른 구강건조, 불규칙한 생활 리듬, 돌봄 체계의 공백, 치과 이용의 어려움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침 분비가 줄면 음식물 찌꺼기와 세균이 입안에 오래 남아 충치와 잇몸질환 위험이 커진다. 우울감이나 불안, 대인 접촉에 대한 부담도 일상적인 위생 관리와 정기검진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조현병을 앓고 있는 20대 여성 B씨는 "약을 먹으면 입이 항상 바싹 마르고, 우울감이 심할 때는 양치조차 할 기력이 없다"며 "치과에 가야 한다는 생각은 들지만, 낯선 사람과 기계 소리가 무서워 검진을 미루게 된다"고 말했다.
예방 관리 지표도 낮았다. 어금니의 깊은 홈을 메워 음식물과 세균이 끼는 것을 줄이는 치아홈메우기를 시행한 1세 이상 장애인은 2.7%에 불과했다. 비장애인 7.1%의 절반에도 못 미쳤고, 정신장애인은 0.3%에 그쳤다. 잠자기 전 칫솔질 실천율도 장애인은 32.5%로 비장애인 53.4%보다 낮았다. 김영재 교수는 "예방 서비스 이용이 낮은 것은 개인의 선택보다는 의료체계와 환경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며 "장애인의 경우 치과를 방문하기 위해 이동, 보호자 또는 활동지원인의 동행, 충분한 진료시간 확보 등 여러 장벽을 넘어야 한다"고 했다.
◇치과 문턱 높은 현실… "결국 아파야 병원 간다"
예방 체계가 닿지 않으니 치료 부담은 커지지만, 정작 치과 문턱은 여전히 높다. 최근 1년간 치과 진료를 받은 장애인은 48.5%로, 비장애인 85.7%보다 크게 낮았다. 이동, 보호자 동행, 긴 대기, 비용 부담, 장애 특성을 이해하는 치과 부족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진료 협조가 어려운 경우 진정치료나 전신마취가 필요하지만, 이를 시행할 수 있는 의료기관도 제한적이다. 서울장애인부모연대 정순경 부대표는 "발달장애인은 낯선 환경과 소리, 진료기구에 대한 두려움이 커 진료 자체를 거부하는 경우가 많다"며 "보호자 역시 병원 방문에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들기 때문에 증상이 심해진 이후에야 치과를 찾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실제 성인 발달장애인 C씨는 사랑니로 열과 통증을 호소했지만, 정확히 어디가 아픈지 표현하기 어려워 원인을 늦게 알게 됐다. 장애인 치과를 찾았지만 대기가 길어 바로 조치가 어려웠고, 결국 대형 병원에서 전신마취 후 발치를 진행했다. 장애인 치과를 운영하는 한 원장은 "장애인 진료는 일반 진료보다 시간과 인력이 더 많이 필요한 만큼, 수가·인력 지원과 진정·전신마취 연계 체계가 필요하다"고 했다.
◇"측정해야 개선한다"… 실태조사 정례화 필요
전문가들은 장애인 구강건강 정책이 치료 중심에서 예방·정기관리 중심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충치가 악화된 뒤 치료하는 방식으로는 비용과 고통이 커지고, 의료 접근성 격차도 반복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지난 4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예지 의원은 관련 간담회를 열고 정책 개선 과제를 논의했다. 현재 국민 구강건강실태조사는 3년 주기로 실시되지만, 장애인 조사는 약 10년 간격으로 이뤄져 왔다. 김 의원은 이후 장애인 구강건강실태조사를 3년마다 실시하도록 하는 구강보건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김영재 교수는 "측정하지 않으면 개선할 수도 없다"며 "정례 조사는 정책 평가와 예산·자원 배분의 핵심 근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예방 중심 정책을 강화하려면 장애 유형과 생애주기를 고려한 정기 구강검진과 예방관리 프로그램이 마련돼야 한다. 방문 구강관리, 보호자·활동지원인 교육, 정신건강·복지서비스와 연계한 예방 프로그램 확대도 필요하다. 정순경 부대표는 "16개 장애 유형과 개인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관리체계가 필요하다"며 "보건소·복지관·학교·장애인복지시설이 함께 참여하는 지역사회 중심의 통합 구강관리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했다.
구강건강은 단순히 치아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잘 씹고, 말하고, 먹는 기능은 영양 섭취와 사회생활, 삶의 질과 직결된다. 그러나 장애인의 경우 개인 노력만으로 정기검진과 예방 관리를 이어가기 어렵다. 김 교수는 "장애인의 구강건강은 개인의 책임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며 "당사자와 보호자, 의료진, 그리고 국가가 함께 예방 중심의 관리체계를 만들어 갈 때 장애인의 구강건강 격차도 실질적으로 줄어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치료가 필요한 충치를 가진 비율은 31.7%로, 10세 이상 장애인 3명 중 1명꼴이었다. 정신장애인의 현재 충치 보유율은 51.2%로 가장 높았다. 1인당 평균 충치 경험 개수도 전체 장애인은 9.3개였지만, 정신장애인은 11.4개로 더 많았다. 1~9세 장애 아동 역시 64.0%가 유치 충치를 경험했고, 현재 충치 보유율은 33.7%였다. 10세 이상 장애인의 보철물 장착률도 65.6%로, 비장애인 34.3%보다 두 배 가까이 높았다.
연구책임자인 서울대 치의학대학원 김영재 교수는 "이번 조사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점은 장애인의 구강건강 문제가 치료의 문제가 아니라 예방 단계에서부터 격차가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라며 "충치를 예방할 기회 자체가 충분히 제공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이번 조사의 가장 중요한 메시지"라고 말했다.
◇"관리 부족 아닌 예방 단계부터 소외된 것"
정신장애인에서 충치 보유율이 높게 나타난 배경은 단순한 양치 습관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정신질환의 특성, 장기간 약물 복용에 따른 구강건조, 불규칙한 생활 리듬, 돌봄 체계의 공백, 치과 이용의 어려움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침 분비가 줄면 음식물 찌꺼기와 세균이 입안에 오래 남아 충치와 잇몸질환 위험이 커진다. 우울감이나 불안, 대인 접촉에 대한 부담도 일상적인 위생 관리와 정기검진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조현병을 앓고 있는 20대 여성 B씨는 "약을 먹으면 입이 항상 바싹 마르고, 우울감이 심할 때는 양치조차 할 기력이 없다"며 "치과에 가야 한다는 생각은 들지만, 낯선 사람과 기계 소리가 무서워 검진을 미루게 된다"고 말했다.
예방 관리 지표도 낮았다. 어금니의 깊은 홈을 메워 음식물과 세균이 끼는 것을 줄이는 치아홈메우기를 시행한 1세 이상 장애인은 2.7%에 불과했다. 비장애인 7.1%의 절반에도 못 미쳤고, 정신장애인은 0.3%에 그쳤다. 잠자기 전 칫솔질 실천율도 장애인은 32.5%로 비장애인 53.4%보다 낮았다. 김영재 교수는 "예방 서비스 이용이 낮은 것은 개인의 선택보다는 의료체계와 환경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며 "장애인의 경우 치과를 방문하기 위해 이동, 보호자 또는 활동지원인의 동행, 충분한 진료시간 확보 등 여러 장벽을 넘어야 한다"고 했다.
◇치과 문턱 높은 현실… "결국 아파야 병원 간다"
예방 체계가 닿지 않으니 치료 부담은 커지지만, 정작 치과 문턱은 여전히 높다. 최근 1년간 치과 진료를 받은 장애인은 48.5%로, 비장애인 85.7%보다 크게 낮았다. 이동, 보호자 동행, 긴 대기, 비용 부담, 장애 특성을 이해하는 치과 부족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진료 협조가 어려운 경우 진정치료나 전신마취가 필요하지만, 이를 시행할 수 있는 의료기관도 제한적이다. 서울장애인부모연대 정순경 부대표는 "발달장애인은 낯선 환경과 소리, 진료기구에 대한 두려움이 커 진료 자체를 거부하는 경우가 많다"며 "보호자 역시 병원 방문에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들기 때문에 증상이 심해진 이후에야 치과를 찾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실제 성인 발달장애인 C씨는 사랑니로 열과 통증을 호소했지만, 정확히 어디가 아픈지 표현하기 어려워 원인을 늦게 알게 됐다. 장애인 치과를 찾았지만 대기가 길어 바로 조치가 어려웠고, 결국 대형 병원에서 전신마취 후 발치를 진행했다. 장애인 치과를 운영하는 한 원장은 "장애인 진료는 일반 진료보다 시간과 인력이 더 많이 필요한 만큼, 수가·인력 지원과 진정·전신마취 연계 체계가 필요하다"고 했다.
◇"측정해야 개선한다"… 실태조사 정례화 필요
전문가들은 장애인 구강건강 정책이 치료 중심에서 예방·정기관리 중심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충치가 악화된 뒤 치료하는 방식으로는 비용과 고통이 커지고, 의료 접근성 격차도 반복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지난 4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예지 의원은 관련 간담회를 열고 정책 개선 과제를 논의했다. 현재 국민 구강건강실태조사는 3년 주기로 실시되지만, 장애인 조사는 약 10년 간격으로 이뤄져 왔다. 김 의원은 이후 장애인 구강건강실태조사를 3년마다 실시하도록 하는 구강보건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김영재 교수는 "측정하지 않으면 개선할 수도 없다"며 "정례 조사는 정책 평가와 예산·자원 배분의 핵심 근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예방 중심 정책을 강화하려면 장애 유형과 생애주기를 고려한 정기 구강검진과 예방관리 프로그램이 마련돼야 한다. 방문 구강관리, 보호자·활동지원인 교육, 정신건강·복지서비스와 연계한 예방 프로그램 확대도 필요하다. 정순경 부대표는 "16개 장애 유형과 개인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관리체계가 필요하다"며 "보건소·복지관·학교·장애인복지시설이 함께 참여하는 지역사회 중심의 통합 구강관리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했다.
구강건강은 단순히 치아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잘 씹고, 말하고, 먹는 기능은 영양 섭취와 사회생활, 삶의 질과 직결된다. 그러나 장애인의 경우 개인 노력만으로 정기검진과 예방 관리를 이어가기 어렵다. 김 교수는 "장애인의 구강건강은 개인의 책임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며 "당사자와 보호자, 의료진, 그리고 국가가 함께 예방 중심의 관리체계를 만들어 갈 때 장애인의 구강건강 격차도 실질적으로 줄어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