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귀 잦고 더부룩한데 살까지 빠진다면… 의외의 ‘이 병’ 의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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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장 세균 과다증식증은 소장 속 세균의 수가 지나치게 늘거나 세균 구성에 변화가 생겨 여러 소화기 증상을 일으키는 질환이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배에 가스가 자주 차고 더부룩하거나 설사와 변비가 반복되면 흔히 과민성대장증후군(IBS)을 떠올린다. 하지만 비슷한 증상을 일으키는 '소장 세균 과다증식증(SIBO)'일 가능성도 있다.

소장 세균 과다증식증은 소장 속 세균의 수가 지나치게 늘거나 세균 구성에 변화가 생겨 여러 소화기 증상을 일으키는 질환이다. 미국 웰스타 헬스시스템 소화기내과 안시카 카레 박사는 미국 매체 '프리벤션'을 통해 "SIBO의 대표 증상은 복부 팽만, 과도한 가스, 설사, 원인 모를 체중 감소, 영양 결핍"이라며 "과민성대장증후군과 증상이 매우 비슷해 증상 하나만으로 두 질환을 구별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장운동 느려지면 소장에 세균 과도하게 늘어
우리 몸의 소화관에는 수많은 미생물이 살고 있다. 특히 대장에는 많은 세균이 존재하지만, 소장은 상대적으로 세균 수가 적게 유지된다. 위산과 담즙, 장의 규칙적인 움직임 등이 세균이 지나치게 늘어나는 것을 막기 때문이다. 그러나 소장의 움직임이 느려지거나 장의 구조에 문제가 생기면 음식물과 세균이 소장에 오래 머물면서 세균이 과도하게 증식할 수 있다. 미국 뉴욕대 랭곤헬스 소화기내과 리사 간주 박사는 "장운동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세균이 소장에 머물며 늘어날 수 있다"며 "이로 인해 음식 속 영양소가 충분히 흡수되지 않아 체중 감소나 영양 결핍이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SIBO 위험을 높이는 요인으로는 당뇨병 등으로 인한 장운동 장애, 크론병 같은 소화기 질환, 장 수술로 인한 구조 변화 등이 있다. 위산 분비가 지나치게 줄어든 경우에도 소장 내 세균이 늘어날 위험이 커질 수 있다.

대표 증상은 ▲복부 팽만 ▲잦은방귀 ▲복통이나 복부 불편감 ▲설사 ▲메스꺼움 ▲피로감 ▲원인 모를 체중 감소 등이다. 세균이 영양소 흡수를 방해하면 비타민 B12와 철분, 지용성 비타민(A·D·E·K) 등이 부족해질 수 있다. 증상이 심하고 영양 흡수 장애가 오래 이어지면 뼈 건강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일부 환자에서는 설사보다 변비가 두드러지기도 한다. 특히 호흡검사에서 메탄 수치가 높게 나타나는 경우 변비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에는 이를 일반적인 SIBO와 구분해 '장내 메탄생성균 과증식(IMO)'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다만 복부 팽만이나 가스, 설사와 변비는 과민성대장증후군을 비롯한 여러 소화기 질환에서도 흔히 나타난다. 원인 모를 체중 감소나 영양 결핍까지 동반된다면 스스로 SIBO라고 판단하기보다 병원을 찾아 정확한 원인을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호흡검사로 진단… 재발 막으려면 원인 함께 관리해야
SIBO는 주로 수소·메탄 호흡검사를 이용해 진단한다. 포도당이나 락툴로스가 들어 있는 용액을 마신 뒤 일정한 간격으로 숨을 내쉬어 호흡 속 수소와 메탄 농도를 측정하는 방식이다.

장내 미생물이 당 성분을 분해하면 수소나 메탄 같은 가스가 만들어진다. 이 가스는 혈액을 거쳐 폐로 이동한 뒤 호흡을 통해 몸 밖으로 배출된다. 의료진은 시간에 따른 호흡 속 가스 농도 변화를 살펴 소장 내 미생물 과증식 가능성을 판단한다. 다만 호흡검사만으로 모든 환자를 정확히 진단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검사에 사용하는 용액의 종류나 장 통과 속도 등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어, 증상과 기저질환, 수술 병력 등을 함께 살펴야 한다.

치료에는 리팍시민 등 항생제가 사용될 수 있다. 그러나 SIBO는 치료 후에도 다시 생길 수 있어 세균을 줄이는 것만큼 원인을 함께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장운동을 떨어뜨린 질환이나 장의 구조적 문제가 있다면 이를 치료하고, 비타민이나 철분 부족 등 영양 결핍도 교정해야 한다. 식습관 조절은 복부 팽만과 가스 같은 증상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대표적으로 장에서 잘 흡수되지 않고 쉽게 발효되는 특정 탄수화물을 줄이는 '저포드맵 식단'이 활용된다. 포드맵(FODMAP)은 발효성 올리고당·이당류·단당류·폴리올을 뜻하며, 양파·마늘·콩류·일부 과일과 유제품 등에 많이 들어 있다.

다만 저포드맵 식단이 SIBO 자체를 없애는 치료법으로 확립된 것은 아니다. 제한하는 음식이 많아 오랫동안 무리하게 시행하면 영양 섭취가 불균형해질 수 있으므로, 필요하다면 의료진이나 영양사의 도움을 받아 일정 기간 시행한 뒤 음식 종류를 단계적으로 다시 늘리는 것이 좋다. 간주 박사는 "SIBO 치료는 약물과 식습관을 환자 상태에 맞게 조절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