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포는 왜 살아남고 왜 죽나… ‘생존·사멸 스위치’ 조절 원리 규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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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세브란스병원 제공
세포가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 살아남을지, 스스로 죽을지를 결정하는 유전자 조절 원리가 국내 연구진에 의해 밝혀졌다. 이번 연구는 세포의 생존과 사멸을 조절하는 핵심 메커니즘을 규명한 것으로, 암과 당뇨병, 퇴행성 뇌질환 등 다양한 질환의 새로운 치료 전략 개발에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연세대 의대 열대의학교실 김형표 교수와 연세의생명연구원 주정식 조교 연구팀은 세포 스트레스 반응의 핵심 조절 단백질인 ‘ATF4’와 ‘CHOP’이 유전자 조절 부위인 인핸서를 활성화하고, 인핸서와 유전자 사이의 3차원 연결을 형성해 세포의 운명을 결정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10일 밝혔다.

세포는 영양 부족이나 염증, 독성 물질 등에 지속적으로 노출된다. 특히 단백질을 만들고 정리하는 소포체 기능에 이상이 생기면 제대로 접히지 않은 단백질이 쌓이는 ‘소포체 스트레스’가 발생한다. 이때 세포는 먼저 손상을 복구해 살아남기 위한 방어 체계를 가동하지만, 스트레스가 심하거나 장기간 지속되면 회복을 포기하고 스스로 죽는 세포 사멸 과정을 선택한다.

이 같은 반응은 암과 당뇨병, 퇴행성 뇌질환, 간질환 등 다양한 질환의 발생과 진행에 깊이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어떤 유전자가 생존을 유도하고 어떤 유전자가 사멸을 촉진하는지는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연구팀은 기존처럼 유전자 발현만 분석하는 데 그치지 않고 유전자 조절 부위인 인핸서의 활성도와 스트레스 반응 단백질의 결합, 유전자와 인핸서 사이의 3차원 구조 변화까지 종합적으로 분석했다.

그 결과, 소포체 스트레스가 발생하면 인핸서가 활성화되고, DNA가 접히면서 인핸서와 유전자가 서로 가까워지는 현상이 광범위하게 나타났다. 연구팀은 이러한 입체적 연결이 실제 유전자 활성에 필수적이라는 점도 확인했다.

특히 ATF4는 스트레스 상황에서 인핸서를 활성화하고 유전자와 연결을 형성하는 핵심 조절자로 확인됐다. ATF4가 제거된 세포에서는 스트레스에 반응해야 할 유전자 조절 네트워크가 제대로 형성되지 않았다.

반면 CHOP은 ATF4가 활성화한 반응 가운데 세포 사멸과 관련된 유전자만 선택적으로 더욱 강하게 작동시키는 역할을 했다. 반대로 아미노산 운반 등 세포 생존에 필요한 일부 유전자는 CHOP이 없어도 ATF4만으로 활성화됐다.

연구팀은 이를 통해 ATF4가 유도하는 스트레스 반응이 CHOP과의 협력 여부에 따라 '생존을 위한 적응 반응'과 '세포 사멸 반응'으로 나뉜다는 사실을 규명했다.

김형표 교수는 “이번 연구는 세포가 같은 스트레스 신호를 받아도 서로 다른 운명을 선택하는 원리를 유전체의 입체 구조 관점에서 설명한 연구”라며 “향후 세포를 보호해야 하는 질환에서는 생존 반응을 강화하고, 반대로 암처럼 제거해야 하는 세포에서는 사멸 반응을 촉진하는 치료 전략 개발의 기초 자료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Nucleic Acids Research’​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