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의 힘… 도시숲은 건강 위한 ‘자연 백신’

[이슈人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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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그린트러스트 조경진 이사장​. /서울그린트러스트
도시는 숲을 필요로 한다. 기후위기와 고밀도 개발이 심화될수록 그 중요성은 더욱 커진다. 도시 속 그린 인프라를 확대하는 것이 핵심 과제가 되면서, 도시숲이 그 해법으로 주목받고 있다. 미국, 파리, 영국은 물론 우리나라에서도 각 지자체를 중심으로 도시숲 조성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분위기다.

도시숲은 도시 환경과 인간의 삶에 어떤 변화를 만들어내는 것일까. 한정된 도시 공간 속에서 숲 면적을 확장하기 위한 방법은 무엇일까. 서울숲을 시작으로 도시 환경과 지역 특성에 적합한 녹지 공간을 조성해 온 서울그린트러스트 조경진 이사장을 만나, 도시숲의 현재와 미래 과제를 짚어봤다.

-도시숲은 일반 산림과 무엇이 다른가?
“우리나라는 1960~70년대 대규모 조림 사업을 통해 산림을 복구했다. 요즘 한국에서 민둥산을 찾기 어려운 이유다. 이후 도시의 생태적 건강성과 시민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도시숲 조성이 중요한 과제로 떠올랐다. 산림은 인간의 간섭이 최소화된 자연 생태계에 가깝고, 도시숲은 이름 그대로 도시 안에 조성되거나 존재하는 숲을 말한다. 법적으로는 기후대응도시숲, 자녀안심 그린숲, 생활밀착형 숲 등을 의미하지만, 넓은 의미에서는 시민들의 생활 공간과 밀접하게 연결된 도시의 모든 녹지 인프라가 도시숲에 포함된다. 즉 공원, 하천변의 녹지, 아파트 단지 내 가로수, 옥상 정원은 모두 광의적 의미에서 도시숲의 일부로 볼 수 있다.”

-지자체들이 적극적으로 도시숲을 조성하고 있다. 그 이유로 기후위기 대응이 꼽힌다. 도시숲이 폭염이나 미세먼지를 얼마나 저감시키는지 궁금하다.
“국립산림과학연구원은 10년생 나무숲 1ha가 연간 6.9톤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한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은 바 있다. 홍릉숲이 주변 도심 지역보다 미세먼지가 25.6%, 초미세먼지는 40.9% 낮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소년중앙’ 보도에 따르면 2022년 7월 폭염이 아닌 날과 폭염인 날 숲과 도심의 기온을 비교했더니, 폭염이 아닌 날에는 숲의 온도가 1.39도, 폭염인 날에는 2.47도 낮았다. 도시숲은 기후변화로 인해 급격히 늘어난 폭우에 대응하는 역할도 한다. 자연 지반의 공원이 빗물의 저장소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외국에선 폭우 시 물을 가두는 역할을 하는 하천변 생태 공원을 스펀지 파크(Sponge park)라고 부른다.”

-해외에서는 도시숲을 의료·보건 정책의 일부로 바라보기도 한다고?
“도시숲은 시민의 건강과 치유를 목적으로 만들어진 공간이다. 1858년에 조성된 미국 센트럴파크가 좋은 예시다. 당시 도시는 공해가 심하고 휴식 공간이 부족했기 때문에, 자연을 접하며 맑은 공기를 마시고 정서적 안정을 얻을 수 있는 곳이 필요했다. 오늘날에도 이런 가치는 유효하다. 현대 사회에서는 실내 생활 시간과 디지털 기기 사용이 늘어난 대신, 사람들이 자연 속에서 보내는 시간이 크게 줄어들었다. 그 결과 아이들의 정서적 불안과 정신건강 문제가 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런 측면에서 도시숲은 시민 건강을 위한 ‘자연 백신’ 역할을 한다. 호주에서는 의료비 증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 중 하나로 시민들이 공원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도록 유도하는 ‘라이프스타일 처방’ 개념이 나오기도 했다. 도시숲을 찾는 행위가 개인의 건강을 증진시키고, 장기적으로 사회 전체의 의료 부담을 줄이는 데도 기여할 수 있다는 해석이다.”

-우리나라는 인구 대비 숲 면적이 충분한 편인가?
“우리나라는 산림이 풍부하고 하천이 많아 전반적인 숲 면적은 부족하지 않다. 다만 걸어서 5~10분 안에 갈 수 있는 숲과 공원이 지역별로 불균형하게 분포돼 있다는 점이 아쉽다. 
서울은 도시 공원 소비 여건이 좋은 편이다. 강북에는 남산, 북악산 같은 산들이 있고, 역사 공간을 중심으로 공원이나 숲이 형성돼 있다. 강남은 개발 과정에서 구획 정리를 하고 공원 부지를 계획적으로 확보했다. 특히 1995년부터 도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공원 조성에 적극 투자했다. 사용하지 않는 공장 부지, 쓰레기 매립장, 경마장 같은 유휴 공간을 공원으로 전환하면서 서울숲, 북서울꿈의숲, 선유도공원, 여의도공원 등 많은 공원이 만들어졌다. 하지만 다른 지역의 경우 도시화와 아파트 중심의 주거 문화가 확산되면서 시민들이 쉽게 이용할 수 있는 소규모 공원이나 휴식 공간이 다소 부족하다.”

-이상적인 도시숲의 조건은 무엇이라고 보나?
“누구나 쉽게 방문할 수 있어야 한다. 일상생활을 하다 걸어서 접근할 수 있는 공원과 녹지가 많아야 사람들이 도시숲의 효과를 체감할 수 있다. 또 여러 생물들이 공존하는 공간이어야 한다. 곤충과 벌, 다람쥐 같은 야생동물이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생태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물론, 사람과 야생동물이 안전하게 공존할 수 있도록 관리하는 것도 중요하다.”

-국내 도시숲 중, 이런 조건을 갖춘 사례가 있나?
“일산호수공원, 광교호수공원, 세종중앙공원, 국립세종수목원, 포항 철길숲 등이 있다. SK그룹의 민간 투자로 조성된 울산대공원, 태화강 국가정원, 미군 기지 부지를 활용해 조성한 부산시민공원, 민관협력 방식으로 만들어진 영흥숲공원도 가볼만 한 도시숲이다. 서울에는 서울숲이 있다. 지하철을 타고 쉽게 접근할 수 있고, 기본적으로 생태 환경을 보전하고 있는 곳이다. 시민의 참여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는 역사도 가지고 있다. 서울숲은 2003년부터 2005년까지 5000명의 시민과 70여 개 기업 참여로 조성됐다. 조성 이후에도 시민들이 숲을 함께 가꿨다. 2005년 15명의 자원봉사자로 시작해, 19년간 약 10만 명의 시민이 정원 관리 등 다양한 자원봉사에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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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헌시민의숲 록록정원 개장 현장에 참석한 조경진 이사장. /서울그린트러스트
-서울그린트러스트는 서울숲 조성 과정부터 참여해, 2016년부터 2021년까지 서울숲 위탁 운영을 맡았다. 이 경험을 바탕으로 현재는 여러 도시숲 기획과 운영에 참여하고 있다. 이제까지 어떤 도시숲을 기획했나?
“2014년 하나투어와 잠원한강공원에 나무를 심고 가꾼 것을 계기로, 현재까지 10개 기업과 함께 한강공원 내에 숲을 조성하는 ‘한강숲 가꾸기’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또, 2015년 은평구에 어린이정원을 조성한 것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어린이들이 많이 찾는 지역 내 공원에 8개의 어린이정원을 만들고 있다. 2024년에는 신세계라이브쇼핑, 포르쉐코리아와 함께 서울숲공원의 ‘생생정원’, 동대문구 장평근린공원의 ‘빗물정원’을 조성했다. 모두 서울 내 녹지 질 개선이 필요한 지역을 발굴해 생물다양성을 증진할 수 있는 정원을 만든 것이다. 2025~2026년에는 충남 내포신도시 홍예공원 일대의 시민참여형 도시숲 조성 사업 수행기관으로 참여했다.”

-이제까지 진행한 프로젝트 중, 시민들의 반응이 가장 좋았던 것은?
“2023년부터 국가유산청 궁능유적본부 창경궁관리소의 제안으로 궁궐숲을 가꾸고 있다. 율곡로 주변 창경궁 녹지공간에 기존 식생에 적합하고 자연성을 회복할 수 있는 수종을 심어 역사성과 생태성을 함께 회복시키는 프로젝트다. 2024년 215명의 시민들과 함께 창경궁에서 8번의 궁궐숲 가꾸기 봉사활동을 진행했는데, 반응이 매우 뜨거웠다. 생태 탐사나 모니터링을 직접 하다 보면 스스로의 행동이 환경에 긍정적인 변화를 만들어내고, 생태계 회복에 기여할 수 있다는 믿음이 생기기 때문이다. 치매 환자 부양 가족이나 사회적 약자의 정서적 건강 증진을 목표로 한 힐링 가드닝 프로그램 ‘느슨한 가드닝’ 역시 정서적인 치유 효과를 얻을 수 있어 반응이 좋은 편이다.”

-도시숲 기획과 조성 과정에서 중점을 두는 것은 무엇인가?
“2003년 서울그린트러스트 출범 후 지금까지 일관되게 지켜온 핵심 가치는 ‘시민 참여’다. 시민이 이미 만들어져 있는 숲을 이용하는 데 그치지 않고, 우리 동네 숲을 직접 가꾸는 주체가 돼야 한다. 또다른 핵심 가치는 ‘형평성’이다. 앞서 서울이 도시 공원 소비 여건이 좋은 편이라고 했지만, 구별로 비교해 보면 격차가 있다. 서초구나 종로구처럼 공원이 조성된 아파트 단지나 산이 많은 곳은 시민들이 이용할 수 있는 녹지 공간이 풍부하다. 반면 구로구, 금천구, 영등포구, 동대문구 등 서남권, 동북부 지역은 중간에 산이 없을 뿐 아니라 도시숲이라고 할 수 있는 공간도 적은 편이다. 지역 간 격차를 줄이는 것을 목표로, 녹지 혜택이 특정 지역에 집중되지 않도록 프로젝트를 추진하려고 한다.”

-도심 면적은 한정돼 있는데, 녹지를 더 늘리는 것이 가능한가?  
“프랑스 파리에서는 도심 내 자동차 도로를 줄이고 그 자리를 보행 공간과 녹지로 전환하는 정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택시 업계 등 이해관계자의 반발도 있지만, 차보다 사람 중심의 도시를 만든다는 것이 목표다. 뉴욕도 마찬가지다. 최근에는 큰 공원 조성 뿐 아니라 도시 곳곳에 작은 녹지를 배치해 ‘그린 캐노피’를 만들고 있다. 특정 지역 뿐 아니라 도시 전반에 그린 인프라를 확대하려는 전략이다. 만약 공원을 만들 공간이 없다면 건물에 옥상정원을 만들거나, 건물 앞 공개공지를 숲처럼 만들면 된다. 이곳 서울대 환경대학원에도 2011년 옥상정원이 만들어졌다. 옥상정원은 법적으로 도시숲 면적에 포함되지 않지만, 환경과 삶의 질을 개선하는 데는 효과가 있다. 가능하다면 싱가포르처럼 벽면 녹화 작업을 하는 방법도 있다.”

-도시숲 확대를 위한 선결 과제는 무엇인가?
“도시숲 확대 논의는 결국 개발과 맞물릴 수밖에 없다. 우선 기존에 있는 녹지를 지켜야 한다. 개발과 환경 보전의 균형을 맞추기 위한 제도도 필요하다. 영국 사례를 참고하면 도움이 된다. 영국에서는 생물다양성을 유지하기 위해 ‘Biodiversity Net Gain’이라는 제도를 시행한다. 개발 업체는 부지 선정과 배치 과정에서 생물 다양성에 대한 부정적인 영향을 최소화해야 한다. 또, 개발 부지 내외에서 생물 다양성을 최소 10% 회복시켜야 한다. 쉽게 말해, 개발을 했으면 다른 지역에 숲을 더 조성해서 전체 생물 다양성이 줄어들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작은 공간을 적극적으로 찾아내 활용하는 전략도 세워야 한다. 수원시의 ‘손바닥 정원’ 사업이 좋은 예시다. 방치된 공터나 자투리 공간에 꽃과 나무를 심는 것인데, 이렇게 만들어진 정원만 1000여 곳이 넘는다. 규모는 작지만, 이런 곳이 모이면 도시 환경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 정말 녹지가 부족한 지역일 경우 빈집을 매입해 녹지를 조성하는 것도 필요하다. 그래야 도시 간 녹지 불균형을 완화할 수 있다.”

-이를 위한 서울그린트러스트의 계획은?
“단순히 나무를 심는 데 그치지 않고, 시민과 함께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질 좋은 그린 인프라를 만드는 것이 목표다. 자생식물 식재와 생태 모니터링을 통해 생물 다양성을 높이고 도시 생태계를 회복하는 한편, 시민들이 생태 탐사와 모니터링에 참여하는 활동을 더 많이 진행할 예정이다. 숲을 통한 사회적 치유 프로그램도 확대하려고 한다. 느슨한 가드닝은 자립 준비 청년, 고립 은둔 청년, 의가사제대 청년 등으로 대상을 확대할 계획이다. 도시숲의 생물 다양성을 직접 확인할 수 있도록, 탐조 같은 활동도 진행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