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입 물어 피 빠는 ‘키싱버그’… 물리고 방치하면 장기 손상도

[해외토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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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싱 버그'를 매개로 감염되는 샤가스병은 심각한 합병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 /사진 =뉴욕포스트 캡처
사람의 피를 빨아먹는 일명 ‘키싱 버그(Kissing Bug)’가 미국 남부 캘리포니아까지 확산해 주의가 요구된다. 최근 미국 샌디에이고 카운티는 지역 내에서 처음으로 샤가스병(Chagas disease) 감염 사례가 보고됐다고 밝혔다. 주로 남미 지역의 풍토병으로 알려진 샤가스병이 미국 본토 대도시까지 파고든 것이다.

◇얼굴 골라 무는 습성… 원인은 배설물 속 기생충
공식 명칭이 ‘트리아토민’인 키싱버그는 크기 2~3cm의 검은 갈색을 띤 곤충이다. 주로 사람이나 반려동물의 피를 먹고 사는데, 피부가 얇고 혈관이 몰려 있는 얼굴, 특히 입과 눈 주변을 물어뜯는 습성이 있어 키싱 버그라는 이름이 붙었다.

문제는 흡혈 자체보다 물린 이후다. 이 벌레가 피를 빤 뒤 상처 근처에 배설물을 남기는데, 이 배설물 속 ‘크루스파동편모충’이라는 기생충이 상처나 점막을 통해 인체에 침투해 샤가스병을 유발한다. 이 외에도 장기 기증이나 수혈 임신 중 태아로의 수직 감염도 가능하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700만 명 이상이 감염됐으며 매년 1만 명 넘는 사망자가 발생한다.

◇독감과 유사한 초기 증상… 치료 적기 놓치기도
샤가스병의 가장 큰 문제는 초기 증상이 거의 없어 조기 발견이 어렵다는 점이다. 감염 후 몇 주내에 나타나는 1단계 ‘급성기’에는 발열, 피로, 몸살, 두통, 설사나 눈꺼풀 부기 등 독감과 유사한 애매한 증상이 나타나거나 아예 증상이 없어 모르고 지나치기 일쑤다. 이 시기에는 완치가 가능하지만, 많은 환자가 치료 적기를 놓친다.

◇수십 년 숨어 장기 파괴하는 ‘조용한 살인자’
진짜 위험은 수년에서 수십 년간 잠복하는 2단계 ‘만성기’다. 감염자의 약 3분의 1은 10~30년이 지난 뒤 심장 근육 손상으로 인한 부정맥이나 심부전을 겪으며, 10명 중 1명은 식도나 대장이 늘어나는 소화기 변형을 겪는다. 만성화된 샤가스병은 완치가 불가능해 증상 완화를 위한 약물치료나 심박조율기 삽입, 수술 등에 의존해야 하며 심할 경우 급사로 이어진다.

전문의들은 “샤가스병은 내부에서 심장과 장기를 서서히 파괴하면서도 환자 자신은 건강하다고 느끼게 하는 ‘조용한 질병’”이라며 “해충 차단에 각별히 유의하고, 의심 증상이 있다면 정밀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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