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에 거주하는 60대 유방암 생존자 A씨는 수술과 항암치료를 마친 지 7년이 지났지만 지금도 6개월마다 서울의 대학병원을 찾는다. 검사는 반나절이면 끝나도 왕복 이동시간까지 합치면 하루가 꼬박 걸린다. 암 치료 과정에서 새로 생긴 고혈압은 동네의원에서 약을 처방받지만 항암치료 후유증과 재발에 대한 상담은 결국 수술을 받은 대학병원을 찾을 수밖에 없었다.
◇암 치료 끝나도 서울로 향하는 생존자들
A씨처럼 치료를 마친 뒤에도 상급종합병원을 떠나지 못하는 암 생존자는 갈수록 늘고 있다. 국가암등록통계에 따르면 국내 암 생존자는 273만2906명으로 국민 19명 가운데 1명꼴이다. 이 가운데 169만7799명(62.1%)은 암 진단 후 5년 이상 생존한 장기 생존자다. 매년 새롭게 암 진단을 받는 환자도 23만 명을 웃돈다.
암 치료 성적이 좋아지면서 이제는 ‘얼마나 오래 사느냐’보다 ‘치료 이후를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가 새로운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암 치료를 받는 환자 중 약 30%는 골다공증이나 고혈압·당뇨병 등 새로운 만성질환을 얻는다. 암 생존자들은 재발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추적 검사와 항암치료 후유증 및 만성질환 관리가 필요하다. 항암치료 후유증과 만성질환 관리는 일차의료기관에서도 충분히 맡을 수 있는 영역이다. 그러나 환자들은 “혹시 재발을 놓치는 것 아닐까”하는 불안감에 대학병원을 떠나지 못하고, 동네의원 역시 암 치료 경험이 부족한 상태에서 암 생존자를 적극적으로 진료하기를 부담스러워한다.
◇조기암 환자 절반… 지역에서 관리 가능
정부도 이런 문제를 인식하고 암생존자통합지지센터를 운영하며 지역 암 생존자의 사회 복귀를 지원하고 있다. 센터에서는 영양·운동 상담과 심리상담, 피로 관리, 직장 복귀 상담, 이차암 예방 교육 등 암 치료 이후 삶의 질 향상을 위한 통합지지 서비스를 제공한다.
다만, 국립암센터 중앙암생존자통합지지센터 포함 전국 권역별 센터가 14개에 불과해 300만 명에 이르는 암 생존자를 감당하기에는 부족한 실정이다. 센터 기능이 통합지지 서비스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점도 한계다. 재발 여부를 확인하는 추적관리나 만성질환 치료를 직접 담당하기보다는 영양, 운동, 정신건강, 사회복귀 지원이 중심이어서 결국 의료는 다시 대학병원이나 지역 의료기관으로 연결돼야 한다.
국립암센터 장윤정 중앙암생존자통합지지센터장(가정의학과)은 “현재 전체 암 환자의 절반가량은 조기암으로 치료 후 후유증이 비교적 적어 지역 연계가 가능한 환자들이 많다”며 “위험도에 따라 관리체계를 나누고, 재발 위험이 높은 환자는 기존처럼 대학병원에서 관리하는 방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학병원·지역의원 역할 나눌 기준 필요
문제는 암 치료병원에서 지역 의료기관으로 환자를 안심하고 보낼 수 있는 연계 체계가 아직 마련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어떤 환자를 언제 지역으로 의뢰할지, 일차의료기관은 어디까지 진료를 맡고 어떤 경우 다시 상급병원으로 보내야 하는지에 대한 공통 기준이 없다. 장 센터장은 “암 생존자 진료에 관심을 갖는 일차의료기관은 점차 늘고 있지만, 환자를 연결하는 기준과 관리체계가 없다 보니 선뜻 맡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며 “그래서 제5차 암관리종합계획에 암생존기 관리계획을 기반으로 한 일차의료 연계형 건강관리 모델 개발이 포함됐고 현재 연구가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암생존기 관리계획은 단순한 진료기록이 아니다. 적극적인 암 치료가 끝난 뒤 환자의 치료 이력과 재발 위험도, 예상되는 장기 부작용, 필요한 추적검사 일정, 지역 의료기관이 맡을 관리 항목 등을 정리한 일종의 ‘관리 설계도’다.
암생존기 관리계획이 완성되면 암 종류와 재발 위험도, 건강 상태에 따라 환자를 연계할 근거가 생긴다. 암 치료병원은 CT·MRI 검사와 재발·전이 여부를 확인하는 추적관찰을 맡고, 일차의료기관은 만성질환과 생활습관 관리, 건강 상담을 담당하는 역할 분담도 가능해질 전망이다. 일차의료기관에서 이상 소견을 발견하면 다시 암 치료병원으로 의뢰하는 방식이다.
◇전문성·보상 없인 동네의원 선뜻 못 맡아
이 같은 시스템이 자리 잡으려면 암 생존자를 치료하는 일차의료기관에 대한 인센티브도 필요하다. 암 생존자를 전문적으로 진료하는 한 일차의료기관의 원장은 “암 환자는 초진 상담만 해도 치료 과정과 복용 약물, 합병증 위험 등을 확인하는 데 1시간 가까이 걸리는 경우가 많다”며 “이처럼 시간과 전문성이 필요한 진료인데도 별도의 상담 수가가 없어 개원가가 적극적으로 뛰어들기 어려운 구조”라고 했다. 그는 이어 “전문성을 인정하는 보상체계가 마련되지 않으면 암 생존자 관리를 담당할 의료기관은 늘어나기 어려울 것”이라며 “환자들이 안심하고 지역 의료기관을 찾을 수 있는 신뢰를 만드는 것도 함께 풀어야 할 과제”라고 말했다.
◇암 치료 끝나도 서울로 향하는 생존자들
A씨처럼 치료를 마친 뒤에도 상급종합병원을 떠나지 못하는 암 생존자는 갈수록 늘고 있다. 국가암등록통계에 따르면 국내 암 생존자는 273만2906명으로 국민 19명 가운데 1명꼴이다. 이 가운데 169만7799명(62.1%)은 암 진단 후 5년 이상 생존한 장기 생존자다. 매년 새롭게 암 진단을 받는 환자도 23만 명을 웃돈다.
암 치료 성적이 좋아지면서 이제는 ‘얼마나 오래 사느냐’보다 ‘치료 이후를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가 새로운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암 치료를 받는 환자 중 약 30%는 골다공증이나 고혈압·당뇨병 등 새로운 만성질환을 얻는다. 암 생존자들은 재발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추적 검사와 항암치료 후유증 및 만성질환 관리가 필요하다. 항암치료 후유증과 만성질환 관리는 일차의료기관에서도 충분히 맡을 수 있는 영역이다. 그러나 환자들은 “혹시 재발을 놓치는 것 아닐까”하는 불안감에 대학병원을 떠나지 못하고, 동네의원 역시 암 치료 경험이 부족한 상태에서 암 생존자를 적극적으로 진료하기를 부담스러워한다.
◇조기암 환자 절반… 지역에서 관리 가능
정부도 이런 문제를 인식하고 암생존자통합지지센터를 운영하며 지역 암 생존자의 사회 복귀를 지원하고 있다. 센터에서는 영양·운동 상담과 심리상담, 피로 관리, 직장 복귀 상담, 이차암 예방 교육 등 암 치료 이후 삶의 질 향상을 위한 통합지지 서비스를 제공한다.
다만, 국립암센터 중앙암생존자통합지지센터 포함 전국 권역별 센터가 14개에 불과해 300만 명에 이르는 암 생존자를 감당하기에는 부족한 실정이다. 센터 기능이 통합지지 서비스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점도 한계다. 재발 여부를 확인하는 추적관리나 만성질환 치료를 직접 담당하기보다는 영양, 운동, 정신건강, 사회복귀 지원이 중심이어서 결국 의료는 다시 대학병원이나 지역 의료기관으로 연결돼야 한다.
국립암센터 장윤정 중앙암생존자통합지지센터장(가정의학과)은 “현재 전체 암 환자의 절반가량은 조기암으로 치료 후 후유증이 비교적 적어 지역 연계가 가능한 환자들이 많다”며 “위험도에 따라 관리체계를 나누고, 재발 위험이 높은 환자는 기존처럼 대학병원에서 관리하는 방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학병원·지역의원 역할 나눌 기준 필요
문제는 암 치료병원에서 지역 의료기관으로 환자를 안심하고 보낼 수 있는 연계 체계가 아직 마련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어떤 환자를 언제 지역으로 의뢰할지, 일차의료기관은 어디까지 진료를 맡고 어떤 경우 다시 상급병원으로 보내야 하는지에 대한 공통 기준이 없다. 장 센터장은 “암 생존자 진료에 관심을 갖는 일차의료기관은 점차 늘고 있지만, 환자를 연결하는 기준과 관리체계가 없다 보니 선뜻 맡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며 “그래서 제5차 암관리종합계획에 암생존기 관리계획을 기반으로 한 일차의료 연계형 건강관리 모델 개발이 포함됐고 현재 연구가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암생존기 관리계획은 단순한 진료기록이 아니다. 적극적인 암 치료가 끝난 뒤 환자의 치료 이력과 재발 위험도, 예상되는 장기 부작용, 필요한 추적검사 일정, 지역 의료기관이 맡을 관리 항목 등을 정리한 일종의 ‘관리 설계도’다.
암생존기 관리계획이 완성되면 암 종류와 재발 위험도, 건강 상태에 따라 환자를 연계할 근거가 생긴다. 암 치료병원은 CT·MRI 검사와 재발·전이 여부를 확인하는 추적관찰을 맡고, 일차의료기관은 만성질환과 생활습관 관리, 건강 상담을 담당하는 역할 분담도 가능해질 전망이다. 일차의료기관에서 이상 소견을 발견하면 다시 암 치료병원으로 의뢰하는 방식이다.
◇전문성·보상 없인 동네의원 선뜻 못 맡아
이 같은 시스템이 자리 잡으려면 암 생존자를 치료하는 일차의료기관에 대한 인센티브도 필요하다. 암 생존자를 전문적으로 진료하는 한 일차의료기관의 원장은 “암 환자는 초진 상담만 해도 치료 과정과 복용 약물, 합병증 위험 등을 확인하는 데 1시간 가까이 걸리는 경우가 많다”며 “이처럼 시간과 전문성이 필요한 진료인데도 별도의 상담 수가가 없어 개원가가 적극적으로 뛰어들기 어려운 구조”라고 했다. 그는 이어 “전문성을 인정하는 보상체계가 마련되지 않으면 암 생존자 관리를 담당할 의료기관은 늘어나기 어려울 것”이라며 “환자들이 안심하고 지역 의료기관을 찾을 수 있는 신뢰를 만드는 것도 함께 풀어야 할 과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