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아닌 '치료제'… 의료용 대마, 국내 도입 논의 본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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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대마 성분 의약품 도입 방안 정책 토론회'에서 국민의힘 김형동 국회의원이 환영사를 전하고 있다./사진=신소영 기자
ㅁ'대마'라고 하면 대부분 환각이나 중독부터 떠올린다. 하지만 대마에서 환각 성분을 제거한 의약품은 해외에서 이미 난치성 뇌전증 치료제로 사용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의료용 대마 성분 의약품의 안정적인 공급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가운데, 지난 7일 국회에서 의료용 대마 도입 방안과 안전관리 체계를 함께 논의하는 정책토론회가 열렸다.

이번 토론회는 국민의힘 김형동 의원과 더불어민주당 서미화 의원,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공동 주최했다. 참석자들은 희귀·난치질환 환자의 치료 기회를 넓히기 위해 국내 생산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는 데 공감하면서도, 처방부터 유통까지 전 과정에 걸친 엄격한 안전관리 체계가 전제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희귀·난치질환 환자에 새로운 치료 가능성 
현재 국내에서는 의료용 CBD(칸나비디올) 성분 의약품인 에피디올렉스를 식품의약품안전처 승인을 거쳐 한국희귀·필수의약품센터를 통해 전량 수입·공급하고 있다. 환율과 해외 공급 상황에 따라 수급이 흔들릴 수 있다는 점은 꾸준히 지적돼 온 한계다.

이날 발제를 맡은 고려대구로병원 소아청소년과 양동화 교수는 난치성 소아 뇌전증 환자에서 의료용 CBD의 치료 효과를 소개하며 국내 공급 기반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양 교수가 소개한 레녹스-가스토증후군 환아는 하루 5~10차례 강직발작을 반복해 정상적인 유치원 생활이 어려웠다. 여러 항경련제를 사용했지만 증상이 조절되지 않았고, 의료용 CBD 투여를 시작한 지 약 한 달 만에 발작이 모두 사라졌다. 이후 인지기능이 향상되면서 일상생활과 유치원 생활도 가능해졌다.

뇌수술과 미주신경자극술에도 효과가 없었던 또 다른 난치성 뇌전증 환자 역시 의료용 CBD 투여 후 발작이 소실된 사례도 소개됐다. 양 교수는 "모든 환자에게 같은 효과를 기대할 수는 없지만, 기존 치료에 반응하지 않는 난치성 뇌전증 환자에게는 중요한 치료 옵션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의료용 CBD가 흔히 알려진 기호용 대마와는 전혀 다른 의약품이라는 점도 거듭 강조했다. 기호용 대마의 주요 성분인 THC와 달리 의료용 CBD는 THC를 거의 제거한 고순도 칸나비디올 의약품으로, 향정신성 효과 없이 발작 감소와 삶의 질 개선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해외 수입에 의존하는 현행 공급 구조는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았다. 최근 해외 공급 지연으로 보호자들이 약을 제때 받지 못할까 불안해하는 사례도 있었던 만큼, 환자의 치료 연속성을 위해 공급망 안정화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복잡한 공급 절차… 환자 접근성 개선도 과제
환자단체도 치료제 자체보다도 복잡한 공급 절차가 더 큰 부담이라고 호소했다. 한국뇌전증협회 허도경 이사는 "에피디올렉스를 처방받기 위해서는 외래 진료 후 희귀필수의약품센터를 거쳐 지정 약국에서 약을 받아야 하는 등 절차가 복잡하다"며 "주말이나 공휴일이 끼면 약을 받는 데 더 오랜 시간이 걸려 환자와 보호자의 불안이 커진다"고 말했다. 이어 "환자들에게 필요한 것은 약 한 가지가 아니라 평범한 일상을 살아갈 기회"라며 병원 내 약국 수령 등 공급 체계 개선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의료진의 처방 역량과 관리 체계 마련도 과제로 제시됐다. 한국카나비노이드협회 민두재 회장은 "의약품을 국내에서 생산하는 것과 의료 현장에서 안전하게 처방하는 것은 서로 다른 과제"라며 "현재 논의는 원료 생산과 유통에 집중돼 있지만, 누가 어떤 교육을 받고 처방할 것인지에 대한 제도는 미흡하다"고 했다. 이어 미국과 영국 사례를 소개하며 처방 의사 교육·인증제와 표준 임상 가이드라인, 처방 등록 및 모니터링 체계 등을 함께 구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오남용 방지 체계도 함께 마련을
의료용 대마 도입 논의와 함께 제기되는 가장 큰 우려는 의료적 목적의 사용이 대마 흡연이나 마약류 전반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을 낮추고, 공급망 내 불법 유출이나 암시장 거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이에 의료용 대마 도입이 확대되더라도 마약류 관리 체계는 더욱 촘촘해야 한다는 의견도 이어졌다. 세명대 경찰학과 박성수 교수는 "의료용 대마 도입은 환자의 치료 선택권을 넓히는 긍정적인 변화지만, 마약류 특성을 고려한 안전관리와 오남용 예방 체계가 함께 구축돼야 한다"고 말했다.  복잡한 행정 절차와 경직된 공급 체계가 오히려 일부 환자나 보호자를 온라인 불법 시장으로 내몰 수 있어서다. 접근성을 높이면서도 합법적인 공급 체계를 안정적으로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 박 교수는 처방부터 유통까지 전 과정을 추적·관리하는 모니터링 시스템과 의료용 대마와 불법 대마를 명확히 구분하는 사회적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부도 환자 치료 기회 확대와 안전관리를 함께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채규한 마약안전기획관은 "현재 국회에 발의된 마약류관리법 개정안은 의료용 대마를 엄격한 관리 아래 재배·유통하도록 하고, 원료관리센터를 통해 전 과정을 관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며 "식약처도 입법 과정에 적극 참여해 환자 치료와 마약류 안전관리가 함께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