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RI 찍으려 ‘수면 진정제’ 맞았는데… 패혈증 사망 60대, 무슨 일?

[의료분쟁 다시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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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의 이해를 돕기위한 사진으로, 기사 내용과 무관함./사진=게티이미지뱅크
MRI(자기공명영상)는 척추 질환이나 뇌 질환 등을 진단하는 데 필수적인 검사다. 하지만 폐쇄공포증이 있거나 통증 때문에 오랫동안 움직이지 못하는 환자의 경우 검사 중 진정제를 사용하는 일이 적지 않다. 진정제는 불안감을 줄이고 검사를 원활하게 진행하는 데 도움이 되지만, 환자의 전신 상태를 충분히 평가하지 않은 채 투여하면 호흡 저하나 저혈압 같은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특히 감염이 의심되거나 기저질환이 있는 환자는 더욱 신중한 판단이 필요하다.

헬스조선은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의 조정 사례를 바탕으로 척추 MRI 검사를 위한 진정제 투여 후 패혈증으로 사망한 60대 환자 사례를 정리했다.

◇사건 개요
당뇨병과 간염 등 기저질환이 있던 60대 여성 A씨는 2020년 요추 수술을 받았던 이력이 있었다. 그러던 중 2021년 11월, A씨는 우측 옆구리 통증으로 B병원 응급실에 내원해 복부 골반 CT(컴퓨터단층촬영) 검사 후 요로결석 진단으로 진통제 처방받고 퇴원했다. 불과 나흘 뒤, A씨는 우측 다리의 힘 빠짐과 감각 둔화 증상이 나타나 같은 병원 응급실을 다시 찾았고, 검사 결과 과거 삽입했던 척추 나사못이 헐거워진 것이 확인돼 재수술을 위해 입원했다.

입원 후 실시한 혈액검사에서 A씨의 혈소판 수치는 3만/mm³ 수준으로 정상치보다 크게 낮았고, 염증 수치 상승 및 흉부 엑스레이상 폐렴 악화 소견이 관찰됐다. 입원 이틀째 되던 날 밤, 의료진은 재수술 계획을 위해 척추 MRI 검사를 시도했으나 A씨는 통증과 불안감을 호소하며 촬영을 거부했다. 이에 의료진은 자정 무렵 진정 상태에서 검사를 진행하기 위해 진정제인 ‘미다졸람’ 2mg을 투여했다.

그러나 약물 투여 직후 A씨는 통증 자극에 반응하지 않았고, 산소포화도 또한 66%까지 급락하며 호흡부전 상태에 빠졌다. 의료진이 수축기혈압이 40mmHg대로 저하된 A씨를 중환자실로 옮겨 심폐소생술과 약물 투여 등 응급처치를 시행했으나 결국 소생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해 심폐소생술을 중단했고, 당일 오후 사망 선고를 받았다. 당시 최종 확인된 사인은 패혈증이었으며, 그 선행 원인은 요로감염이었다.

◇유족 “무리하게 진정제 투여” vs 병원 “패혈증 진행에 따른 쇼크”
유가족 측은 A씨가 입원 이후 호흡곤란 등 전반적인 신체 상태가 좋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무리하게 진정제를 투여해 MRI 검사를 진행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위험한 상태의 환자에게 진정제를 투여해 의식 저하와 호흡 악화가 발생했고, 결국 사망하게 됐다며 분쟁 조정을 신청했다.

반면 B병원 측은 정상적인 수술 계획하에 검사를 진행하던 중 갑작스럽게 의식 저하와 활력 징후 악화가 발생했다고 맞섰다. 이어 집중 치료에도 불구하고 환자가 사망에 이른 것은 급격한 활력 징후 악화 양상 등을 고려할 때, 무증상 요로감염으로 인한 패혈증 진행 및 이로 인한 쇼크 때문으로 판단된다며 과실을 부인했다.

◇의료 중재원 “감염 의심 환자, 진정제 투여 신중했어야”
의료중재원은 본 사건에서 정형외과적 진단 과정 및 수술 계획, 타과 협진은 비교적 적절하였다고 검토했다. 또한 투여된 미다졸람 2mg은 저용량으로 큰 문제를 일으키는 경우는 매우 드물며, 환자의 저혈압 및 사망 원인은 미다졸람 때문이라기보다는 간경화증, 당뇨병이라는 기저질환이 있는 상태에서 요로감염과 폐렴이 급격히 악화해 발생한 패혈증 및 파종혈관내응고(DIC) 진행, 다기관기능부전 때문으로 추정했다.

다만 의료중재원은 진료 과정에서의 관리 미흡을 짚어내며 병원의 책임을 일부 인정했다. 우선 심야에 의식이 좋지 않은 환자에게 진정제 미다졸람 투여 시 의사의 모니터링 과정이 다소 불성실했다고 봤다. 또한 진정제를 투여해 검사를 진행하면서 부작용에 대해 환자나 보호자에게 충분히 설명했는지 확인하기 어려워 설명의무를 다하지 못한 점도 지적했다. 특히 환자가 요로결석이 있었고 수술 전 혈액검사에서 C반응성단백(CRP) 상승, 혈소판 감소 등 파종혈관내응고 소견이 의심됐던 만큼, 배양검사와 광범위 항생제 처방 등 보다 적극적인 감염 관리가 우선됐어야 한다고 봤다.

결국 양 당사자는 새벽 시간에 진정제를 투여할 정도의 응급 상황이 아니었던 점, 감염 소견이 보이는 환자에게 적극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했던 점 등 감정 결과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합의를 이뤘다. 이에 따라 병원 측이 유가족에게 손해배상금으로 7500만 원을 지급하고, 유가족은 향후 일체의 이의 제기나 명예훼손 행위를 하지 않기로 최종 조정됐다.

◇진정제 투여 전, 환자 상태 먼저 확인을
MRI 검사 시 투여되는 진정제는 주로 폐쇄공포증 환자나 검사 중 움직임을 통제하기 어려운 소아 등을 위해 사용된다. 성인은 미다졸람 같은 약물을 정맥 주사로 투여하고 소아는 시럽 형태의 진정제를 주로 사용한다. 고령자나 전신 상태가 좋지 않은 환자에서는 호흡 저하 등 합병증이 나타날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먼저 의료진은 환자에게 진정제를 투여하기 전 전신 상태를 면밀히 평가해야 한다. 특히 환자의 현재 감염 여부와 전신 상태를 충분히 확인하는 과정이 필수적이다. 또한 환자의 기저질환과 체중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정확한 약물 용량을 산정해야 하며, 검사 중 발생할 수 있는 돌발 상황에 대비해 MRI 전용 모니터링 시스템과 기도 확보 장비가 정상적으로 작동하는지 사전에 철저히 점검해야 한다.

환자와 보호자는 검사 전 고혈압, 당뇨병, 간염 등 기저질환을 정확히 알려야 한다. 특히 과거 진정제·마취제 알레르기가 있거나 천식, 심장 질환, 수면무호흡증이 있다면 사전에 상의해야 한다. 진정 후에는 회복될 때까지 의료진의 관찰을 받아야 하며, 어지러움과 졸음이 남을 수 있으므로 자가운전을 절대 금하고 귀가 시에는 보호자와 동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특히 소아는 성인보다 기도 폐쇄와 호흡 억제 위험이 더 높아 진정 후 검사 전과 같은 의식 수준과 호흡 상태를 회복할 때까지 보호자가 곁에서 상태를 살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