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 수술 대상인데… “위고비·마운자로 맞겠다”는 환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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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사진=클립아트코리아
“5년 전만 해도 특정 부위의 살을 빼는 크림이나 해독 주스가 유행했는데 요즘은 많은 비만 환자들이 병원에 가서 치료제를 처방받으려고 한다.”

김용진 에이치플러스양지병원 비만당뇨수술센터장은 최근 비만 치료 패러다임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위고비’, ‘마운자로’ 등 GLP-1 비만 치료제가 등장하면서 건강기능식품이나 유행 다이어트에 의존하던 환자들이 병원을 찾아 전문 치료를 받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것이다. 다만 약물 효과가 충분하지 않은 환자를 언제 비만대사수술로 전환할지에 대한 치료 기준은 여전히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늘어나는 약물 오남용… 전문가들 “부작용 위험” 경고
비만 전문가들은 최근 비만 치료 패러다임의 변화를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비만을 단순한 미용 문제가 아닌 치료가 필요한 만성질환으로 인식하면서 의료진의 진단과 치료를 기반으로 관리받는 문화가 자리 잡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김 센터장은 “비만 치료는 오랫동안 의료가 아니라 산업의 영역에서 이뤄져 온 측면이 있었다”며 “효과적인 약제가 등장하면서 비만도 병원에서 치료받아야 하는 질환이라는 인식이 확산된 것은 매우 긍정적인 변화다”고 말했다.

다만, 약물 치료가 확대되면서 새로운 과제도 나타나고 있다. 비만은 고혈압이나 당뇨병처럼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한 만성질환인데도 여전히 ‘빨리 살을 빼고 약을 끊는 것’을 목표로 치료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단기 감량 중심의 접근은 결국 요요현상을 반복할 가능성이 높다.

적응증을 벗어난 처방과 과도한 용량 증량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비만치료제는 원칙적으로 BMI 30 이상 또는 합병증을 동반한 BMI 27 이상 환자에게 처방해야 하지만, 현장에서는 정상 체중 환자에게도 처방되는 사례가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아이돌이나 인플루언서를 따라 ‘뼈말라’ 체형을 만들려는 젊은 층이 늘면서 약물 오남용으로 응급실을 방문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김 센터장은 “급성 췌장염은 물론 급성 신손상과 케톤산증, 통풍 발작, 담석증 등으로 응급실을 찾는 환자들이 많다”라며 “대부분 비만 환자가 아니라 60kg인 사람이 48kg이 되기 위해 약을 사용하는 등 정상 체중에 가까운 사람이 단기간에 과도한 감량을 시도한 경우였다”고 말했다.

◇초고도비만, 약만으론 한계… “수술 연계해야”
전문가들은 초고도비만 환자에서 약물 효과가 충분하지 않은데도 치료 방침을 바꾸지 않는 것 역시 문제라고 지적한다. 고도비만 환자는 체중 감량이 지연될수록 제2형 당뇨병, 심혈관질환, 폐쇄성 수면무호흡증, 지방간 등 비만 관련 합병증이 지속적으로 악화될 위험이 크다. 특히 일정 기간 치료 후에도 충분한 체중 감소가 나타나지 않는다면 용량 증량을 반복하기보다 비만대사수술 등 다른 치료법으로 전환하는 것이 국제 진료지침의 기본 원칙이다.

김 센터장은 “약물 효과가 충분하지 않은데도 체중계 숫자만 보면서 용량을 계속 올리는 경우가 있다”며 “보통 약물 치료 후 3~4개월 동안 체중이 5% 이상 감소하지 않는다면 의료진이 다른 치료 전략을 고민해야 하지만, 비급여 진료 환경에서는 환자가 원할 경우 처방을 거절하기 쉽지 않은 현실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약물 치료의 한계를 보이는 환자를 적절한 시점에 비만대사수술로 연계하는 체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센터장은 “예를 들어 체중이 130kg에 달하고 인슐린 치료를 받고 있는 환자라면 처음부터 수술을 고려하는 것이 더 적절한 경우도 있다”며 “약물 치료를  일정 기간 시행했는데도 효과가 부족하다면 수술을 적극적으로 권유하는 진료체계가 마련돼야 한다”고 했다.

다만 국내 비만대사수술의 문턱은 높다. 2019년 건강보험 적용 이후 연간 수술 건수가 약 500건에서 2500건 수준으로 증가했지만, 이후 현재까지 연간 2000~2500건 수준에서 정체돼 있다. 국내 비만 유병률과 수술 대상자를 고려하면 실제 수술 도달률(Penetration Rate)은 0.1% 이하로 추정된다.

김 센터장은 “수술이 필요한 환자 가운데 실제 수술을 받는 비율은 전 세계적으로도 지난 60여 년간 1%를 넘지 못했다”며 “국내에서도 약물과 수술을 어떻게 연계할 것인지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수술에 대한 신뢰를 높이기 위해 의료계의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그는 “학회 차원에서 매년 비만대사수술 건수와 합병증, 재입원율, 장기 치료 성적 등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내과나 가정의학과 의료진도 안심하고 환자를 의뢰할 수 있다”며 “우리나라 데이터를 꾸준히 축적하고 공유하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우선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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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진 에이치플러스양지병원 비만당뇨수술센터장./사진=김용진 센터장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