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해 두 아이 아빠인데… 검사해 보니, “뇌 대부분 없는 상태”?

[메디컬 미스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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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의 뇌 CT. 검게 보이는 부분은 뇌척수액이 차 있는 공간.​/​사진=랜싯
결혼해 두 자녀를 키우고 공무원으로 평범하게 살아온 40대 남성. 그런데 병원 검사 결과, 두개골 안 대부분은 뇌가 아니라 뇌척수액으로 채워져 있었다. 의료진도 놀란 이 사례는 지금까지도 뇌의 놀라운 적응력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프랑스의 44세 남성은 약 2주 동안 왼쪽 다리에 힘이 빠지는 증상으로 병원을 찾았다. 의료진이 CT(컴퓨터단층촬영)와 MRI(자기공명영상) 검사를 시행한 결과, 뇌 내부의 측뇌실과 제3·4뇌실이 모두 심하게 확장돼 있었다. 두개골 안 공간 대부분은 뇌척수액으로 가득 찬 확장된 뇌실이 차지하고 있었고, 뇌 조직은 매우 얇게 압박된 상태였다. 의료진은 환자가 뇌척수액 순환 통로가 막힌 비교통성 수두증을 앓고 있었던 것으로 진단했다. 뇌척수액 순환 통로 일부가 좁아져 오랜 기간 뇌척수액 배출에 문제가 생긴 것으로 추정됐다.

환자는 생후 6개월 무렵 수두증으로 뇌실-심방 단락술을 받았고, 14세 때 다시 수술을 받은 병력이 있었다. 그러나 이후 특별한 신경학적 이상 없이 성장해 공무원으로 근무했고, 결혼해 두 자녀를 둔 평범한 삶을 살고 있었다. 당시 시행한 IQ 검사에서도 75를 기록해 평균보다 낮았지만, 일상생활과 사회생활에는 큰 문제가 없었다.

연구진은 이처럼 심한 뇌실 확장에도 환자가 비교적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유지한 점이 매우 이례적이라고 보고했다. 이 사례는 지난 2007년 국제 학술지 ‘란셋(The Lancet)’에 보고됐다. 이후 신경과학자들은 이 사례를 성인 뇌의 적응 능력인 ‘뇌가소성’을 논의할 때 자주 인용해 왔다. 브뤼셀 자유대의 인지심리학자 악셀 클레레만스 교수는 이 사례를 두고 “뇌가소성이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넓게 작용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다만 이러한 현상이 모든 수두증 환자에게 나타나는 것은 아니며, 매우 드문 사례로 평가된다.

◇뇌척수액이 쌓이는 수두증
수두증은 뇌와 척수를 순환하는 뇌척수액이 정상적으로 흐르거나 흡수되지 못해 뇌실 안에 과도하게 축적되는 질환이다. 뇌척수액이 계속 쌓이면 뇌실이 비정상적으로 커지고, 주변 뇌 조직을 압박하면서 다양한 신경학적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수두증은 뇌척수액이 막히는 위치에 따라 비교통성과 교통성으로 나뉜다. 뇌실 안에서 뇌척수액이 빠져나가는 통로가 막히면 비교통성 수두증이 발생해 뇌실만 크게 확장된다. 반면 뇌실을 빠져나온 뒤 지주막하 공간에서 흡수 과정에 문제가 생기면 교통성 수두증이 발생하며, 뇌실과 지주막하 공간이 함께 확장될 수 있다.

수두증은 선천적인 뇌 구조 이상뿐 아니라 출혈, 종양, 감염 등 다양한 원인으로 발생하며, 소아에서 비교적 흔하게 발견된다. 증상은 연령에 따라 다르다. 영유아에서는 아직 두개골이 완전히 닫히지 않아 머리둘레 증가, 구토, 보챔, 발달 지연 등이 나타날 수 있다. 좀 더 큰 소아에서는 두통을 주로 호소하며, 뇌압 상승으로 인한 증상과 뇌 발달 장애가 나타날 수 있다. 성인에서는 두통과 보행장애, 인지 저하, 요실금 등이 나타날 수 있으며, 치매나 파킨슨병으로 오인하기 쉽다.

치료는 원인에 따라 달라지지만, 가장 널리 시행되는 방법은 뇌실에 관을 삽입해 과도한 뇌척수액을 신체의 다른 부위로 빼내 흡수시키는 단락술이다. 내시경으로 뇌실 바닥에 구멍을 내어 뇌척수액이 다른 경로로 흐르도록 하는 내시경 제3뇌실 천공술을 시행하기도 하며, 일부 비교통성 수두증 환자에서 고려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