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시 관리법
특히 한국은 전세계적으로도 소아·청소년 근시 유병률이 높은 국가로 꼽힌다. 전문가들은 근시를 단순히 안경 도수를 높이는 것만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해선 안 된다고 강조한다. 평생 눈 건강을 좌우하는 질환으로 인식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초등학교 입학 전후 근시 급증
우리나라 소아·청소년의 근시 유병률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대한안과학회 자료에 따르면, 근시로 판정받은 학생 비율은 2024년 기준 초등학교 1학년 30.8%, 4학년 52.6%, 중학교 1학년 64.8%, 고등학교 1학년 74.8%에 달한다. 전체 청소년 근시 유병률은 약 57%로, 40년 전보다 6배가량 증가했다. 특히 초등학교 입학 전후로 근시가 급격히 늘어난다.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5세에 15% 수준이던 근시 유병률은 7세 이후 빠르게 증가해 13세에는 76%에 이른다.
한국 어린이의 근시 유병률이 높은 이유로는 유전적 요인과 환경적 요인이 함께 꼽힌다. 기본적으로 동아시아인은 근시에 취약한 유전적 특성이 있는데, 높은 학업 강도와 근거리 작업, 스마트폰 사용 증가, 부족한 야외 활동이 근시 증가를 부추기고 있다.
근시를 제때 관리하지 않으면 성장하면서 고도근시로 진행될 수 있다. 성인이 된 뒤 녹내장·백내장·망막박리·황반변성 등 실명 위험이 높은 안질환의 발생 가능성도 커진다.
서울성모병원 안과 신선영 교수는 "이미 생긴 근시를 없앨 수는 없지만 진행 속도를 절반 가까이 늦추는 것은 가능하다"며 "그 골든타임이 바로 초등학생 시기다"고 말했다.
◇방학이 분수령… 생활습관 개선해야
전문가들은 여름방학을 근시 관리의 분수령으로 본다. 방학에는 생활 리듬이 무너지면서 스마트폰, 게임, 동영상 시청 시간이 늘어나기 쉽고, 더위 때문에 실내에 머무는 시간도 길어지기 때문이다. 반대로 방학은 학기 중 확보하기 어려웠던 야외 활동 시간을 늘릴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신 교수는 "방학에 어떤 생활 패턴을 만드느냐가 그해 근시 진행 속도를 좌우할 수 있다"며 "하루 1~2시간 이상 자연광을 쬐며 야외 활동을 하는 습관이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아이들은 시력이 나빠져도 이를 정확히 표현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부모의 관찰이 중요하다. ▲TV나 스마트폰을 유난히 가까이서 보거나 ▲멀리 있는 사물을 볼 때 눈을 찡그리고 미간을 찌푸리거나 ▲공놀이를 할 때 거리 감각이 떨어지고 ▲책을 읽을 때 쉽게 피로를 느끼는 경우 근시를 의심해볼 수 있다.
근시 예방과 관리를 위해서는 생활습관 개선이 기본이다. 한국형 근시 치료 가이드라인은 하루 2시간 이상 야외 활동과 올바른 근거리 작업 습관을 권고한다.
책이나 스마트폰은 20~30cm 이상 거리를 두고 보고, 연속 사용 시간은 20~45분 이내로 제한하는 것이 좋다. 20분 동안 가까운 곳을 봤다면 20초 정도 먼 곳을 바라보는 습관도 도움이 된다. 화면 사용 시간을 줄이고, 6세 이후에는 정기적인 안과 검진을 통해 눈 건강을 관리해야 한다.
◇안경·렌즈·약물… 근시 선택지 늘어나
이미 근시가 시작됐거나 진행 속도가 빠른 경우에는 생활습관 교정만으로는 부족하므로 적극적인 근시 억제 치료를 병행해야 한다.
국내에서는 ▲근시 억제 안경렌즈 ▲이중초점 소프트 콘택트렌즈 ▲드림렌즈 ▲저농도 아트로핀 점안액 등을 근시 진행 억제 방법으로 제시하고 있다. 연구마다 차이는 있지만 평균적으로 근시 진행 속도를 절반 정도 늦추는 효과가 보고됐다. 안경렌즈와 콘택트렌즈, 드림렌즈는 모두 망막 주변부에 '근시성 디포커스'를 형성해 안구가 길어지는 신호를 억제하는 원리를 이용한다.
최근에는 '고도화 비구면 마이크로렌즈(H.A.L.T, Highly Aspherical Lenslet Target)' 기술을 적용한 근시 억제 안경렌즈가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획득하면서 근시 관리 선택지가 넓어졌다. 해당 렌즈는 중심부에서는 시력을 교정하고, 주변부에 링 모양으로 배열된 미세 렌즈가 근시성 디포커스를 만들어 안구 성장을 억제한다.
드림렌즈 착용이 어렵거나 약물 사용에 부담을 느끼는 어린이에게 적용할 수 있는 대안으로 꼽힌다. 신선영 교수는 "과거에는 안경으로 시력을 교정하며 단순히 근시 진행을 지켜보는 경우가 많았지만, 이제는 효과가 입증된 다양한 억제 치료법이 있다"며 "나이와 근시 정도, 생활 패턴에 따라 적합한 방법이 다르므로, 안과 전문의와 상담해 맞춤형 치료를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