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 톡톡] 이진국 교수 건국대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65세 이상 성인 5명 중 1명 꼴로 앓아
초기 증상 무시하면 진단 시기 놓쳐
급성 악화 발생시 사망률 20~30%
"생물학적제제, 질환 진행 억제 효과…
보험 급여 적용으로 접근성 높여야"
건국대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이진국 교수는 "COPD는 오랜 기간 유해물질에 노출되면서 폐에 염증이 생기고 결국 폐 조직이 손상되는 질환"이라며 "국내 환자는 약 300만명으로 추정되지만 단순 노화 현상으로 여겨 진단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환자 대부분 고령층… 흡연이 주요 원인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국내 COPD 환자는 2021년 19만2636명에서 2024년 21만7649명으로 증가했다. 환자의 80% 이상은 65세 이상 고령층이었다. 40세 이상 인구 8명 중 1명, 65세 이상 5명 중 1명이 앓고 있을 정도로 흔한 질환이지만, 진단율과 치료율은 각각 2.3%, 1.2% 수준에 불과했다.
COPD의 가장 큰 위험요인은 흡연이다. 이외에도 실내외 대기오염, 직업성 분진 노출, 결핵 후유증 등이 발병에 영향을 미치지만, 전체 환자의 약 70%는 흡연과 관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교수는 "현재 흡연자뿐 아니라 과거 흡연자도 고위험군이다"며 "하루 한 갑씩 10년 이상 흡연한 경우 COPD 발생 위험이 유의하게 높아진다"고 했다.
문제는 낮은 인지도다. 초기에는 기침이나 가래, 활동 시 호흡곤란 정도의 증상만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증상이 비교적 경미해 노화 현상이나 흡연의 영향으로 오인하기 쉽고, 이 때문에 상당수 환자가 적절한 진단 시기를 놓친다.
이진국 교수는 "고령 환자들은 숨이 차도 나이가 들어서 그런 것이라고 생각하고, 흡연 경험이 있는 사람들은 기침과 가래를 담배 때문이라고 여기는 경우가 많다"며 "질환 자체에 대한 인식이 낮다 보니 진단 시기를 놓치는 사례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급성 악화 반복되면 사망 위험 증가
COPD 환자가 가장 경계해야 하는 것은 급성 악화다. 급성 악화는 호흡곤란이 갑자기 심해져 일상생활이 어려워지는 상태를 말한다. 입원이 필요할 정도의 급성 악화가 발생하면 사망률이 20~30%에 달한다. 급성 악화가 반복될수록 폐 기능은 더 빠르게 저하되고 사망 위험도 높아진다. 이 교수는 "폐 기능은 비가역적이기에 한 번 손상되면 정상으로 회복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폐 기능이 많이 저하된 중증 COPD 환자는 일상생활에도 큰 제약을 받는다. 지속적인 산소치료가 필요해지면 활동 범위가 제한되고, 더 악화되면 양압환기장치에 의존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환자 개인뿐 아니라 가족의 돌봄 부담도 커진다. 실제 COPD로 인한 사회경제적 비용은 연간 1조4000억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환자의 근로 능력 저하와 간병 부담, 의료비 증가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친 결과다.
질환 악화를 막고 관리에 대한 부담을 덜기 위해서는 조기 진단이 중요하다. 폐가 많이 손상된 뒤 치료를 시작하면 회복에도 한계가 있다. 현재 COPD 진단은 폐기능검사로 이뤄진다. 폐활량을 측정해 기도 폐쇄 여부를 확인하는 검사로, 비교적 간단하게 시행할 수 있다. 정부는 올해부터 국가건강검진에 폐기능검사를 도입했다. 이진국 교수는 "기침과 가래가 오래 지속되거나 계단을 오를 때 숨이 차는 증상이 반복된다면 나이 때문이라고 넘기지 말고 폐기능검사를 받아보길 권한다"고 했다.
흡입제 넘어 '생물학적제제' 시대
COPD 치료의 기본은 흡입제다. 기관지확장제를 중심으로 치료하며 필요에 따라 흡입 스테로이드를 함께 사용한다. 조기에 진단된 환자는 흡입제만으로도 증상을 조절하며 일상생활을 유지할 수 있다. 다만, COPD 환자 가운데는 표준 치료를 받고도 급성 악화를 반복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최근에는 이러한 고위험 환자를 위한 새로운 치료 옵션으로 생물학적제제가 등장했다.
생물학적제제는 기존 치료제와 달리 특정 염증 기전을 표적으로 하는 치료다. 기존 치료가 기관지 확장과 증상 조절에 초점을 맞췄다면, 생물학적제제는 염증 자체를 겨냥한다. 반복적인 급성 악화를 경험하는 일부 환자에서는 급성 악화 감소와 삶의 질 개선 효과가 확인되고 있다. 이진국 교수는 "생물학적제제는 적절한 환자에게 사용하면 급성 악화를 상당히 줄일 수 있다"며 "응급실 방문과 입원이 반복되던 환자가 안정적으로 생활하는 사례도 있다"고 말했다.
접근성은 과제로 남아 있다. 현재 생물학적제제는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되지 않고 있다. 비용은 한 달 약 150만원 수준이다. 이 교수는 "고령 환자가 많고 경제적 부담도 큰 질환 특성을 고려하면 치료 접근성 개선이 필요하다"고 했다.
[국가건강검진에 폐기능검사 도입]
정부는 올해부터 국가건강검진에 폐기능검사를 도입했다. 만성폐쇄성폐질환(COPD) 등 호흡기질환을 조기에 발견하고 적절한 치료로 연결하기 위한 조치다. 검사는 만 56세와 66세를 대상으로 시행한다.
폐기능검사는 폐활량과 기도 폐쇄 정도를 측정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검사 시간은 5분 안팎으로 비교적 간단하게 시행할 수 있으며, COPD를 진단하는 가장 기본적인 검사로 꼽힌다. 흉부 X선이나 CT 검사로는 확인하기 어려운 초기 COPD를 발견하는 데 도움이 된다.
이진국 교수는 "국가검진을 통한 폐기능검사 도입은 숨은 COPD 환자를 조기에 찾아낼 수 있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며 "대상 연령에 해당한다면 꼭 검사를 받아보길 권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