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빈치가 바꾼 한국 의료 환경… 사회적 비용 줄이고 의료 효율 높여

이미지
인튜이티브서지컬​ 코리아 최용범 대표​/사진=인튜이티브서지컬 코리아
의사가 콘솔을 움직이면, 여러 개의 관절을 지닌 로봇팔이 환자의 몸속에서 의사의 지시에 따라 움직인다. 의사는 수술 부위를 맨눈 대신 10배 확대된 선명한 영상을 통해 확인한다. 환자에게는 통증과 회복 부담이 적은 덕에, 의사에게는 손 떨림을 보정하고 넓은 수술 시야를 제공하는 덕에 국내 로봇 수술 건수는 증가하는 추세다.

이제는 로봇 수술의 의학적 장점을 넘어 사회적 장점까지 논해야 할 때다. 인튜이티브서지컬 코리아는 30일 페어몬트 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로봇 수술이 바꾸고 있는 국내 의료 환경과 그 사회적 의의를 발표했다.

인튜이티브서지컬​은 1995년 ‘다빈치’ 로봇 보조 수술 시스템을 개발, 2000년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았다. 국내에서는 2005년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받고 도입된 것이 시작이었다. 한국은 인튜이티브서지컬​ 본사가 있는 미국을 제외하면 다빈치 신제품이 전 세계적으로 가장 빨리 출시되는 국가다. 2018년 출시된 다빈치 SP와 2024년 출시된 다빈치 5 모두 미국을 빼면 한국에서 전 세계 최초로 공개됐다. 이렇듯 도입과 활용에 적극적인 덕에 다빈치 로봇 시스템을 이용한 국내 누적 수술 건수는 2026년 50만 건 달성을 앞두고 있다.

인튜이티브서지컬​ 코리아 최용범 대표는 “로봇 수술이 한국 사회의 문제를 함께 해결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 의료 환경에 대한 인튜이티브서지컬​의 투자가 그중 하나다. 인튜이티브서지컬​은 국내 병원의 임상 연구와 의료기술 발전을 위해 67억 원을 지원했으며, 국내 연구진들이 차세대 로봇 수술 제어와 자동화 연구에 활용할 수 있는 ‘오픈 소스 다빈치 플랫폼’을 서울대, 연세대, 대구과학기술대(DGIST), 고려대구로병원 등에 설치했다. 이 밖에도 서울시와 수술혁신센터를 운영하며 의료진 교육과 전문 인력을 양성하는 등 지역사회 지원에 250억 원을 투자했다.

한국 사회의 의료 비용을 단축하고, 부족한 의료진 수를 최대한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데에도 기여하고 있다. 지난해 전 세계에서 집도된 다빈치 수술 건수 310만 건을 기준으로 산출했을 때, 2025년 한국에서 다빈치 로봇 수술은 환자들이 배를 가르는 ‘개복술’을 받는 일을 5100건 방지하고, 재원 일수를 4만 3220일 단축했으며, 재입원을 605건 예방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용범 대표는 “기존 복강경 수술은 장기를 들어 올리거나 내시경을 들어주는 등의 보조 인력이 집도의를 지원해야 했다”며 “그러나 로봇수술을 하면 집도의 한 명으로 충분하므로 의사가 부족한 현 상황에서 로봇 수술이 인력의 효율적 운영에 도움될 수 있다”고 했다.

여성 질환 치료에도 널리 쓰이고 있다. 분당서울대병원 산부인과 이정렬 교수는 현재까지 총 1395례의 로봇 수술을 집도했다. 2017년에 처음으로 로봇을 이용한 복강경 수술을 시작했으며 지난해에는 전체 수술 중 94.4%를 로봇 수술로 시행했다. 이정렬 교수는 “가임력과 정상 조직을 최대한 보존하는 방향으로 부인과 수술 전략이 변화하고 있다”며 “로봇 수술기가 집도의에게 제공하는 향상된 시야 그리고 정밀한 조작 기능이 수술 결과를 끌어 올릴 수 있다”고 했다.

최근 다빈치 5에는 포스 피드백 기능이 추가됐다. 수술 중 기구에 가해지는 물리적 압박을 집도의 손에 전달함으로써 시각 정보를 넘어 촉각 정보까지 전달하는 것이다. 수술 중 조직에 과도하게 힘이 가해지는 일을 방지할 뿐 아니라 숨은 병변을 탐지하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 이정렬 교수는 “포스 피드백 기능을 껐을 때와, 기능의 강도를 높게 설정했을 때 수술 시 조직에 가해지는 힘이 22.7% 감소하는 것을 확인했다”며 “조직 안에 숨어서 맨눈과 초음파로는 탐지되지 않은 자궁 근종을 포스 피드백 기능을 활용, 로봇팔로 조직 표면을 쓸어서 확인한 사례도 있었다”고 했다.

소아 수술에서도 활용도가 높다. 소아비뇨기 전문의인 삼성서울병원 비뇨의학과 이종훈 교수는 “아이들은 신체 조직 크기가 작은데다가 조직이 연해 수술이 까다롭다”며 “포스 피드백과 손 떨림 보정 기술 그리고 10배 확대된 상태의 선명한 시야가 소아 수술에 도움이 된다”고 했다. 이날은 이종훈 교수가 생후 3개월 환자에게 수신증(소변 배출 경로가 막혀 신장에 소변이 고이는 상태) 수술을 로봇으로 집도한 사례가 소개됐다. 환아는 키가 60cm, 복부 너비는 13cm에 불과했다. 그러나 이 교수가 다빈치 로봇을 이용해 요로의 폐색된 부분을 잘라낸 다음 정상적인 부분을 콩팥에 연결해주는 수술을 시행한 결과, 수술 후 17개월이 지난 후 콩팥 기능이 정상적으로 유지되는 것이 확인됐다.

현재 전국에 소아비뇨기 전문의가 9명에 불과해 생기는 의료 공백을 메우는 데에도 로봇수술이 도움될 것으로 기대된다. 다빈치5는 인텔리전스 기능을 추가해 수술의 모든 순간을 영상과 데이터로 기록한다. 이에 의사가 ‘마이 인튜이티브 앱’을 통해 수술 내용을 복기하며 학습을 이어갈 수 있으며, 전 세계 다른 의사들이 다빈치를 이용해 어떻게 수술을 집도했는지도 영상 자료를 통해 학습할 수 있다. 이종훈 교수는 “학습 환경이 잘 갖추어져 있어 로봇 수술을 하고자 하는 의사라면 누구나 쉽게 수술을 배울 수 있다”며 “한 명의 소아비뇨기 전문의가 감당할 수 있는 수술 건수에 한계가 있는데 로봇 도입을 통해 수술 효율을 더욱 높일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