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조 아낀다지만… “영상검사 늘고 응급의료 흔들릴 수도”

영상검사 수가 조정안 두고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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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사진=클립아트코리아
정부가 CT(컴퓨터단층촬영)·MRI(자기공명영상) 등 영상검사 수가를 대폭 낮춰 연간 수천억원의 건강보험 재정을 절감하겠다는 방침을 내놓자 의료계 안팎에서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단순한 수가 인하만으로는 영상검사 이용을 줄이기 어렵고, 오히려 검사량 증가와 응급의료 등 필수의료 기반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25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를 통해 현재 약 204% 수준인 CT·MRI 검사 수가를 올해 150% 수준으로 낮추고, 2028년까지 약 110% 수준으로 단계적으로 조정하는 내용을 담은 건강보험 수가 구조혁신 방안을 확정했다. 이를 통해 특수영상검사와 검체검사 등에서 연간 2조6000억원을 절감하고, 지역·필수의료에 연 3조6000억원을 재투자하겠다는 계획이다.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검사 가격은 병원이 임의로 올릴 수 없기 때문에, 수가가 내려가면 검사비와 환자가 내는 본인 부담금도 함께 줄어들 전망이다. CT·MRI 수가는 25% 안팎으로 낮아진다. 예컨대 종합병원에서 조영제를 사용하는 복부 CT를 찍을 경우, 환자 부담 금액이 6만6400원에서 5만1600원 수준으로 낮아진다.

그러나 영상의학계는 정부가 ‘영상검사 과보상’이라는 전제부터 잘못됐다고 반박하고 있다. 서울아산병원 영상의학과 이충욱 교수는 최근 대한영상의학회 학술대회에서 “현재 CT 조영검사 수가는 2001년과 비교해 사실상 제자리 수준”이라며 “물가 상승과 환산지수를 고려하면 지금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 돼야 하지만 지속적인 상대가치 개편과 일괄 인하로 억제돼 왔다”고 했다.

특히 정부가 제시한 ‘영상진단료 169% 수익률’ 분석 역시 검사량 증가에 따른 단위당 원가 감소를 단순히 과보상으로 해석한 결과라고 비판했다. 이 교수는 “수가를 내리면 환자 부담도 함께 줄어 검사 접근성이 높아지고, 결국 검사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며 “검사량이 늘어 원가가 낮아지면 또다시 과보상이라는 판단이 내려지고 수가를 인하하는 악순환이 반복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영상의학계는 우리나라 CT 이용량만을 근거로 과잉검사를 판단하는 것은 왜곡된 해석이라고 주장한다. 국내는 CT 촬영이 많은 반면, MRI 이용은 OECD 평균보다 낮아 해외에서 MRI로 시행하는 검사를 국내에서는 CT가 상당 부분 대체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CT만 떼어놓고 증가세를 해석하면 실제 의료 이용 구조를 제대로 반영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영상검사 수가 인하가 응급실 유지를 어렵게 만들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소아청소년과 전문의이자 개혁신당 이주영 의원은 최근 대한소아응급의학회 학술대회에서 “그동안 성인 응급실은 그나마 영상검사 수익덕분에 소아응급실 운영과 인건비를 일정 부분 감당할 수 있었다”며 “영상검사 수가가 대폭 깎이면 앞으로는 성인 응급실조차 유지가 어려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응급실은 24시간 CT와 MRI 장비, 영상의학과 전문의, 방사선사 등 고정비용이 큰 대표적인 필수의료 분야다. 영상검사 수익이 감소할 경우 응급실 인프라 유지에도 부담이 커질 수 있다. 특히 지역 병원일수록 응급의료와 중환자 진료를 유지하기 위한 재원이 더욱 부족해질 가능성이 크다.

전문가들은 검사량을 관리하려면 가격을 낮추는 방식보다 적정성 관리 체계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미국처럼 보험자의 사전 승인제 등 검사 필요성을 사전에 검증하는 제도가 대표적인 대안으로 거론된다. 단순히 수가만 낮춰서는 의료기관이 검사량을 늘려 손실을 만회하려는 유인이 생길 수 있어 정책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충욱 교수는 “영상검사는 단순 비용이 아니라 불필요한 수술을 줄이고 입원 기간을 단축시키는 투자”라며 “가격만 낮추는 방식은 결국 의료의 질 저하와 환자 안전 문제라는 더 큰 사회적 비용을 초래할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