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들 사이 화제 ‘체중감량 주사’… 월드컵서 금지될 가능성도

[해외토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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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LP-1 계열 약물은 체지방 감소 효과가 뛰어나 체중 대비 파워가 중요한 종목이나 체급 종목에서 관심을 받고 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이 한창인 가운데 ‘위고비’와 ‘마운자로’ 같은 비만 치료제가 축구계를 포함한 스포츠계의 새로운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체중감량 효과가 뛰어난 GLP-1 계열 약물이 선수들의 체중 관리와 경기력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세계반도핑기구(WADA)도 관련 동향을 주시하고 있으며, 향후 규제 대상이 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GLP-1은 장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으로 인슐린 분비를 촉진하고 식욕을 억제하는 역할을 한다. 이를 모방한 약물인 오젬픽과 위고비, 마운자로 등은 위 배출 속도를 늦춰 포만감을 오래 유지하게 해 체중감량에 도움을 준다. 원래는 당뇨병 치료제로 개발됐지만 현재는 비만 치료제로도 널리 사용되고 있다.

실제로 GLP-1 계열 약물은 체지방 감소 효과가 뛰어나 체중 대비 파워가 중요한 종목이나 체급 종목에서 관심받고 있다. 레슬링·복싱·유도처럼 체급 제한이 있는 종목에서는 선수들의 감량 부담을 줄여줄 수 있고, 마라톤이나 사이클처럼 체중이 경기력에 영향을 미치는 종목에서도 활용 가능성이 거론된다. 스포츠 생리학자 마크 코바치 박사는 최근 워싱턴 포스트를 통해 “엘리트 스포츠 현장에서 GLP-1 사용이 광범위하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최근 관심이 크게 늘었다”며 “선수와 코치, 의료진 사이에서 약물의 이점과 위험성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근육도 함께 줄어
다만 GLP-1 계열 약물이 선수들에게 반드시 유리한 것만은 아니다. 대표적인 문제가 근육 손실이다. 운동선수에게 근육량 감소는 단순한 체중 감량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근력과 폭발력, 회복 능력, 부상 예방 능력까지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버지니아대 연구팀에 따르면 GLP-1 계열 약물 사용으로 감소한 체중의 약 25~40%는 근육을 포함한 제지방량 감소였다. 일부에서는 감량한 체중의 절반 가까이가 근육 손실로 나타나기도 했다. 코바치 박사는 “선수들은 수년 동안 면밀한 계획 아래 근육과 파워, 회복력을 쌓아 올린다”며 “이그 성과를 훼손할 수 있는 개입이라면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한 식욕 억제 효과도 문제다. 충분한 열량과 영양소를 섭취해야 하는 선수들이 훈련과 경기 중 필요한 에너지를 공급받지 못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이 경우 오히려 지구력과 경기력이 저하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한다. 이 밖에도 메스꺼움, 구토, 설사 같은 위장관 부작용은 물론 췌장염, 급성 신손상, 장 마비 등의 심각한 부작용 위험도 보고되고 있다.

◇WADA도 ‘예의주시’
스포츠계에서는 GLP-1 계열 약물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실제로 현재까지 현역 선수 가운데 사용 사실을 공개한 사례는 많지 않다. 다만 은퇴한 테니스 스타 세레나 윌리엄스는 출산 후 체중 감량을 위해 관련 약물을 사용했다고 밝혔고, 전 NBA 스타 샤킬 오닐과 찰스 바클리 역시 사용 경험을 공개한 바 있다. 세계반도핑기구(WADA)도 이러한 흐름을 주시하고 있다. 현재 GLP-1 계열 약물은 WADA 금지 목록에 포함돼 있지 않으며, FIFA 역시 WADA 규정을 따르기 때문에 월드컵에서 해당 약물을 사용했다고 해서 출전 정지 처분을 받지는 않는다.

다만 WADA는 2024년 GLP-1 계열 약물을 모니터링 목록에 포함했다. 이는 해당 약물이 금지됐다는 의미는 아니지만, 향후 스포츠계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히 관찰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WADA는 ▲경기력 향상 가능성 ▲선수 건강에 대한 위험 ▲스포츠 정신 위배 여부 가운데 최소 두 가지 이상을 충족하는 물질을 금지 목록에 포함할 수 있다. GLP-1 계열 약물은 체중 감량을 통한 경기력 향상 가능성과 근육 손실 등 건강상 위험이 동시에 제기되면서 관찰 대상에 오른 상태다.

전문가들은 당장 규제가 이뤄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보고 있다. 미국 볼티모어대 스포츠법센터 디온 콜러 소장은 뉴욕포스트를 통해 “향후 6~9개월 안에 GLP-1이 선수들에게 불공정한 이점을 제공하거나, 금지해야 할 정도로 위험하다는 결론이 나올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며 “2028년 올림픽 이전에 금지 약물로 지정하는 것은 다소 성급한 결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WADA의 검토 절차에는 정해진 시한이 없다. 일부 물질은 수년간 모니터링 대상에 머문 뒤에야 금지 여부가 결정되기도 한다. 이에 따라 현재 진행 중인 북중미 월드컵은 물론 2028년 미국 로스앤젤레스 올림픽에서도 GLP-1 계열 약물이 금지 약물로 지정될 가능성은 당분간 크지 않다는 전망이 우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