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마 와인 한 잔도 안 돼? ‘적당한 음주’ 믿어도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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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립아트코리아
“지나친 음주는 몸에 해롭지만, 하루 와인 한 잔은 심장에 좋다.” 와인 한 잔은 그동안 건강한 음주의 상징처럼 여겨져 왔다. 적당한 음주가 심혈관 질환 위험을 낮춘다는 연구들이 이를 뒷받침했다. 하지만 이 연구 결과를 정말로 믿어도 될까.

미국 LA 타임스가 최근 보도한 ‘알코올 및 약물 연구 저널(Journal of Studies on Alcohol and Drugs)’ 연구 결과는 이런 오랜 고정관념을 흔들어 놓는다.

바이든 행정부의 의뢰를 받은 연구팀이 최신 데이터와 정밀한 분석 기법을 통해 조사한 결과 기존 연구들이 통계적 오류가 만들어 낸 ‘착시 현상’, 즉 “원래 건강한 사람들이 술을 적당히 마셨던 것을 술이 건강에 좋다고 착각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한다. 결과를 재조사한 결과 실제 술을 마시는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소득 수준이 높고, 운동을 규칙적으로 하며, 건강 검진도 꾸준히 받는 경우가 많았다. 반면 술을 전혀 마시지 않는 집단에는 건강 문제로 이미 술을 끊은 사람들이 포함되기도 했다는 것이다. LA 타임스는 연구팀이 교육 수준, 소득, 의료 접근성 등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다른 요인들을 반영해 분석하자 과거에 보고됐던 심혈관 보호 효과가 상당 부분 사라졌다고 전했다.

연구진은 또한 흔히 ‘적당한 음주’로 여겨지던 하루 한 잔 수준의 음주조차도 건강 위험을 증가시켰고, 조기 사망 위험은 물론 암, 심혈관 질환 등 다양한 질환의 발병률을 높일 수 있다고 결론지었다. 연구의 공동 저자인 티머시 나이미 박사는 LA타임스와의 인터뷰를 통해 “건강을 생각한다면 덜 마실수록 좋고(Less is Best), 가장 좋은 것은 아예 안 마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연구를 통해 ‘적당한 음주’가 건강에 좋다는 통념이 과거보다 설득력을 잃게 만들기는 했지만, 정반대로 와인 한 잔이 건강에 해롭다는 사실 역시 밝혀낸 것은 아니다. 다만 최신 연구를 통해 알 수 있는 것은 굳이 건강을 위해서 술을 마실 이유는 없고, 만약 마신다면 적을수록 몸에 좋다는 것이다.

실제로 ‘적당한 음주’가 과연 몸에 해로운 것이냐는 여전히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미국 바이든 행정부 때 시작된 이 연구는 원래 미국의 2025~2030 식이지침에 반영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선 다음 발표된 최종 지침에서는 ‘건강을 위해서 술을 줄이라’라는 일반적인 문구만 들어갔을 뿐, 연구진이 권고한 구체적인 위험도와 음주량(성인 하루 1잔 이하)은 포함하지 않았다. 미국 보건복지부는 이에 대해 “해당 연구를 검토했지만, 정책이 하나의 연구만으로 결정되지는 않는다”며 “다양한 연구 결과를 종합적으로 고려했고, 최종 지침은 전체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작성됐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해당 연구진과 일부 공중보건 전문가들은 주류업계의 압력이나 정치적 고려로 인해 연구 결과가 사실상 배제됐다고 주장하면서 “과학은 점점 음주의 위험성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는데, 정책이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