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 접질린 발목은 또 접질린다

[운동은 근육빨] 축구·풋살① 발목은 '센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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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립아트코리아
월드컵 시즌이다. 새벽이나 오전 일찍 지구촌 축구 대제전을 보고 있으면 나도 모르게 발끝에 힘이 들어간다. 누구나 한 번쯤은 손흥민이나 메시가 된 기분을 느낀다. 그래서일까. 월드컵이 열리는 때 조기축구회 문의가 늘고, 풋살장도 다른 때보다 분주하다. 하지만 무턱대고 덤비다간 큰 부상을 피할 수가 없다.

“또 발목을 접질렸네.” 축구나 풋살 동호인들 사이에서 경기 후 가장 많이 하는 말이다. 스포츠 의학 통계를 보면 아마추어 축구와 풋살 경기에서 가장 많이 다치는 부위가 발목이다. 전체 부상의 약 30% 안팎이 집중되어 있다. 주로 경기를 하면서 방향을 바꾸다가 발을 헛디디거나, 상대 발을 밟거나, 착지 과정에서 균형을 잃는 순간 발목 인대가 늘어나거나 찢어지면서 다친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며칠 쉬면서 통증이 가라앉으면 “이제 괜찮겠네”라며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지만, 다음 그라운드에 나설 때 어김없이 다시 발목이 꺾인다. 심지어 이전보다 더 작은 충격에도 너무 쉽게 꺾여버리고 만다.

발목이 계속 꺾이는 이유는?
발목은 단순한 관절이 아니라 몸 전체 균형의 출발점이다. 지면과 가장 먼저 만나는 관절이다. 공을 차면서 끊임없이 방향을 바꾸고, 속도를 조절하고, 점프를 하면서 체중을 버티는 역할만 하는 게 아니다. 눈으로 보지 않아도 뇌가 내 몸의 위치나 움직임을 느끼게 해주는 능력을 ‘고유수용성감각(Proprioception)’이라고 하는데, 그것을 가능하게 해주는 센서 역할을 발목이 맡는다.

그런데 발목이 접질리는 순간, 인대만 손상되는 것이 아니라 발목 주변의 수많은 감각 수용체와 신경 기능도 함께 영향을 받는다. 그러면서 비슷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 뇌가 발목이 위험한 위치로 꺾이는 것을 미리 감지하지 못하는 것이다. 발목이 자주 접질린 사람들이 평지를 걷다가도 발목을 접지르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발목이 흔들리면 무릎, 고관절, 골반에 모두 부담이 가는 게 더 큰 문제이다. 집의 기초 공사가 흔들리면 건물 전체가 흔들리는 것과 같은 이치다. 축구와 풋살을 오래 즐겁게 즐기려면 발목 접질림을 절대로 가볍게 넘겨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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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동호인들이 풋살 경기를 즐기고 있다./게티이미지뱅크
여성들이 발목을 더 잘 접질린다?
‘정형외과 스포츠의학 저널(The Orthopaedic Journal of Sports Medicine)’에 최근 게재된 연구에 따르면 여성이 남성에 비해 발목 염좌 발생률이 2배 이상 높다. 또 다른 연구에선 풋살 환경과 유사한 실내 및 코트스포츠에서 그 차이가 두드러졌다는 보고도 있다. 이는 여성들의 타고난 골반 구조와 근육 차이 때문이다. 여성은 골반이 넓고 하지 정렬 특성이 남성과 다르다. 이로 인해 착지나 방향 전환 과정에서 발목과 무릎에 가해지는 힘의 분포가 달라질 수 있다. 또 여성은 관절의 유연성을 유도하는 호르몬의 영향으로 인대가 부드러운 반면, 발목을 밖에서 잡아당겨 주는 외측 비골근 근력이 남성보다 상대적으로 약하다.

고유수용성 감각과 비골근이 발목 지켜
①맨땅에서 눈 감고 한 발로 버티기: 고유수용성 감각 깨우기
ㆍ똑바로 선 상태에서 한 발을 들고 중심을 잡는다. 익숙해지면 눈을 감는다.
ㆍ한 발당 30초씩 3세트 진행한다.
☞처음엔 벽을 잡고 시작해도 좋다. 발가락으로 땅을 웅켜쥐듯 힘을 주고, 발목이 미세하게 흔들리는 과정을 뇌가 인지하도록 집중해야 효과가 좋다.

②사이드 홉: 비골근 강화
실제 축구 경기에서 발목이 버텨야 하는 상황과 가장 비슷한 운동이다.
ㆍ바닥에 선 하나를 두고, 한 발로 서서 좌우로 가볍게 점프하며 착지한다.
ㆍ착지할 때 발목이 흔들리지 않고 단단하게 땅을 움켜쥐듯 버틴다. 무릎과 두 번째 발가락이 항상 같은 방향을 바라보아야 발목 외측 비골근에 제대로 힘이 들어간다.
ㆍ좌우 왕복 10회씩 3세트.
☞발목을 자주 접질리는 여성이라면 중둔근 강화 운동을 함께 실시하는 것이 좋다. 무릎에 밴드를 걸고 옆으로 걷는 ‘몬스터 워크’는 골반 안정성을 높여 발목과 무릎을 동시에 보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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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최우연
장비도 중요… 축구화와 테이핑
축구화를 고를 때 축구화 뒤꿈치를 감싸는 ‘힐 카운터’를 만져봐야 한다. 손으로 눌렀을 때 찌그러지지 않고 구두처럼 단단하게 뒤꿈치를 고정해 주는 축구화를 신어야 지면을 디딜 때 발목이 먼저 좌우로 흔들리는 것을 막아준다. 특히 발목이 자주 불안정한 여성들은 힐 카운터가 흐물거리는 천 소재 축구화는 피하는 것이 좋다.

부상을 당했을 땐 신경이 완전히 돌아오기 전까지 테이프나 압박 붕대를 이용한 스포츠테이핑(8자 테이핑)을 해야 한다. 손상된 비골근을 대신해 발목이 바깥으로 돌아가지 않도록 물리적인 지지대 역할을 한다.

발목은 몸의 맨 아래에 있지만, 운동 능력과 부상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부위이다. 발목이 흔들리면 무릎, 골반, 허리가 모두 흘린다. 축구와 풋살을 오래 즐기고 싶다면 근육보다 먼저 발목의 ‘센서’를 되살려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