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은 COPD 환자’ 300만 명 쏟아질 텐데… 동네의원은 “상급병원 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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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기능검사./사진=질병관리청 제공
올해부터 만성폐쇄성폐질환(COPD) 국가검진이 본격 도입되면서 그동안 진단받지 못했던 환자들이 의료 현장으로 대거 유입될 전망이다. 그러나 경증 환자를 진료해야 할 일차의료기관에서 COPD 진료를 기피하는 현상이 이어지면서 상당수 환자가 관리 공백에 놓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치료받는 환자는 16만명뿐… 국가검진으로 환자 급증 전망
COPD는 흡연과 대기오염 등으로 인해 기도가 좁아지고 폐포가 파괴되는 만성 호흡기질환이다. 국내 40세 이상 성인의 약 13%가 앓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실제 진단과 치료를 받는 환자는 일부에 불과하다. 약 300만명으로 추정되는 국내 COPD 환자 가운데 치료를 받고 있는 환자는 16만명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폐기능검사 국가검진 도입이 COPD 관리체계를 바꾸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지금까지는 폐기능검사가 제한적으로 시행돼 폐 기능이 절반 이하로 떨어진 뒤에야 진단되는 사례가 많았지만, 앞으로는 무증상 또는 초기 단계에서 환자를 발견하는 경우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건국대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이진국 교수는 “폐기능검사 국가검진 도입으로 특히 경증 COPD 환자들이 치료 현장으로 대거 유입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흡입제 교육해도 진찰료뿐… 차라리 상급병원 보낸다”
문제는 새롭게 발견될 COPD 환자를 수용할 일차의료기관의 준비가 충분하지 않다는 점이다. COPD는 고혈압이나 당뇨병처럼 장기간 관리가 필요한 만성질환이다. 특히 증상 조절을 위해 사용하는 흡입제는 올바른 사용법 교육이 치료 효과를 좌우한다. 하지만 현행 건강보험 체계에서는 이에 대한 별도 보상이 없다. 흡입제 교육에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함에도 의료기관이 받을 수 있는 수가는 일반 진찰료가 전부다. 고혈압·당뇨병처럼 만성질환 관리료가 적용되는 것도 아니다. 임현선 송파구의사회장은 “COPD 환자는 약만 처방한다고 끝나는 질환이 아니다”라며 “흡입제를 제대로 사용하고 있는지 반복적으로 확인해야 하고, 증상이 좋아졌다고 임의로 약을 끊지 않도록 지속적인 교육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수가 체계에서는 이런 교육과 관리에 대한 보상이 전혀 없다”며 “진료실에서는 10~20분을 들여 교육해도 결국 일반 진찰료만 받는 구조인 만큼 개원가가 COPD 환자를 적극적으로 관리하기 쉽지 않은 환경”이라고 했다.

복잡한 보험 기준도 COPD 진료를 어렵게 만드는 요인으로 꼽힌다. 수도권의 한 내과 개원의는 “일부 흡입제를 처방하려면 폐기능검사 결과는 물론 야간 증상이 몇 번 발생했는지 등을 전부 입력해야 한다”며 “기준에 맞게 처방했다고 생각해도 급여비가 삭감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삭감 위험에 중증으로 악화될 가능성도 있어서 차라리 처음부터 상급병원으로 의뢰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이대로면 국가검진 효과 반감… 대형병원 쏠림 우려
일차의료기관이 COPD 진료에 적극적으로 나설 유인책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국가검진 도입이 오히려 대형병원 쏠림을 심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정부는 상급종합병원 집중 현상을 완화하기 위해 경증·만성질환을 동네의원 중심으로 관리하는 방향을 추진하고 있지만 COPD에서는 정반대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폐기능검사 국가검진 대상자인 56세와 66세는 연간 약 145만명에 달한다. 의료계는 이 가운데 10%만 COPD로 진단되더라도 매년 15만명 안팎의 신규 환자가 발견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치료를 받고 있는 전체 COPD 환자 수와 맞먹는 규모다.

이진국 교수는 “국가검진을 통해 COPD 환자를 조기에 발견하는 것은 매우 긍정적인 변화”라면서도 “환자를 지속적으로 관리할 일차의료 기반이 충분히 마련되지 않는다면 대형병원 쏠림 현상이 오히려 심화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이나 영국처럼 경증 COPD 환자가 동네 의원에서 진료와 관리를 받고 중증 환자만 상급병원으로 의뢰될 수 있도록 기반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서 가장 필요한 것은 ‘흡입제 교육에 대한 보상’이라는 게 의료진들의 설명이다. 현재 COPD 환자 진료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차지하는 것은 흡입제 사용 교육이다. 대다수 환자들이 먹는 약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 흡입제를 처방해도 경구약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그러나 COPD 경구약은 급성 악화를 예방하기 위해 보조적으로만 사용된다. 따라서 환자가 흡입제를 제대로 사용하고 있는지 반복적으로 점검하고 교육하는 행위에 대한 보상이 필요하다.

이와 함께 COPD를 고혈압·당뇨병과 같은 만성질환 관리체계 안으로 편입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임현선 회장은 “고혈압·당뇨병처럼 교육·상담과 추적관찰에 대한 보상이 가능한 관리체계를 마련하고, COPD 적정성평가와 연계한 인센티브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국가검진으로 환자를 찾아내는 것만큼 중요한 것은 발견된 환자를 지역사회에서 지속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