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츠하이머 진행 위험, 6단계로 예측한다… 질병청 새 기준 마련

이미지
사진=클립아트코리아
알츠하이머병의 진행 위험을 보다 정밀하게 예측할 수 있는 새로운 평가 기준이 국내 연구팀에 의해 마련됐다. 기존의 '인지정상-경도인지장애-치매' 3단계 분류보다 세분화된 6단계 체계로, 향후 치매 조기 선별과 예방·관리 전략 수립에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질병관리청 국립보건연구원은 국내 노인성 치매환자 코호트 자료를 활용해 알츠하이머병 진행 위험을 6단계로 구분하는 예후 체계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알츠하이머병은 치매의 가장 흔한 원인 질환으로, 기억력에 문제가 없는 인지정상 단계에서 경도인지장애를 거쳐 치매로 진행되는 특성을 보인다. 다만 같은 인지 상태에 있더라도 실제 질병 진행 속도와 악화 위험은 개인마다 크게 다르다. 최근 알츠하이머병 치료제가 등장하고 조기 개입 연구가 활발해지면서, 질환 진행 위험이 높은 환자를 선별하고 장기 예후를 예측할 수 있는 기준 마련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연구팀은 국내 노인성 치매환자 코호트 참여자 1263명의 인지기능 검사 결과와 혈액검사, 뇌영상 검사, 연령 등 다양한 정보를 종합 분석했다. 이를 통해 기존의 인지 상태 중심 3단계 분류보다 질환 진행 위험을 더욱 세밀하게 평가할 수 있는 6단계 예후 체계를 구축했다.

분석 결과, 단계가 높을수록 인지기능과 일상생활 수행능력 저하가 더욱 뚜렷하게 나타났다. 특히 기존 분류 체계만으로는 구분하기 어려웠던 질병 진행 속도의 차이를 다양한 생체·임상 정보를 통합해 설명할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팀은 이번 성과가 현재 상태를 평가하는 데 그치지 않고 향후 질병 경과를 예측할 수 있는 연구 기반을 마련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향후 진행 위험이 높은 환자를 조기에 선별하고, 추적 관찰과 상담, 조기 개입 연구 대상자 선정, 예후 예측 모델 개발 등에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이번 체계는 치료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임상 도구가 아니라 연구 목적의 예측 체계라는 점도 강조했다. 실제 치료제 사용 여부는 아밀로이드 병리 확인과 치료 적합성, 안전성 평가 등 별도의 임상적 판단을 거쳐 결정해야 한다.

연구팀은 "알츠하이머병은 같은 인지 단계에서도 진행 양상이 다양하기 때문에 장기 추적 코호트에서 축적된 여러 정보를 함께 분석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번 연구를 바탕으로 한국인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질병 경과를 더욱 정밀하게 이해하고 예후 예측 연구를 고도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국립보건연구원 만성질환융복합연구부 김원호 부장은 "치매 코호트에 축적된 임상정보와 뇌영상, 혈액 바이오마커 자료를 연계 분석해 얻은 성과"라며 "향후 유전체와 생체자원, 생활습관 정보까지 연계해 치매 진행 예측 모델을 고도화하고 맞춤형 예방·관리 전략 개발로 이어질 수 있도록 후속 연구를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질병관리청 임승관 청장은 "치매는 초고령사회에서 국민 부담이 큰 대표적 뇌질환"이라며 "조기 발견뿐 아니라 질병 진행을 늦추기 위한 과학적 근거 마련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인 특성을 반영한 치매 연구자원을 지속적으로 축적·개방해 치매 극복과 국민 건강 증진에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최근 게재됐다.